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오월의 부엌 

바다 위의 만찬 

야생의 부엌을 찾아서 

스님의 잡초 레시피 

오메 밥정 들었네

깜장집 부엌은 따스했네




한국기행 543편 미리보기


오월의 부엌

  

들판 푸르러지고 물길 잔잔해지는 

찬란한 계절의 여왕, 오월. 

식재료 또한 풍성해지면서 자꾸만 들락이고

 싶은 곳이 있다.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정겨운 추억 하나쯤 머물러 있는 곳.

  ‘부엌’이 그러하다.

 

부엌에서 탄생하는 오월의 봄맛은 물론, 

그 부엌을 오가는 이들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푸근한 삶의 이야기까지… 

오월의 부엌은 어떤 모습일까. 

슬그머니 그 부엌문을 열어 본다.  

 



1부. 바다 위의 만찬  

 5월 11일(월) 밤 9시 30분

  

바다 위의 부엌 

경남 남해군에 자리한 미조항. 

오월이면 봄 멸치 후리는 소리가 찰박찰박

 가득 찬다.  산란기인 이맘때 가장 맛있다는

 멸치를 찾아 바다 사나이들은 오늘도

 긴 항해를 시작한다. 그 멸치잡이 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다 위 부엌, 남해 매물도에서

 태어나 열세 살부터 배를 탔다는 뱃일 인생 50년

 박춘식 씨. 파도 따라 좌로 우로 흔들리는

 갑판을 도마 삼고, 전기 대신 얼음을 채운 

중고 냉장고를 식량 창고 삼아 뱃사람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고 있다.

 

갓 잡은 멸치로 만든 멸치찌개, 

얼결에 딸려온 아귀와 갑오징어로 차린 수육과 회. 

바다 위에서 마주하는 뱃밥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어부들의 유일한 낙이자, 힘이란 걸 잘 아는

 춘식씨. 바다 위 셰프 춘식씨가 차려낸 뱃밥은 

바다 사나이들이 멸치에 청춘과 열정을 바칠 수 

있었던 힘이었다. 그렇게 바다의 전설이 되어가는

 바다 사나이들을 따라 멸치잡이 배에 승선해 본다.

 




2부. 야생의 부엌을 찾아서  

  5월 12일(화) 밤 9시 30분


가스비 0원! 전기료 0원!


“짹돌아! 짹순아!”

충북 단양의 야생 산골짜기에 혼자 살지만

곤줄박이 이웃 덕에 외롭지 않다는 

야생인 이상지 씨.

 

1년에 벽 하나씩 세워 8년째 짓고 있다는 그의 

오두막엔 특별한 야생의 부엌이 있다. 전기도

 가스도 없는 야생에서 화력은 오로지 나무,

 한여름에도 손끝 얼얼한 1급수 계곡은 고기와

 반찬을 담가두는 천연냉장고가 된다. 단, 

야생 부엌은 오월부터 늦가을까지만 개장한다.

 

자연을 닮은 부엌, 야생의 맛!

 

사방이 뻥 뚫린 야생의 부엌에선 몇 발짝만 

나가면 먹거리가 지천이다. 산미나리, 백화고, 

개두릅, 머위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지경. 

계곡물에 국수 면발을 치대 더욱 쫄깃해진 

양파 국수, 산미나리와 개두릅 토핑을 얹은 

산나물 피자. 야생의 부엌에서 탄생한 오월의 

맛은 어떨까. 야생의 집과 야생의 부엌에서 

보내는 나날들이 마치 인생의 덤 같다는 상지씨.

 오늘도 별일 없이 야생에 살고 있다.

 



3부. 스님의 잡초 레시피 

 5월 13일(수) 밤 9시 30분


달라서 좋다! 오래된 도반

강원도 횡성의 한 산자락에 자리한 

비구니 사찰 금수사. 

오월의 산야를 수놓은 꽃들에 행복해하며, 

도량을 꽃밭으로 가꾸고 있는 무관 스님. 

반면, 기왓장을 나르고, 열 맞춰

 사찰의 담을 쌓는 데 몰입하는 혜일 스님.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스님이지만 

청도 운문사 강원에서부터 

지금껏 함께한 세월만 20년. 

그 오랜 세월 동안 서로의 다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눈 푸른 수행자로 거듭나고 있다.

