인간극장
포도밭의 점님 씨
5년 전, 무릎이 아픈 아내 조점님(61) 씨를 위해
남편 이명연(69) 씨는 쪼그려 앉지 않아도 되는
포도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내가 포도 세 송이를 따는 동안
겨우 한 송이를 딸까 말까 한 남편 명연 씨.
달랑 둘 뿐인 포도밭에서 본인은
총감독이라 주로 ‘지시’만 한다니,
결국 쪼그려 앉아서 짓던 채소밭 농사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점님 씨.
속이 탄다. 게다가 청개구리 같은 말로
아내 기운을 빼기 일쑤인데,
참다못한 점님 씨가 남편에게 회심의 한 방을
날린다. ‘당신은 로또야, 절대 안 맞아’
점님 씨의 꿈은 화가였다. 학창 시절부터
각종 미술대회에 나가 큰 상을 받았고
미대에 합격까지 했지만, 11남매의 막내였던
점님 씨. 연로하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뒷바라지해 줄 사람이 없어 꿈을 포기했단다.
그러던 중, 중매로 일곱 살 많은 명연 씨를
만났고, 그림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프로포즈에 결혼을 했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
줄줄이 태어난 삼남매를 낳아 가르치다 보니
화가의 꿈은 저만치 멀어져 갔다.
설상가상 남편과 하던 식당도 잘 안되고
5년 전,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샤인 머스캣 농사~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포도알은
꽉 차게 영글어 대풍년을 맞았건만,
귀한 대접받던 샤인 머스캣이
올해는 잘 팔리질 않는다.
금화농장
광주 남구 칠석동 9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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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부부의 자부심인 자식 농사만은
배신하지 않았다. 삼남매를 의사, 회계사,
선박 기관사, 모두 ‘사’자 직업인으로
키워낸 부부. 들인 공에 비해 몇 배로
잘 자라준 고마운 삼남매는 부부가
포도 농사를 시작할 때 대출을 받아
빌려주기도 했다. 자식에게 빚을 내 시작한
포도 농사이기에 더 애가 타는 점님 씨 부부,
결혼을 앞둔 큰 딸의 결혼 비용,
세쌍둥이를 출산할 며느리의
산후조리원 비용까지,
돈 나갈 일은 줄줄이 대기 중인데....
포도 판매는 영 시원찮고 저장 창고엔
포도 상자가 쌓여만 간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캔디’처럼
씩씩하게 웃어 보이는 점님 씨,
샤인 머스캣을 넣은 막걸리를 만들어
새로운 포도 판로를 궁리하고
내년부터는 포도 하우스를 체험농장으로
만들 계획도 세운다.
시어머니 챙기며 집안일 하랴,
여성농업인 회의 다니랴, 종횡무진 바쁜데...
파란만장한 인생의 항로를 지나며
비록 화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오늘도 티격태격, ‘로또’처럼 안 맞다는 남편과
포도밭을 누비는 그녀, 점님씨를 만나본다.
#포도밭 그 여자, 점님 씨
5년 전 남편 이명연(69) 씨는
무릎이 아픈 아내 조점님(61) 씨를 위해
쪼그려 앉지 않고 서서도 일할 수 있는
포도 농사를 시작했다.
수확 철을 맞아 매일 새벽 포도밭으로
출근하는 피곤한 일상이지만
탐스러운 포도를 보면
‘이 맛에 농사짓는 거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점님 씨가 포도 세 송이를 따는 동안
겨우 한 송이 딸까 말까 한 명연 씨.
단 두 명뿐인 포도밭에서 자신은 총감독을 맡아
주로 지시를 하기 때문이란다.
포도밭에서 퇴근한 점님 씨는 집에 와서도
쉴 틈이 없다. 10년 째 키우고 있는
다육이 물주기, 강아지들 밥 주기,
올해 아흔 셋의 시어머니 봉양까지.
그런 와중에도 밤마다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던
점님 씨는 미술 대학에도 합격했었다.
그러나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뒷바라지 해 줄 사람이 없어
화가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점님 씨에게 명연 씨는
미술 유학도 보내주겠다며 프러포즈를 했다.
그러나 결혼 후 줄줄이 삼남매가 태어나고
그동안 장어집, 오리집 등을 거쳤지만
장사가 잘 안되면서
명연 씨의 철썩같은 약속은 아직도 오리무중.
“삼남매 자식농사는 대풍년~
그런데...”
바쁜 수확 철을 맞아 부산에 사는
아들 이대건(35) 씨가 손을 보태러 왔다.
한 번 배를 타면 몇 개월씩 바다에 나가는
외항선의 선박 기관사로 일하는 아들.
