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25회

 

밥도둑, 허기진 마음을 훔치다

 

적은 양으로 밥 한 그릇 거뜬히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밥반찬들은 너무 맛있어서 밥을 훔치는

도둑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말았다.

쌀은 늘 부족하고, 귀했으니 입맛을 돋워

밥 많이 먹게 하는 반찬이 좋지만 않았던 것.

하지만, 밥심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밥과 잘 어우러져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준

밥반찬들은 밥상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간장게장, 젓갈, 장아찌처럼 오래 스며들고

곰삭아 밥상의 부족함을 채우고 허기진

마음까지 달래주던 밥도둑들에 담긴

맛의 사연을 소개한다.

 

 

오래된 밥의 단짝, 젓갈과 식해

- 어머니의 밥도둑을 만나다

 

■ 울진 소개된 곳

-김월랑김치식해/

연락처 전화번호 0507-1399-4060

동해 생선김치, 식해 등 판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밥상에서 생선,

어패류 등 소금에 절인 젓갈은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밥도둑이다. 서해가 소금에 절인

젓갈이 중심이라면 동해는 곡식과 엿기름으로

발효시킨 식해가 발달했다.

경상북도 울진 죽변항, 대구에서 새벽길을

달려 어판장을 찾은 김월랑, 박영태 씨 부부는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해 자주 고향 바다를

찾곤 한다는데. 바닷일에 밭일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못했던 어머니, 손맛도, 부지런함도

어머니를 제일 빼닮은 막내딸 월랑 씨가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소금이 부족했던 동해안에선 젓갈보다

조밥과 엿기름을 넣어 삭히는 식해가

더 익숙한데, 어릴 적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랐던 멸치식해는 가족들이 첫손에 꼽는

밥도둑! 이맘때 나오는 크고 단단한 가을 멸치에

조밥과 엿기름, 무채를 넣고 버무리면 절로

침이 고인다. 쫀득한 식감이 매력인 횟대기는

소금에 푹 절여 식해도 담고, 김치에도 넣으면

겨우내 반찬 걱정 덜어준 고마운 반찬이었단다.

푹 끓인 고등어를 발라내 얼갈이배추,

부추 잔뜩 넣고 끓인 고등어국과 꽁치젓갈에

무친 해초무침까지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나는

음식들이 상에 오른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리운 옛 맛이 밥을 부르는 밥도둑이라는

김월랑, 박영태 부부의 밥상에 함께해본다.

 

 

 

 

밥도둑계의 1인자, 게장

- 아버지의 바다가 준 선물

 

■ 태안 소개된 곳

-마검포저녁노을횟집/

0507-1390-8271

 

충남 태안, 마검포 앞바다를 25년째 누비고 사는

최용식, 강영희 부부는 서해 황금어장을 찾아온

가을 꽃게 덕분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바쁘단다. 일곱 남매의 맏딸로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 친정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손 거들었다는 영희 씨는 어려서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 도시에서 건설업으로

잘 나가던 부부는 IMF를 겪고 아버지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부로 사는 딸과 사위는 안 잡히면 안 잡히는

대로, 잡히면 잡히는 대로 오늘도 이만하면

더 바랄 게 없단다. 밥도둑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주인공 꽃게! 갓 잡은 싱싱한 꽃게에

고추씨, 울금가루 등 비법 재료들을 넣고

한번 끓인 간장물을 부어주면 최고의 밥도둑

간장게장이 완성된다. 먹기 좋게 자른 꽃게를

갖은양념에 무친 양념꽃게장과 똘짱게튀김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맛이라는데. 빈손으로

돌아온 부부를 넉넉하게 품어준 바다의

가을 선물들이 밥도둑이 되어 밥상에 오른다.

 

 

 

 

예산의 별미 밥도둑, 집장과 삭힌김치

 

■ 예산 소개된 곳

-토담골/ 041-337-0357

예산 삭힘김치, 집장 등 예산 향토음식

 

예산 토박이 조연원 씨와 귀촌한 김형애 씨는

예산의 토종맛을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숨어있는 오래된 밥도둑을

찾아 알리는 게 큰 즐거움이라는데. 한 배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형제 마냥 입맛도 솜씨도

닮아가는 십년지기란다. 보리 수확이 끝나는

늦여름, 보리와 콩을 섞어 메주를 띄우고 말려

빻은 가루에 오이, 가지, 표고, 고추, 소고기와

말린 대하까지 육해공이 총동원되는

예산 집장은 집장 하나로 부족함 없는 밥상을

차려냈던 어른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그대로

밥반찬이 되기도 하지만, 전골이나 국수의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김장철에 새우젓만

넣고 담가 삭힌 일명 ‘홍어맛김치’로 부르는

삭힌김치는 버려지는 배추 겉잎과 시래기를

모아 담는다. 일부러 깨진 독에 담아야 물이

빠져 쿰쿰하게 잘 삭는다는데. 삭힌김치에

들기름 두르고 쌀뜨물만 넣어 자박하게 끓인

삭힌김치찌까지 밥상의 부족함을 채워주던

예산 사람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있다.

 

 

 

 

먹어본 사람만 아는 밥도둑,

3대째 대를 잇는 장흥 토하젓

 

■ 장흥 소개된 곳

-장흥식품/ 061-863-2294

토하젓, 각종 젓갈류 판매

 

전라남도 장흥, 3대째 토하젓을 담고 있다는

김권천 씨. 추수를 앞둔 이맘때면 논에 물을

빼고 토하를 잡아 젓을 담그는 시기란다.

예전에는 논도랑에 가면 흔하게 잡을 수 있던

토하지만 요즘은 서식지를 만들어 두고 토하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4대째

가업을 잇겠다는 막둥이 아들 송민이가

권천 씨의 뒤를 따른다. 참나무 가지를 꺾어

그물망 위에 올려놓고, 물 위에 던져놓으면

토하 미끼 완성. 땅속에서 겨울을 나고 알을

낳는다고 해 붙은 이름 ‘토하’. 남도 밥상에

빠지지 않고, 먹어본 사람만 아는 별미 밥도둑

토하젓의 재료가 된다. 1930년 조부모 때부터

젓갈 장사를 시작해 서울까지 명성이 자자했던

이유는 토하젓 만드는

특별한 비법 덕분이라는데! 이물질을 제거한

토하는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비법대로

소금이 아닌 멸치액젓을 넣고 숙성시킨다.

항아리에 담아 2~4년 숙성시킨 다음 삶은 팥,

과일, 표고가루 등 갖은 재료들을 넣어

버무려준다. 미리 숙성시켜둔 토하는 파전을

부칠 때도 두부찌개에도 토하젓 하나면

맛도 살리고, 몸도 살리는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준다. 얼마나 맛있으면 밥이 굴어지는지

(줄어드는지)도 모를 정도라는데.

80년 젓갈 집안의 내력이 담긴

토하젓 한 상이 차려진다.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남호우 / 작가 전선애

■ 방송일시 2023년 10월 12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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