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미리보기

 

나는 해남이다

 

숨비소리 가득한 마라도 앞바다.

얼핏 들으면 휘파람 소리 같고, 어떻게 들으면

돌고래가 물을 뿜는 소리 같기도 한

그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을 하고 있는

해녀들 속에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마라도 유일의 해남이자 최연소 해남인

김민종(29) 씨. 해남이 된 지 올해 6년째로 아직은

서툰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초보 해남이다.

 

사실, 공식적으로 ‘해남’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 바닷속에 맨몸으로

들어가 각종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을 우리는 ‘해녀’라고 부른다.

오랜 시간 여자들에 의해 이어져 온 일이었고,

남자들이 물질을 하는 건 암묵적으로 천시를

받아왔기에 예로부터 내놓고 물질을 하는

남자들이 드물었다. 그래서 물질을 하는 이가

남자라 하더라도 ‘해녀증’을 받는다.

제주 해남 7호 민종 씨 역시 그랬다.

 

 

 

 

마라도가 고향인 민종(29) 씨네 집은

3대째 이어오는 해녀 집안이다. 어릴 때부터

물질하는 가족들을 보고 자랐지만 민종 씬

자신이 해남이 될 줄은 몰랐다. 육지의 대학으로

진학해 경영학과 2학년까지 다니던 중 재미 삼아

해본 물질에 흥미를 느꼈고,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그길로 해남이 됐다.

해남이 되는데 대학 졸업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해남 생활은 예상대로 적성에 맞았다.

힘들고 고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바다에 가면 좋았고,

해녀 집안의 자손답게 초보치고는

물질 실력이 좋아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민종 씨를 보고 바다에 뛰어든

또 한 명의 해남이 있으니 바로 박도상(27) 씨.

제주 이호마을 토박이로 물질을 시작한 지

이제 갓 1년이 된 새내기 해남이다.

볼링을 좋아해 함께 볼링을 치던 모임에서

민종 씨를 알게 된 도상 씨는 덕분에 해남이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민종 씨에게 부탁해

물질을 배웠다. 도상 씨 역시 할머니가 오랫동안

해녀 일을 하셨던 해녀 가족의 일원. 빨리

민종이 형을 따라잡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은퇴하신 할머니처럼 상군 해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물질을 익혀나가고 있다.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고 할 정도로

고되고 위험한 바다에서의 물질.

다들 남 보기 번듯하고 몸 편한 일들만 선호하는

요즘, 바다가 좋고 물질이 천직이라며 기꺼이

해남이 된 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서슬 퍼런 할망들로 가득한 해녀들의 세계에

뛰어든 두 젊은이, 열혈 해남들을 만나보자.

 

 

 

 

# ‘해남’이 되기 위해 대학을 그만둔 남자

 

김민종(29) 씨의 고향은 마라도다. 지금도 가족들,

일가친척들과 함께 마라도에 산다.

​해녀라는 직업만 두고 봤을 때, 비유를 하자면

민종 씨는 그야말로 ‘성골’이다.

마라도 일곱 해녀들 중 민종 씨를 포함해 고모,

큰엄마, 사촌 누나까지 네 명이 혈연관계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물질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마라도 앞바다가 놀이터였으니

물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해녀 중에서도 상군인 고모가 “그렇게 물에서

노는 게 좋으면 물질이라도 하라"는 말에

오기가 발동해 처음 물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기세는 금세 꺾였다.

노는 바다와 일하는 바다는 달랐다.

5~6시간 물질을 하고 나오면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아팠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바다로 갔다.

해녀들의 유전자가 따로 있는 건지 적성에 맞고

소질도 있었다. 미련 없이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해남이 된 지 6년째. 조류에 대처하는

것도 서툴고 물안경을 두고 와 베테랑 해녀들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하는 등 아직 초보티를

다 벗지 못했지만, 민종 씨는 오색찬란한

산호초들이 가득하고 감태밭 사이로 아이들

얼굴만 한 전복이 살고 있는 마라도 바다를

사랑한다. 그에게 물질은 천직, 세상 최고의 직업이다.

 

# 여기 해남 한 명 추가요

 

제주도 이호가 고향인 박도상(26) 씨.

제주 토박이인 도상 씨네 집안 역시 해녀가 많다.

할머니도 해녀였고 이모할머니들은 현역 해녀다.

팔순이 될 때까지 물질을 하다가 은퇴하신

할머니는 매일 아침 도상 씨를 깨우러 오신다.

손자의 테왁을 손보고, 고무 옷을 처마 밑에 널어

말려주고, 도상 씨가 잡아 온 해산물들을 늘 함께

정리해 주며 당신의 뒤를 잇고 있는 손자를

자랑스러워하신다. 도상 씬 늘 물이 익숙했다.

어릴 때 수영을 했고 군 전역 후엔 스쿠버다이빙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관광객을 상대로 한

스쿠버 강습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걸로는 한 달에 백만 원 벌기도

힘들었다. 뭘 하고 살아야 할까 고민이 크던 중

민종 씨를 알게 됐고, 민종 씨 뒤를 따라

해남이 됐다. 아직은 해녀증도 안 나온,

말하자면 수습 해남. 해녀증을 신청해 두었으니

이제 해녀증이 나오면 수습 딱지를 떼고

정식 해녀가 된다. 배울 것이 많고 가야 할 길이

멀다 보니 때때로 민종 씨와 함께 물질을 하며

노하우를 배워가는 중이다. 도상 씨에게

민종 씬 같은 길을 걷는 동료이자 스승이다.

 

 

 

 

# 자랑스런 제주 해남, 바다는 우리가 접수한다!

 

제주 해녀들의 역사에서 해남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물질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그렇기에 민종 씨와 도상 씨,

젊은 해남들의 등장과 활동은 신선하다.

두 사람의 목표는 안전하게,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물질을 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물질 생명이 짧은 편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엔 여자들보다 훨씬 많은

수확을 하지만 50대가 되면 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일을

잘해서 뒤에 오는 해남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싶다. 젊고 거칠 것 없다 보니 종종

멀고 깊은 바다까지 나가 걱정을 사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해남이라는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두 사람. 물론 힘든 점도 있다. 맨몸으로

일렁이는 파도와 싸우며 수없이 자맥질을

해야 하는 물질이 고되고, 함께 일하는데도

남자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없는 점도 불편하다.

하지만 바다가 좋고 물질이 좋고 제주의

해녀 문화가 잘 계승될 수 있도록 한몫을 하고 싶다.

 

오늘도 바다에 몸을 맡기고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을 하는 두 해남의 에너지 가득한

일상 속으로 인간극장이 찾아가 본다.

 

1부 줄거리

 

숨비소리 가득한 마라도 앞바다.

3대째 해녀 집안의 막내 민종(29) 씨는

올해로 6년 차 물질하는 해녀, 아니 해남이다!

 

오늘도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물질하러 가는 민종 씨.

뜻밖의 수확에 경사가 났다.

민종 씨, 할머니한테 자랑하려는데

전화를 받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연출 : 조창근

글 : 최근주

촬영 : 임한섭

조연출 : 임아영

취재작가 : 김자현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김자현 취재작가 (02-782-5555)

 

방송일시: 2022년 4월 4일(월) 4월 5일

4월 6일 4월 7일 4월 8일(금) 오전 7:50~8:25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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