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해영 씨의 이상한 진료실
전라남도 영광의 한 재래시장,
그 옆의 작은 내과 병원.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부터
병원의 문을 여는 건 다름 아닌 환자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침대에 불을 넣고,
온풍기도 켜고, 찜질팩도 정리한다.
이뿐이 아니다. 동짓날엔 팥죽이,
김장철엔 갓 담근 김치까지...
수시로 먹을 것들이 병원 진료실로 몰려든다.
환자와 의사가 스스럼없이 대하고
툭하면 떡이나 과일을 나눠 먹는 병원,
대체 이 시골병원엔 어떤 이야기가 있는 걸까?
원장 해영 씨(54)는 오는 환자들을
‘엄마, 아버지, 이모, 삼촌’으로 부른다.
가운도 벗고, 반말도 섞어가며 다정다감하게
진료를 보는 의사, 해영씨.
그는 진료실에 온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병의 반은 치료된다고 믿는 의사다.
해영 씨의 이런 철학은 9년 전,
위암으로 크게 아프면서 겪었던
환자로서의 경험 때문이라는데...
환자가 되어 수술대에 오른 순간,
인생의 의미에 대한 고뇌가 찾아왔다.
‘내가 이 세상에 왔다 가는 이유가 뭘까?’
그 고민의 답은 ‘나를 기억해줄
사람들은 모두 병원에 있었다.’ 였다
그렇게 해영 씨(54)는 수술한 지
일주일 만에 병원으로 돌아갔다.
영광미래의원
전남 영광군 영광읍 신남로 186-29
영광미래의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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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사람도, 중고만 좋아한다'는 해영 씨,
그에겐 오래된 직원들이 있다.
12년째 근무 중인 물리치료사 재중 씨(51)는
장비를 만질 때 반복되는 마찰 때문에,
왼손에 혹처럼 큰 굳은살이 생겼을 정도.
부모님을 따라 화순으로 귀촌한 영희 씨(40)는
8년째 매일 한 시간 반을 달려 병원에 출근한다.
‘오늘은 어떤 환자가 반겨줄까?’
출근길이 ‘소풍 가는 날’인 것 같이 느껴진다는데!
그리고 얼마 전 합류한
데스크 직원 김 설 씨(35)까지.
이들은 매일 점심, 환자들이 가져온
반찬으로 밥을 지어 먹는 끈끈한 ‘한 식구들’
‘3분 진료’가 대세처럼 된 진료 현실.
분명 해영 씨(54)의 내과 병원은 조금
‘이상한’ 곳이다. 어젯밤 꿨던 꿈 얘기를
늘어놓는 할머니 환자부터,
대놓고 엄살 부리는 환자까지.
진료실을 놀이터나, 사랑방으로 여기고
드나드는 이들에게,
이곳은 아프지 않아도 가고 싶은
특별한 곳이라는데...
아무 때나 들러 커피 한 잔 마시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병원.
전남 영광의 조금 ‘이상한’ 진료실로 가보자!
인간극장
보통사람들의 실제 삶을 밀착취재하여 제작한 휴먼다큐프로그램.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수 있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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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이상한' 진료실
환자 가까이 가겠다며 전라남도 영광 시장 통에
병원을 연 의사 정해영 씨(54)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환자들은 병원이 내 집 같다면서
팥죽이야, 동치미야, 김장철이 되면 김치까지
싸 들고 병원에 온다.
병원이라기엔 좀 '이상한' 진료실 풍경~
해영 씨는 흰 가운도 입지 않고
반말도 섞어가며 환자들을 '엄마', '아버지', '삼촌', '이모'라 부른다.
의사가 먼저 권위나 엄숙함을 벗어버리니
환자들도 자연히 진료실이 편해졌단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아무 때나 쉬어갈 수 있는 병원
해영 씨(54)는 그런 친근한 병원을 꿈꿔왔다.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들어주기만 해도
병의 절반은 낫는다고 생각하는 해영 씨.
전날 밤 꿈 이야기부터 농사 이야기까지
의사 앞에 앉은 할머니 환자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데...
그뿐이 아니다. 병원 구조도 좀 특이하다.
환자 대부분이 연세 드신 분들이라
앉았다 일어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그걸 배려해 해영 씨는 양쪽으로 침대를 두고
환자를 보고 있다.
