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이웃집 예술가
전주 서학동예술마을 72시간
내레이션 안정훈
합창단 자수 전문가 화가
40여 명의 예술가들
다큐멘터리 3일 579회
이웃집 예술가
- 전주 서학동예술마을 72시간
예술은 마을을 바꿨고, 마을은 사람을 바꿨다
눈에 닿는 모든 풍경들이 작품이 되고
함께 하는 모든 순간들이 영감이 되는 곳
더불어, 함께, 같이, 그렇게 꿈꾸며 살아가는
전주 서학동예술마을 사람들의 72시간이다
<서학동예술마을>
전화번호 010-4266-8566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서학3길 85-3
지번 서서학동 186-6
|
갤러리, 공방, 게스트하우스, 작업실
( 정보 ,위치,전화번호,방송,tv
주소,어디,지도,연락처,촬영지,장소 )
“여기가 예전에는 아주 거시기 하던 데여,
시끄럽고 술 마시고 와서는 오줌이나 싸고,
아주 그냥 거시기 하던 데여.”
서학동은 ‘거시기’ 하던 곳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정돈되지 않은 골목에
오래되고 지저분한 건물들까지. 마을을 지키고
있는 건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뿐이었다. 사람들이
떠나버린 빈집에는 잡초와 거미줄이 무성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어있던 이웃집에 조금 남다른
이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주는 고즈넉하고 포근한
매력에 빠졌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집을 고쳐나갔다.
포클레인을 부르는 대신 손수 삽을 들었고,
지저분한 벽을 허무는 대신 물감과 붓을 들고 나섰다.
그렇게 서학동예술마을은 시작되었다.
“내내 불은 켜놓고 있는데, 안에서 뭘 하는 겨?
당최 뭘 먹고 사나 모르겠어.”
조금 남다른 이웃을 맞이하게 된 주민들, 그들의
눈에 예술가들은 낯설고 특이한 존재들이었다.
늘 환하게 불은 밝혀져 있지만 도통 그 집 안에서
나오질 않으니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말로 설명하는 대신,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동네 할머니들을 불러 모아 자수 작품을 만들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합창단을 만들었다.
2주에 한 번은 작업실도 개방해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예술가들은 마을의 ‘일부’가 되었다.
서학동에는 예술가들이 산다. ‘함께’ 그리고
‘같이’ 산다. 일상을 예술처럼 아름답게 살고,
예술을 일상처럼 치열하게 즐긴다. 멋진 차,
큰 집, 값비싼 물건들같이 매일은커녕 가끔
누리기도 힘든 행복 대신,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작지만 빛나는 행복들을 찾는다. 인생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음을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 함께, 같이 살아가는 삶 자체가
‘예술’인 전주 서학동예술마을에서의 3일이다.
■ 각자의 공간, 모두의 행복
서학동예술마을의 진짜 매력은 공간에서 드러난다.
예술가들은 낡은 공간을 마련해 그 공간에
자신들만의 색깔을 불어넣는다. 자수 전문가의
자수 갤러리, 화가의 개인 미술관, 조각가의
작업실까지. 얼핏 들으면 큰돈을 들여 만든
화려한 공간일 것 같지만 사실은 저렴한 값에
구입해 보수‧수리부터 공간 배치까지 모두
직접 해결한, ‘돈’ 대신 ‘공’을 들인 공간이다.
예술가들에게 공간은 단순히 작업을 하고
머무르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공간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상징과
같다. 자수 전문가 강이소 씨의 갤러리에선
세월의 흐름과 함께 달라진 그녀의 작품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품들을 보면 그 시절,
그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는 강이소 씨.
언젠가부터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판매 대신
전시하기로 결심했다. 세월이 흐르며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해졌지만, ‘그때 그 시절’의
생생한 느낌을 담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고 난 후 작품은 더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나만의 작업실이 아닌, 모두의 갤러리가 되고
난 후 공간은 더욱더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각자의 공간에서
모두의 행복을 꿈꾼다.
우리 남편이 “당신은 작품을 팔지도 않으면서
뭐 하러 전시를 하느냐”고 말해요.
사실 그 전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부들을 가르치며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60세가 되고 나니 이제야 철이 들기 시작했어요.
상품을 팔지 말고 그냥 같이 즐기자,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거죠.
- 강이소 / 자수 전문가
■ ‘우리’는 ‘서로’의 영감
서학동예술마을에서 ‘우리’는 ‘서로’의 영감이 된다.
삶도, 예술도 결코 혼자서는 의미가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공간,
하물며 동네에 심어져 있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그들에겐 영감이 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삶은 결코 허투루 살아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공간을 꾸미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는 일도,
그들은 모두 ‘정성껏’ 해낸다. 그런 동네에
새로운 집을 짓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결혼 3개월 차인 김승기 씨, 그는 결혼과 함께
서학동에 들어왔다. 그의 꿈은 ‘동네 건축가’.
