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미리보기

 

할망들은 그림이 막 좋아

 

굽이굽이 인생의 수많은 길을 걸어오는 동안

얼굴에는 주름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 주름 아래 삶의 희로 애락을 숨기고

그저 농사짓는 할머니로만 살아오던 이들.

 

그런데 그들이 어느 날 진짜 ‘그림 맛’을

알게 되면서 캔버스 위에 자신들의 지나온 삶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선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

하여 ‘선흘’이라 이름 붙은 곳.

동백동산으로 유명한 제주 선흘마을 할머니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그림 선생이

이사 오면서 역사는 시작됐다.

제일 먼저 홍태옥(86) 할머니가 붓을 들었고

뒤를 이어 동갑내기 친구 강희선(86) 할머니가,

그리고 조수용(93), 고순자(84) 등

다른 할머니들이 하나둘 합류했다.

그렇게 모인 ‘그림 할망’들이

모두 아홉명이다.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그림 수업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겨우 5개월 남짓.

할머니들이 그리는 그림은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열무 한 단, 팬티 한 장, 신고 다니던

신발 두 짝을 그렸을 뿐이지만

그 소박한 그림이 어떤 유명 화가의 작품보다

큰 울림을 준다. 특히나 그림 옆에 적힌

한마디 짧은 글들은 화룡점정.

삐뚤빼뚤 글씨는 서툴고 맞춤법도 맞지 않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삶의 이야기들이 가슴을 적신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식구는 많고 살림은

어려우니 학교라곤 초등학교도 갈까 말까,

게다가 4.3사건을 거치며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냈던 할머니들은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써보지 못했던

시간을 이제야 만끽하고 있다.

호미 대신 붓을 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림을 통해 뒤늦게 삶의 해방구를 찾은

황혼의 청춘들,

선흘마을 그림 할망들을 만나본다.

 

 

 

 

# 떴다! 선흘마을 그림 할망들

 

이젤을 펼쳐놓고 목탄을 잡으면

제법 화가 같은 분위기가 난다.

나무를 관찰하고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하는 표정이 한없이 진지하다.

팔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몇 시간씩 꿈쩍도 않고 그림을 그린다.

정말 좋아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지난해 서울에서 그림 선생 최소연(55) 씨가

이사 오면서 할머니들의 그림 수업이 시작됐고,

총 아홉 명의 할머니들이 함께 그림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엔 붓은커녕 연필도 한번

안 잡아봤는데 이 나이에 그림은 무슨 그림이냐며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할머니들은 그림에 아주 푹 빠졌다.

생활력 강한 제주 할머니들이다 보니

그 연세에도 들로 산으로 다니며

농사를 짓고 동백도 따느라 하루가 바쁘지만,

틈틈이 짬을 내 그림을 그린다.

여느 화가의 화실 부럽지 않은 그림방,

벽면 가득 붙여놓은 그림들 속에 담겨있는 건

직접 농사지은 오이며 보리 콩,

장에서 사 온 팬티 한 장...

한 사람이 열무를 그리면 너도나도

따라서 열무를 그리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할머니들은 늘그막에 시작한

그림 공부가 너무나 재밌고 행복하다.

 

# 할망들의 인생 블루스

 

선흘마을에서 제일 먼저 붓을 든 이는

37년생 홍태옥(86) 할머니다.

마을 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그림 수업하던

최소연 선생을 만나게 되면서

태옥 할머니도 그림을 배우게 됐다.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를 간직한

태옥 할머니는 7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여전히 그리워하는데, 그림을 만나면서

새로운 낙이 생겼고 적적함도 달래게 됐다.

그런 태옥 할머니의 뒤를 이어

그림의 세계에 뛰어든 이는 바로

동갑내기 절친 강희선(86) 할머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해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두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면서 더더욱 가까워지고

눈만 뜨면 붙어 다니는 단짝이 됐다.

그런가 하면 ‘으라차차 할머니’라는 별명이

안성맞춤인 최고령 조수용(93) 할머니와

제일 늦게 합류했지만 일취월장 실력이

쑥쑥 늘고 있는 고순자(84) 할머니까지...

할머니들은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 할망들 그림이우다, 혼저 보러옵서

 

선흘마을이 요즘 전시회 준비로 떠들썩하다.

할머니들의 작품을 혼자 보기 아까워

그림 선생은 작은 전시회를 기획했다.

장소는 선흘마을 전체. 할머니들 각자의

창고와 마당이 그대로 미술관이 된다.

막바지 준비로 바쁜 할머니들은

자신의 집 앞에 붙일 간판도 손수 적어 만들고

홍보물에 들어갈 사진도 찍고

전시장에 걸 그림도 손보느라 하루가 바쁘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회 한편에선

조그맣게 할머니 장터도 열 계획.

부지런히 동백 씨도 모아 말리고

방앗간에 가서 동백기름도 짜와야 한다.

전시회 날엔 시내에 사는 자식들도,

마을 사람들도 보러 오고,

소문 듣고 바다 건너 육지에서도

손님들이 온다는데...할머니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온 마을이

즐기는 축제 하나가 생겼다.

솜씨대로 그려낸 그림 옆에 한 자 한 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눌러쓴 할머니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또 어떤 감동을 주게 될까.

 

1부 줄거리

 

제주도 선흘마을에 그림 할망들이 떴다!

아픈 역사를 살아낸 아홉 할머니들이

평생 들던 호미 대신 붓을 잡았다.

'그림 맛'을 알게 된 할머니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데...

 

오늘은 동갑내기 홍태옥(86) 할머니와

강희선(86) 할머니가 오일장에 가는 날.

할머니들은 서로가 있어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

 

다음 날, 동백 씨를 모은 태옥 할머니.

희선 할머니에게 선물해 주려고 집에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다. 도통 전화도 받질 않는다...

 

연출 : 조창근

글 : 최근주

촬영 : 임한섭

조연출 : 이호원

취재작가 : 김자현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김자현 취재작가 (02-782-5555)

 

방송일시: 2022년 11월 14일 11월 15일

11월 16일 11월 17일 11월 18일 오전 7:50~8:25

5453회 5454회 5455회 5456회 5457회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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