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84회
연탄의 추억, 맛의 온기를 나누다
겨울이면 연탄부터 챙겨놓아야
마음이 놓이던 시절이 있었다.
양은 냄비에서 익어가던 밥과 찌개,
연탄불에 기름이 뚝뚝 떨어지며
굽던 온갖 생선과 고기들
연탄불 위에만 올라가면
모든 게 맛있어지곤 했다.
어느새 지나간 추억이 됐지만,
여전히 연탄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연탄에 굽고 끓여야 제맛인 음식도 있다.
하얀 재가 될 때까지 뜨겁게 타올라
따뜻한 온기로 품어준 연탄!
한해의 끝자락, 연탄 한 장의 온기를 나누듯
따뜻한 사연을 차려낸 추억의 밥상을 만난다
■ 자갈치 시장 연탄구이 노포,
세월을 익히고, 추억을 굽다 – 부산광역시 중구
* 자갈치원조연탄불산꼼장어 김천횟집
문의: 0507.1313.3962
주소: 부산 중구 자갈치해안로 47-1
* 백화양곱창 1호집
주소: 부산 중구 자갈치로 23번길 6
고소한 냄새와 연탄 타는 냄새가 공존하는 곳.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젊은이들에겐
색다른 맛과 경험을 안겨주는 연탄구이!
부산 자갈치시장은 오랜 세월 대를 이어온
연탄구이 노포들이 모여있는 대표적인
연탄구이 명소다. 자갈치시장의 명물로
손꼽히는 곰장어도 연탄불에 구워야 제맛이다.
6.25 전쟁 이후 버려지던 살을 연탄불에
구워 값싼 안줏거리로 팔았던 곰장어는
오독오독 쫄깃한 식감에 은은한 불맛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자갈치시장 뒷골목,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더 유명해진 양곱창집도
60년 넘게 연탄불이 꺼지지 않은 연탄구이
노포다. 손수레 보관 창고였던 자리에
여럿이 함께 가게를 열었던 모습 그대로
번호가 붙은 작은 가게들이 한데 모여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딸과 함께
25년째 연탄불 앞을 지키고 있는 김시은 씨.
"연탄불을 보면 그리운 추억들이 떠오른다.
또 연탄에 구우면 무엇이든 다 맛있다”고
말한다. 화력이 좋으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연탄은 곱창의 겉은 타지 않고
속까지 익혀주고, 특유의 불향을 입혀
감칠맛을 더한다. 여기에 옛 추억이 더해지면
멈출 수 없는 맛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소의 위 부위인 양과 내장 부위들을 소금,
마늘, 참기름에 버무려 구운 고소한 소금구이와
매콤한 감칠맛의 양념구이, 쓰린 속을
달래주는 양곰탕과 양수육까지.
쉽게 꺼지지 않는 연탄불처럼 오랜 세월
희로애락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연탄구이 노포 추억의 맛을 만난다.
■ 막장, 그 뜨거운 날의 추억
-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 광산진폐권익연대 태백지회
* 원조태성실비식당
주소: 강원 태백시 감천로 4
* 태백체험공원
주소: 강원 태백시 소도길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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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연락처,촬영지,장소,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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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서민들의 연탄 수요가
줄어들면서 강원도 태백시는 한 때 50곳이
넘는 탄광이 모여있던 대표적인 석탄 도시.
마지막 남아있던 장성광업소가 폐광되면서
태백의 탄광 시대도 막을 내렸다.
땅속 수백 미터 아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석탄을 캐던
광부들. 갱도의 가장 끝, 위험을 감수하며
막장을 누볐던 이들은 저승사자도
무섭지 않던 산업역군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갱도 밖으로 퇴근하는
광부들을 기다리는 건 ‘실비’라는 이름을 내건
고깃집들이었다. 태백 황지동에 자리 잡은
연탄 한우 구이집들도 그중 하나.
은은한 연탄불에 구운 고기 한 점과
술 한 잔은 광부들에게 살아 나왔다는
안도였고,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위로였다.
갱도에서 광부들이 석탄을 캐면 탄과 폐석을
분리하는 선탄장으로 옮겨졌다. 쉴 새 없이
탄을 줍고 망치와 삽을 들어야 했던 선탄부들은
남편 대신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던
광부의 아내들이 많았다.
태백의 명동으로 불렸던 철암동에서
선탄부로 살아온 정옥녀 할머니도 남편이
사고로 순직한 후 28년 동안 선탄장을
누볐다. 손가락 마디마디 휘고 뭉툭해진
김말순 할머니의 손은 눈물과 한숨을 삼키며
자식들을 키워온 여성 광부들의 고단한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나물 반찬이
전부였던 도시락도, 도시락 반찬들을
모아 끓인 잡탕찌개도 꿀맛 같았고, 월급날이면
연탄불에 삼겹살을 구워 탄가루로 칼칼해진
목을 풀곤 했다. 육수를 넉넉하게 붓고
수제비를 넣어 양을 늘인 물닭갈비는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던 광부들의 특식!
어머니로, 또 아버지로, 누구보다 뜨겁게
자신을 불태우며 살았던 태백 광부와
선탄부들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밥상을 만난다.
■ 연탄 한 장의 온기, 시린 몸과 마음을 품다
–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 부산연탄은행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높은 빌딩 사이
섬처럼 자리 잡은 매축지 마을은 연탄이
추억이 아닌 현실이다. 부산에서 20년째
연탄 산타로 살고 있는 강정칠 씨와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올해도 연탄 나눔을
위해 마을을 찾았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지만,
여전히 연탄이 아니면 겨울나기 힘든 이들이
전국에 6만여 가구. 바다를 매립해 만든
땅이라 해서 ‘매축지’라는 이름을 얻은
이곳도 그중 하나다. 오랫동안 연탄으로
정을 나누며 살다 보니 가족이나 다름없게
됐다.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매축지 마을 사람들에게 연탄은
여전히 현실이다. 마구간이 있던 자리에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생겼고,
인근의 공장들이 많아 골목마다
사람들로 넘쳐났다.
공동 수도에 줄을 서 물을 받느라 밤잠을
설치며 살던 시절, 연탄이 떨어지면 새끼줄에
묶어 연탄을 사다 나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밀가루도 부족해 보리등겨 가루로 수제비를
끓여 먹곤 했던 그때, 연탄불에 냄비밥을
하면 이보다 더 맛있을 수가 없었다.
일제강점기 세워진 조선방직 공장 노동자들의
술안주로 ‘조방낙지’라는 이름을 갖게 된
낙지볶음과 연탄불에 구워야 맛있는
고등어구이는 냄새만으로도 추억을 부른다.
어렵고 힘든 날들이었지만,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고 마음을 나누며, 제 온기를
기꺼이 나누어주는 연탄 한 장이 되어
살아가는 매축지 마을 사람들의
넉넉하고 따뜻한 밥상을 만난다.
■ 프로듀서 임기순
■ 연출 최영일 / 작가 전선애
■ 내레이션 이문세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방송일시 2024년 12월 19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KBS1TV)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