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미리보기
열네 살 나는 농부다
꿈이 사라진 시대라고들 말한다.
그저 공부 잘하는 것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그리고 돈 많이 버는 것이
아이들의 이정표이자 목표가 돼 버린 시대.
그런데 여기,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로드맵을 구축해 놓고
그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한 소년이 있다.
경북 봉화에 사는 열네 살 배재현 군이
바로 그 주인공!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재현이는 굴착기는 기본
지게차, 트랙터, 이앙기까지
못 다루는 농기계가 없다.
담배밭, 고추밭 등 집안의
농사 스케줄을 줄줄 꿰고 있는 데다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도 눈만 뜨면 일거리를 찾아
밭으로 달려 나가는 열혈 농사꾼이다.
컴퓨터 게임을 해도 농사짓는 게임만 하고
공부는 뒷전이요, 오로지 농사와
농기계에만 관심을 쏟는
재현이 때문에 엄마 김창숙(42) 씨는 애가 탄다.
농사가 절대 쉬운 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아직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나이에
너무 일찍 자신의 길을 정해버린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스러운데..
하지만, 질풍노도의 젊은 날을 보냈던
아빠 배기화(42) 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 보고 깨지고
일어서도 봐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에
기꺼이 아들의 농사 스승이 되어
농부 수업을 하는 중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이미
굴착기 운전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준비된 농부 재현이.
이제 막 농부라는 꿈을 싹틔우기 시작한
열네 살 소년의
반짝이는 여정에 동행해 보자.
# 농사 신동이 나타났다!
한창 수확 철을 맞은 봉화의 한 담배밭.
후드득후드득 담뱃잎 따는 소리로
가득한 이곳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다.
아직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로
담배밭을 누비는 열네 살 소년, 재현이다.
올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재현이는
근방에선 모르는 이가 없는 농사 신동.
아기 때부터 굴착기만 보면
울음을 뚝 그쳤다는 전설의 소유자답게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아빠 무릎에 앉아
각종 농기계를 타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에 관심을 갖고 돕게 됐다.
굴착기, 트랙터, 지게차, 이앙기까지
못 다루는 농기계가 없어서
6만 평(약 20만 제곱미터)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아빠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농기계들을 직접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은 기본.
컴퓨터 게임도 농사짓는 게임만 할 정도로
농사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재현이.
영어 수학 대신 농사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재현이에겐
지금 이 시간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 아빠는 나의 우상
재현이에게 있어 모르는 게 없고
뭐든지 잘하는 아빠 배기화(42) 씨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우상이자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봉화가 고향인 기화 씨 역시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 자라 어릴 때부터 농사를 도왔고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아 학창 시절엔
온갖 만들기 대회를 휩쓸었다.
그런 자신을 쏙 빼닮은 재현이에게
기화 씬 언제나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고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어린 나이에
서울에 올라가 고생깨나 해봤던 기화 씨.
그러다 다시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게 되면서 기화 씬 비로소
무언가를 키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됐고
농사를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재현이도 스스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을 때까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지켜보자는 쪽이고, 아들이 정말 농사를
좋아하고 농사꾼이 되기를 꿈꾼다면
일찍 길을 열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엄마 김창숙(42) 씨는
그런 재현이의 모습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남들 보기엔 너무나 기특하고
칭찬이 자자한 농사 천재 효자 아들이지만
꼬꼬마 시절부터 농사 외길만 파고 있으니
안심보다는 걱정이 크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넒은 세상을 알고 난 후
진로를 정해도 늦지 않은데
배움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고
무엇보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농사짓겠다고
집으로 달려오는 재현이가
또래와 함께 어울리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우려스럽다.
#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농부'를 꿈꾼다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이지만
재현이는 자신이 진학할 학교도
이미 정해놓았다.
농업계 특성화고등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농사를 공부하고,
이후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워놓았다.
그래서 나중에 우리나라 최고의 농부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넓은 땅이 있고 기후가 다른 외국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글로벌 농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러려면 비교적 여유로운 지금,
필요한 자격증들을 미리 따놔야 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봄,
굴착기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올해가 가기 전에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앞으로 세계 농업계를 좌지우지할
큰 농사꾼이 되겠다며
야무진 포부를 펼치고 있는 열네 살 소년 농부,
그 작고 소중한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1부 줄거리
농부가 꿈인 열네 살 재현이.
여름 수확 철을 맞아 바쁜 담배밭에서
최연소 농부로 한몫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이번엔 지게차를 끌고 등장하는데..
어린 나이에도 농기계를
능숙하게 운전하는 재현이는
담배를 포장하는 일부터 박스를 옮기는 일까지
도맡아 하는 만능 일꾼이다.
이른 아침부터 아빠를 따라 작업장에 나온 재현이.
지게차로 박스 3단 쌓기를 하며
수준급 실력을 뽑내는데..
순간, 박스가 쏟아지고 말았다!
연출 : 장선영
글 : 최근주
촬영 : 임한섭
조연출 : 양수정
취재작가 : 오선미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오선미 취재작가 (02-782-5555)
방송일시 : 2024년 9월 9일(월) 9월 10일
9월 11일 9월 12일 9월 13일(금) 오전 7:50~8:25
5929회 5930회 5931회 5932회 5933회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