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미리보기

 

엄마는 보물상

 

여기 매일 같이 아찔한 높이의

집게 차에 오르는 여인이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23년째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편은영(49) 씨.

커다란 집게 차를 끌고, 고물을 찾아 길을 누비고,

묵직한 폐자재를 번쩍 들어 올린다.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일들을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그녀.

그 덕에 근방에선 ‘고물상 편사장’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데.

그녀가 이렇게 맘 편히 바깥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집안 살림을 단단히 챙겨주는

내조의 왕, 남편 심정보(57) 씨가 있기 때문이다.

 

비를 쫄딱 맞으면서 고물을 거둬온 날,

문을 열자마자 얼큰한 냄새가 풍겨온다.

남편의 ‘강원도 막장 수제비’,

두 사람을 결혼에 이르게 한 애증의 수제비다.

손맛 좋고 살림에 소질 있는 남자.

 

 

 

 

12년 전부터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를 돕기 위해 고물 일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아내는 까다로운 상사.

그 눈에 들기가 쉽지 않다.

아내가 가져오는 고물을 정리하는 게 정보 씨의 일.

깨끗이 분리해라, 비닐 벗겨라

한 번 시작하면 끝나지 않는 잔소리 돌림 노래에

정보 씨 귀에 털이 날 정도라는데, 오죽했으면

휴대전화에 아내 이름을 ‘편마녀’로 저장해 놓았을까.

 

은영 씨가 억척스러운 ‘마녀’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네 살 무렵,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의 모진 학대 속에 자란 은영 씨.

열여섯에 집을 뛰쳐나오며 그녀는 결심했다.

나는 절대 당신 같은 엄마는 되지 않을 거라고.

서울에서 재봉 일을 배우며 공장에 취직할 무렵

남편 정보 씨를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현실은 팍팍했다.

우유 배달, 대리운전, 호떡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그 모습을 딱하게 본

고물상 사장님이 일을 가르쳐주었고,

그때부터 은영 씨는 밤낮으로 고물을 찾아다녔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마녀’가 되어도 좋았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삼 남매,

알아서 제 길을 척척 찾아갔다.

큰딸은 미대를 나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둘째 딸은 모교에서 체육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대학교 조교로 근무하며

회계사를 꿈꾼다.잘 자라 준 아이들을 보며

고마우면서도 엄마로서 미숙했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은영 씨.

그러나 어느새 어른이 된 아이들은

엄마의 인생을 알아주고 있다.

큰딸 미리(27) 씨, 고물 일로 힘들어했던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다희(26) 씨는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일했던 엄마가 대단하다 느껴진다는데.

고물상 23년, 돌아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보물이었다. 돈 버느라 바쁜 나 대신

삼 남매를 따듯함으로 품어준 남편도 보물,

착하고 반듯하게 자라준 삼남매도 보물.

그렇게 빛나는 보물로 인생을 채워가는 엄마는,

보물상이다.

 

채 널 : KBS 1TV 07:50 ~ 08:25

프로듀서 : 정병권

제 작 : 타임프로덕션(02-782-8222)

/ 연출 : 박정규 / 글․구성 : 김수진

보도자료 문의 : 서예진 취재작가

 

방송일시: 2023년 5월 22일(월) 5월 22일

5월 22일 5월 25일 5월 26일 (금) 오전 7:50~8:25

5588회 5589회 5590회 5591회 5592회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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