오른쪽 환자는 천천히 일어나 옷 입고 나가고
그동안 왼쪽 환자 문진을 시작하는 것.
이러니 환자는 마음도 몸도 한결 더 편해졌다.
# 내가 환자가 되어보니...
9년 전, 평소와 같이 병원에 출근하던 날
몸에 이상한 증상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해영 씨(54)는
조기 위암을 진단받았고
위의 3분의 2 정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생사가 오갈 정도로 아팠던 해영 씨(54).
처음엔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감당하려 했다.
외로운 결심으로 수술대에 오르니 드는 생각
'내가 이 세상에 왔다 가는 이유가 뭘까?'
가족도, 친척도 그 순간엔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했던 시간.
해영 씨(54)는 수술 후 일주일 만에
곧바로 병원으로 복귀했다.
내가 필요한 이들은 환자들이었고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은 바로,
병원 진료실이었다.
아파본 의사, 해영 씨는 그날 이후
환자를 만나면 손 한 번 더 잡아드리고
하소연도, 어리광도 다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병을 고치는 것보다 마음을 먼저 어루만지는 게
더 값진 치료라는 걸, 환자가 되고 나서
깨달았다는 해영 씨.
그의 소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해영 씨에겐 '천군만마'가 있다?!
해영 씨(54)의 가족은
아버지부터 막내 여동생까지, 모두 의사.
한집에 의사만 넷이라는데...
그중 서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IT 회사에서 일했던 해영 씨.
그는 서른하나에 의대에 입학해
마흔에 개원한 늦깎이 의사다.
해영 씨가 집 가까운 광주 시내가 아니라
전남 영광 시장 통에 병원을 연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시골 어르신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언제든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이 특별한 또 한 가지,
바로 오래된 '중고' 직원들~
12년째 일하고 있는 물리치료사,
박재중 씨(51)는 해영 씨의 든든한 동료.
또 응급구조사로 인연을 맺었던
박영희 씨(40)는 8년 전부터 접수부터
병원 살림까지 도맡고 있다.
여기에 매일 출퇴근을 함께 하는
어머니 박순화 씨(82)는
해영 씨 병원 바로 옆 약국의 약사다.
모두가 해영 씨의 '천군만마' 같은 이들이다.
# 한 곳쯤 이런 병원이 있으면 좋겠어~
“새벽 첫 차를 타고 온 환자들이
병원 문 열기도 전부터 추운 데서
기다리는 게 마음에 걸려
아예 병원 문 열쇠를 환자에게 줬어요.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주인도 없는
병원에 들어와 주인처럼 불을 켜고
침대를 데우고 진료실 청소를 한다.
급기야 병원 주방에서 아침밥을 안치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아침밥을 못 먹고 오는 병원 직원들 먹으라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차려주신단다.
동치미가 잘 익었다고 김치통을 들고 와
해영 씨(54)에게 다짜고짜 맛을 보라는 할머니.
이쯤 되면 환자들이 몸이 아파서만
오는 게 아닌 듯하다
밥은 먹었는지, 별일 없는지,
그저 사랑방 드나들 듯이 오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안부를 나누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곳은
분명 좀 '이상한' 진료실이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해영 씨의
이상한 진료실로 가본다.
1부 줄거리
환자를 위한 병원을 만들겠다며
영광에 개원한 원장, 해영 씨.
병원을 내 집처럼 돌봐주는 환자들 덕분에
오늘도 병원은 평화롭게 흘러간다.
'엄마, 아빠'하며 환자들을 정성껏 진료하는 해영 씨.
직원들의 병원 사랑도 해영 씨 못지않은데,
환자들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각종 음식을 가져와서 밥도 차려주며,
병원 식구들을 챙긴다.
해영 씨의 집.
혼자 사는 집이라 온기가 부족한데...
간단한 집안일을 마친 해영 씨는, 곤히 잠에 들고
다음날, 평소와 같은 병원.
한 손님이 나물을 팔아 달라며 병원에 찾아왔다!
연출 : 박중언
글 : 서지숙
조연출 : 이가람
취재작가 : 김지영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김지영 취재작가 (02-782-8222)
방송일시 2025년 1월 27일 (월) 1월 28일
1월 29일 1월 30일 1월 31일(금) 오전 7: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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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