거창하고 화려한 건물이 아닌 소담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드는 게 그의 바람이다. 서학동은
그 꿈의 시작이었다. 동네 건축가 김승기 씨는
온 정성 다해 자신의 집을 지었다. 비 올 땐
가만히 앉아 내리는 비를 볼 수 있고, 해가
좋은 날은 기대어 누워 내리쬐는 햇살을
받을 수 있는 큰 창도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은
오며가며 그의 마당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한 마디씩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우리’ 함께 살며,
‘서로’의 영감이 되는 그런 삶을 소망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학동예술마을은) 예술 하는 분들이
각자의 집을 꾸미는 풍경이나
자신들의 소소한 작업거리를 거리에 내놓고
함께 즐기는 게 많이 보이잖아요.
서로 간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도 좋고,
거리 문화나 동네 주민 간의 소통도 잘 이뤄지고요.
이런 삶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저희도 일조하고 싶어요.
- 김승기 / 건축가
■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서학동에 자리 잡은 40여 명의 예술가들,
‘예술’에 관한 한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서학동에서의 삶은 인내와
고민의 연속이다. 역사에 남을만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모든 예술가들의 꿈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기반이 되어야 하기에 마음껏 꿈만
꿀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나눠주는 것이 바로 예술가의 가족들이다.
특히 서학동엔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더욱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예술가의
‘아내’들이 있다. 서학동예술마을 촌장 진창윤 씨,
화가이자 시인인 그는 단 한 번도 그림 이외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생활은
뒷전, 그런 그에게 결혼은 남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진짜 인연은 있었던 걸까, 그림에 빠진
화가의 아내로 살겠다고 나선 용감한 한 여자를
만났다. 진창윤 씨의 아내 김정미 씨,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가치를 쫓으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예술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권력을
쫓는 사람이 있고, 명예를 쫓는 사람이 있고,
돈을 쫓는 사람이 있다면 ‘꿈’을 쫓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꿈을 쫓는 남자와, 그 꿈을
지지하는 여자는 부부가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변화시켰다. 현실에 급급하던 아내의
마음엔 여유가 생겼고, 꿈이 우선이던 남편은
일상을 예술처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김정미 씨는 수많은 세상의 가치 속에서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창작 활동을 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자신 있게 말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진창윤 씨는
오늘도 용기 내어 붓을 든다.
유명한 화가들 중 조건이 주어져서 날마다
그림 그리고 작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돈벌이하고 아르바이트하느라 시간에 쫓기는데도
시간 아껴가며 작업해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거죠. 그래서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해요.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살림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그러면서 진정으로
삶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거죠.
- 진창윤 / 화가‧시인, 서학동예술마을 촌장
■ 인생엔 더 중요한 게 많거든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나온 딸이
고학으로 어렵게 공부를 마친 가난한 화가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정 부모님은 그런 딸을
말렸다. 사랑으로 낳아 정성으로 키운 딸이
좋아하는 일하며 평범한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일 테니.
하지만 힘든 환경 속에서도 당당하고, 꿈 앞에서
한없이 뜨거운 그 남자를 사랑했다. 그래서
임현정 씨는 화가의 꿈을 잠시 미루고 대신
화가의 아내로 사는 편을 택했다. 교수가 되고
싶어 오랜 시간 배움을 이어 나가는 남편 대신
두 아들을 포함한 네 식구의 생계를 해결하는
가장이 되어야 했다. 사랑하는 남편의 꿈이기에
힘든 시간을 한 마음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온 남편의 교수 임용이
좌절됐을 때 그녀는 참 많이 힘들었다. 교수가
되지 못했다는 그 사실보다 현실 앞에 무너진
남편의 꿈이 너무나도 아팠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바탕 시련과 좌절을 겪은 후 들어오게 된
서학동. 그녀는 서학동에서의 삶이 제법
마음에 든다. 인생엔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학동에는 슬픔 앞에서 같이
울어주고, 기쁨 앞에서 함께 웃어줄 사람들이
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조심스레 자신의
꿈을 꺼내본다. 화가의 아내 임현정이 아닌,
화가 임현정의 이름을 건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이제 그녀가 ‘진짜’ 행복해질 차례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인간미 있게,
따뜻하게 정을 나누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을에 오는 분들도 행복하고 저도 행복하고,
다 같이 행복한 삶.
그걸 서학동예술마을에서 꿈꿨으면 좋겠어요.
- 임현정 / 화가, 그리고 화가의 아내
방송: 2019년 5월 12일 (일) 밤 10시 35분 KBS 2TV
책임프로듀서 : 최기록
연출 : 최현정
글, 구성 : 최지희
자료조사 : 김명진
조연출 : 신동호
내레이션 : 안정훈
[출처] kbs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