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미리보기

 

학교 가는 길

 

동이 채 트지도 않은 캄캄한 꼭두새벽,

전남 영암,

생선가게에 딸린 집을 나서는 한 부부가 있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호탕한 웃음소리의 서경임(74) 씨와

그녀의 남편 정백안(79) 씨가 바로 그 주인공

 

결혼 55년 차인 부부는 살아온 인생마저 닮았다.

두,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학교 다닐 나이엔 일하고 먹고살기 바빴다.

 

없는 살림에, 목침 하나 놓고 결혼한 부부.

농사일에 품을 팔고, 생선 파는 장돌뱅이로

삼남매를 키웠지만, 면사무소에서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할 땐, 그렇게 서러웠단다.

그런 부부가 지금, 학교에 다닌다.

 

 

 

 

제일정보중학교

061-276-4948

전남 목포시 산정로104번길 5  
지번 산정동 1052-16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성인들을 위한

학교를 알게 된 경임 씨는

함께 다니자며 3년간 남편을 졸랐고,

마다하던 남편도 좋아하던 술도 끊고,

학교 가는 길에 동행했다. 영암에서 목포까지 시

외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학교 가는 길~

초등 3년을 마친 부부는 지금 중학교 1학년!

 

학교는 꼭 그리운 친정 같다.

다정한 김광복(59) 담임선생님은 부부에게

엄마 같고,같은 반 친구들은 동생들 같다는데...

난생처음 학교에 와, 교복도 입어보고

수학여행도 가고, 서러운 인생을 녹여, 시도 쓴다.

 

일주일에 삼일은 중학생, 이틀은 생선 장수~

해남과 영암의 오일장을 오가며

장사한 지도 50년이 넘었는데,

남편이 이젠 그만두자 해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경임 씨는 쉽게 놓지 못한다.

 

학교가 부부를 웃게 한다.

선생님 보고 웃고, 반 친구들 보고 웃고,

인생이 담긴 글을 보고 웃고,

오늘도 웃으며 손 꼭 잡고 학교에 간다.

 

 

 

 

# 여보, 학교 갑시다

 

영암에서 목포로 가려고

캄캄한 새벽 손을 잡고 나서는

일흔아홉 정백안, 일흔넷 서경임 씨 부부는

올해로 중학교 1학년 영암에서 학교가 있는

목포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고

둘러둘러 가는 먼 길, 왕복 서너 시간이 걸려

학교에 간다.

 

평생, 못 배운 설움을 그 누가 알까

어느 날, 책가방을 메고 가는 지인을 보고

목포에 있는 성인들을 위한 학교를 알게 된

아내는 학교에 다니자 남편 정백안(79) 씨를

3년간 설득했다. 어린 시절, 공부보다

입에 풀칠하는 게 먼저였고, 결혼 후에는

삼남매를 키우는 게 먼저였던 부부는

70이 넘은 나이에, 태어나 처음으로

책가방을 멘 학생이 됐다.

운동장에 발 하나 디디면 엄마도 아내도 아닌

학생이 된다며 경임 씨는 활짝 웃는다.

 

학교에 가면 다정한 엄마 같은

김광복(59) 담임선생님이 있고,

언니 오빠라고 부르며 부부를 살뜰히 챙기는

같은 반 동생들도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한문, 아내가 좋아하는

국어, 도통 모르겠는 영어도 배우고

체육 시간에는 난생 처음 왈츠도 춰본다.

살다보니 이렇게 재미난 날이 온다.

경임 씨, 늦복이 터졌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 날개옷 입고 학교 갑니다

세 살 때 부모 잃고 기약 없는

이별 눈칫밥에 익숙해 살아온 삶

밤하늘에 별과 달은 그리움을 나눌 친구

 

일만 알던 나의 남편 함께 나서준 배움 길

날마다 벗하던 일복도 쉬는 날이 생겼네

옷장만 지키던 외출복도 바깥구경하네

 

배움의 날개옷 입고 꿈을 향해 날아가보네

이제 다시 뒤돌아보지 않으리

-서경임(74), 시 ‘날개옷’

 

부부는 두,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머잖아 어머니도 곁을 떠났다.

남편 백안 씨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길을 찾아야 했고, 경임 씨는

출생신고도 하지 못해 ‘천둥이’로 불렸단다.

열여섯에 마을 이장님이 호적정리를

해주면서 ‘서경임’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그러나 글을 모르니, 이름 한 번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는데... 일고여덟 학교 갈 나이에

남의 집 아기를 업고 일했다는 경임 씨

제 나이에 학교 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단다.

 

경임 씨는 요즘,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한 번 써보라던

그림일기를 시작으로 인생을 글로 담아내는데...

남다른 글 솜씨로 수많은 상을 휩쓸고 있다.

평생 바람이라면, 자식들 잘되는 것뿐이었지만

100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는

그녀는 ‘자서전’이라는 원대한 꿈도 생겼다.