내년 봄, 아들 세쌍둥이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인데 아들들이 태어나면 함께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협동심을 기르겠다는
말로 점님 씨를 속 터지게 한다.
그래도 힘쓰는 일은 물론 집 안팎의
민원을 도맡아 해결해주는 아들이다.
서울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막내딸은
삼남매 중 가장 먼저 첫 손자를 안겨 주었다.
의사인 큰 딸도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다.
들인 공에 비해 몇 배나 더 잘 자라준
삼남매를 생각하면 포도가 잘 팔려야 하는데.
당도를 높이기 위해 조금 늦게 수확한 데다
최근 샤인 머스캣을 키우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결혼을 앞둔 딸의 결혼 비용, 세쌍둥이를
출산할 며느리의 산후조리원 비용
돈 들어갈 데는 줄줄이 대기 중인데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만 가는 포도 상자들...
잘 지은 자식 농사에 비해 초라한
포도 농사에 걱정이 점점 커지는 부부다.
# "당신은 나의 로또?!”
11남매 중에 10번 째, 점님 씨 바로
위에 언니가 포도 수확을 도와주러 왔다.
어렸을 때부터 끼와 재능이 많아
누구보다 잘 살 거라 믿었던 동생.
시어머니에 시할머니까지 있는 시골로
시집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
그러나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정이
그리웠던 점님 씨는 가족들 많은 게 더 좋다며
주변의 반대에도 명연 씨와 결혼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언니는
동생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수확 철만 되면 일손을 보태러 달려온다.
그런데 언니 앞에서 잘 사는 모습만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수확한 포도를 수레에 싣는 문제로
명연 씨와 싸운 점님 씨.
포도 상자에 손가락이 다치는 사고까지
당하고 마는데.
사실 점님 씨와 명연 씨는 일하는
속도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잘 맞지 않는다.
마치 절대 안 맞는 ‘로또’ 복권처럼~
그런데, 서로를 ‘로또’ 라고 부르지만
그 이유가 서로 다르다는데...
점님 씨는 남편 명연 씨가 사사껀껀
하나도 맞질 않아 ‘로또’라 부르고
명연 씨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적지만
당첨되면 엄청난 돈을 받으니까
아내 점님 씨를 자신의 ‘로또’라고 한다.
36년을 살았지만 매 순간 ‘다름’을 확인하며
사는 점님 씨 부부의 기막힌 동상이몽.
“그래서 당신은 나의 로또야~”
# “좌절하지 말고 인생은 점님이처럼~”
5년 전 포도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부부는
부족한 돈을 삼남매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갚을 줄 알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 명연 씨가 애지중지 키워온
포도나무를 자르고 있다. 매년 하락하는
샤인 머스캣 값을 감당하지 못해
내년부터는 다른 종의 포도를
심어볼 계획이라는데.
하지만 포도 농사만으로는 빚을 갚기 힘든 형편.
한식조리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점님 씨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요리 강사로도
활동하며 돈을 벌고
샤인 머스캣을 넣은 막걸리 만들기에도
도전 중이다. 조만간 아홉 동의 하우스 중에
한 동을 주말 포도 농장으로 만들 계획인
점님 씨. 주말 포도 농장에서 아이들은
포도를 따고 어른들은 포도로 막걸리를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을 궁리 중이다
바쁜 날들이지만, 틈틈이 포도도 그리고
꽃도 그리는 점님씨.
내년 봄, 태어날 아들네 세쌍둥이들에게
선물할 그림을 그리며 점님 씨는 생각해본다.
파란만장한 인생의 항로를 지나며
비록 화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비록 ‘로또’처럼 안 맞는 남편이지만,
삼남매 낳아 잘 키워냈고,
이젠 손주들에게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었으니,
이만하면 잘 살아온 인생이 아닐까.
1부 줄거리
광주에서 5년째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점님 씨.
올해, 농사는 잘 지었지만,
포도 가격이 내려가 걱정이다.
그래도 씩씩하게 웃으며
지역마트에 포도도 납품하고
포도 회의에도 갔다 온다.
점님 씨는 하우스에 돌아와
밀려있던 포도 포장 작업을 시작하는데
남편 명연 씨는 드러누워 자고 있다!
연출 : 박중언
글 : 이경선
조연출 : 금문선
취재작가 : 박혜령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박혜령 취재작가 (02-782-8222)
방송일시: 2024년 11월 18일(월) 11월 19일
11월 20일 11월 21일 11월 22일(금)
오전 7:50~8:25
5978회 5979회 5980회 5981회 5982회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