 

흔한 것이 귀하지요, 잡초

 

이른 아침부터 망태기 하나 들고 

산을 오르는 스님. 스님의 망태기를 채우는 건, 

영아자, 환삼덩굴 등 이름도 낯선 잡초들이다.

스님의 부엌에선 잡초만큼 귀한 식재료가 없단다.

봄날의 무기력함을 쫓기 위해 환삼덩굴로 

‘산야초 비빔국수’를 만들고 오월의 설렘을

 느껴보라며 ‘비비추 쑥개떡’을 찐다.

“잡초가 흔한 것은 강인하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흔한 것이 귀하지요.”


아는 만큼 보이고, 마음먹은 대로 달라진다 했다.

그렇게 잡초를 알아봤고, 두 스님을 만나 잡초는

 특별한 요리로 거듭났다.

잡초 같은 인생도, 잡초 무성했던 도량도

두 스님의 잡초 레시피를 통해 오늘도 예뻐져간다.  





4부. 오메! 밥정 들었네 

 5월 14일(목) 밤 9시 30분

 

육지 속 섬, 옥정호에 살고 있어요 

육지 속 섬으로 불리는 전북 임실 옥정호. 

그 호수 일대 마을엔 출가 후에도 나란히 고향을 

지키는 한옥례(75세), 한영이(73세) 자매가 산다.


오월이면 고사리 산행이 일이라는 두 사람. 

둘이 손 보태며 딴 고사리는 곧장 ‘난장 부엌’으로 

직행한다. 이렇게 고사리 한 줌이라도 더 나눈

 까닭에 여러 형제 중에서도 정이 특히 깊다.

 

영이 씨네 난장 부엌에서 내다보이는 물길 너머

 집 한 채. 약주 좋아하는 순문 할아버지에게

 “저놈의 영감탱이!“라며 입 삐죽이는

 이순 할머니가 살고 있다.

그래도 ‘허드레 부엌’에서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돼지껍데기 볶음을 뚝딱 차려내는 

이순 할머니. 대체 그 마음은 뭘까.


밥으로 정든 세월


이튿날 나룻배를 타고 물길 건넛마을로 

향하는 이순 할머니.


한 동네로 시집와 형제간보다 우애 깊게 지낸다는

윤오순(81세), 송길춘(89세)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고사리 조기찜과 쑥개떡을 만들어 

오랜만에 둘러앉아 먹는 밥상.  물길과 세월도 

가르지 못한 정이 그 밥상 위에서 피어난다.

 



5부. 깜장집 부엌은 따스했네 

 5월 15일(금) 밤 9시 30분


100년 전 그대로 살고 있어요

핸드폰조차 터지지 않는 경북 영양의 오지.

까맣게 그을린 집 한 채가 있다. 이름하여 

깜장집, 100년도 더 됐단다. 

이 집의 주인은 임분노미 할머니(86세)와 

반백이 넘은 노총각 두 아들 선보, 득구 씨. 

100살도 더 먹은 집은 커다란 가마솥이 7개나 

걸려 있고,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어머니의 

오랜 부엌과 음식 데울 때 쓴다는 숯의 향기가

 그윽하다. 아들들은 비탈진 돌밭에서 스스로 

소가 되어 쟁기질을 하고, 오늘도 나무지게를 

둘러메고 장작을 구해온다.


오래된 부엌의 주름진 엄마


깎아놓은 밤톨처럼 예뻤던 새색시는 오래된 

부엌에서 어느새 여든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됐다. 그리고 여전히 그 부엌에서 주름진 손으로

 조물조물 참나물을 무치고, 야산에서 뜯어온 

부추로 전을 부친다. 반 가른 감자에 기름을

 묻혀 프라이팬에 쓱쓱 바르는 옛 방식으로 

노릇노릇 구워낸 분노미 할머니표 부침개.

 

“자식들 밥해주는 게 어미의 도리 아닌교?!”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어릴 적에도 재를 두 개나

 넘어 학교를 오가고, 아직도 커다란 나뭇짐을 

해오는 자식들이 안쓰럽다는 어머니. 쉬 가시지

 않는 마음의 짐, 아니 마르지 않는 자식 사랑으로 

어머니는 오늘도 오래된 부엌을 서성거린다. 

  

방송일시 : 2020년 5월 11일(월)~2020년 5월 15일(금)

 

기 획 : 권오민

촬 영 : 김기철

구 성 : 장연수

 연 출 : 김지영  

(㈜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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