목포 시낭송 대회에서 시 낭독까지 부탁받은 부부

그녀의 글꽃 인생은 탄탄대로~

배움의 날개옷 입고 꿈을 향해 날아가본다.

 

 

 

 

# 일주일에 이틀은 생선장수, 삼일은 학생으로~

 

어린 나이에 보잘 것 없는 나를 만나 평생을

시장에서 얼음물에 손 담가가며

애들 공부시키랴 먹고 살기 바빠 고생만 하다

그렇게 노래하던 공부 이제 마음의 짐 벗어놓고

오순도순 손잡고 학교에 다니며 재미나게

살 일만 남았는데 남은 인생

당신의 손과 발이 되리라

-정백안(79), 시 ‘희망을 안겨준 당신’

 

경임 씨는 50년 넘게 오일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다. 10여 년 전 위암 수술을 한

남편도 농사를 그만둔 뒤로는 아내와 함께

장터에 다니는데 학교에 다니느라 장터 장사도

줄였다지만 일주일에 이틀,

영암읍장, 해남읍장은 꼭 간다.

 

젊은 날, 가난했던 부부. 남편은 농사를

지으며 품을 팔러 다녔고, 아내는

명태 함지박을 이고 생선을 팔러 장을

돌아다녔다. 처음 젖먹이 아기를 떼놓고

장터에 나간 날 그렇게 서러워 ‘생선 사시오’ 라는

말을 못해 울었다는 스물한 살의 아기 엄마

지금은 50년 넘도록 오일장을 지키는

터줏대감이 됐다. 옆에 있기만 해도 짱짱해진다는

남편은, 해남읍장에서는 생선포 잘 뜨기로

유명한 할아버지다.

 

배고파 흘린 눈물은 강물이 되고

부모님이 그리워 흘린 눈물은 바다가 되었다는

경임 씨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천 번을

울었다는 남편... 가난했고 배우지 못했으니

삶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 멋지게 차려입고

외출을 해도 ‘오늘은 어디 장에 다녀오냐’는

안부도 그렇게 서러웠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고부터

장돌뱅이 인생을 벗어났다는 부부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가슴이 쫙 펴진다.

왜 안 그럴까, 신문에도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고, 글을 쓰는 족족 큰 상을 받으며

부부는 지금 인생의 가장 화려한 날을 살고 있다.

 

# 배움의 꽃봉오리를 활짝 피우다

 

철없던 나이 열아홉 아이 낳고

둥지 속에 갇힌 새처럼

세상 밖 외면하고 일만 하던 나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행운 하나 배움의 기쁨

 

인적 없는 들녘에 앉아

호미자루 연필 삼아 밭고랑을 노트 삼아

한 맺힌 공부 만개하듯 풀어내니

가슴 속 배움의 꽃봉오리 이제야 피어나네

 

흘러간 칠십 년 세월

돌아보면 구구절절 얽힌 사연 속에

눈물이 고이지만

새봄을 기다리며 맺혀 있는 꽃봉오리처럼

나는야 기쁨과 설렘으로 내일의 희망을 꿈꾸리

-서경임(74), 시 ‘배움의 꽃봉오리’

 

공부보다 노는 게 좋은 남편은 집에 널린

농사일이 더 좋고,

아내는 평생 해온 농사일보다

공부하고 글 쓰는 게 좋다.

사는 동안 말수 없던 남편은 학교에 다니면서

아내를 향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말하는 통에

아내는 웃을 일이 많아졌다.

 

평생 사랑은 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이 많은 제자를 아껴주는

다정한 담임선생님이 계시고

친동생들 같은 벗들이 생겼다.

함께 공부하고 군것질 나눠먹고,

처음으로 수학여행이라는 것도 가보는데...

2학년 학급 임원을 뽑는 날,

덜컥 ‘서경임’ 이름이 불린다!

 

굽이굽이 고단했던 인생사,

55년을 꿋꿋이 헤쳐 나온 부부

기쁨과 설렘을 안고 손 꼭 잡고 학교에 간다.

 

1부 줄거리

 

55년 인생길을 함께 걸어온

서경임, 정백안 씨 부부

 

시외버스 타고 돌고 돌아

학교에 간다.

 

배움의 기쁨을 누린 지도

올해로 4년 째~

 

부부는 50년 넘도록 오일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다.

 

아내에겐 책을 내고 싶은

꿈도 생겼는데...

 

오늘도 멀고 먼 학교 가는 길~

그런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연출 : 임원순

글 : 김은희

조연출 : 최이수

취재작가 : 최혜민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최혜민 취재작가 (02-782-8222)

 

방송일시 : 11월 21일(월) 11월 22일

11월 23일 11월 24일 11월 25일 오전 7:50~8:25

5458회 5459회 5460회 5461회 5462회

 

[출처] kbs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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