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599편 미리보기

 

놀면서 멍하니

 

은퇴 후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자식으로, 부모로, 한눈팔 새 없이 살아온 우리는

이제, 그만 일하고 싶다~

회색 건물 숲과 대비되는

싱그러운 초록의 숲속에 집을 짓고

숲이 내어주는 만큼만으로 소박한 밥을 차려내고

마당으로 불어오는 풀냄새 꽃향내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러면 어느새

지금껏 쫓았지만 알지 못했던,

행복이 슬며시 찾아든다.

어깨에 얹어놓았던 무거운 짐 내려놓고

바삐 놀리던 팔다리 쉬며

비로소 누리는 인생 쉼표, 놀면서 멍하니.

 

 

1부. 수고했소, 당신

 

6월 7일(월)밤9시30분

 

경북 문경, 해발 1,077m 황장산 자락에는

이곳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

흙벽을 두르고 너와 지붕을 얹어

자연 그대로의 집을 짓고 사는

이창순 씨 부부가 있다.

 

집 짓는 방법을 2개월 독학하고

고생 끝에 집을 지은 이유는

오직 하나, 도시에서 얻은 아내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이곳에 살면서 건강을 되찾은 부부는 지금,

자연을 놀이터 삼아

산 정상으로, 골 깊은 계곡으로 놀러 다니기에 바쁘다.

 

주변에서 얻은 건강한 먹거리는

아껴뒀던 귀한 그릇에 담아

그럴듯한 산야초 밥상으로 차려내면

세상 그 어느 곳 부럽지 않은 부부만의

산속 레스토랑이 된다.

 

“그동안은 아무렇게나 먹었지만,

이제부터는 스스로 대접하기로 했어요.

우리도 그럴 자격 있잖아요?”라며 웃는 부부.

 

그들은 젊음보다 여기에 사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2부. 내 어린 시절처럼

 

6월 8일(화)밤9시30분

 

할머니가 사시던 옛집으로 돌아와

서까래와 아궁이, 문과 기둥을

그대로 보존하며 사는 경기도 가평의 고희정 씨.

 

“어렸을 때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아”

문득 도시의 삶에 지칠 때면

친구들은 이곳에 찾아든다.

정겨운 옛집의 푸근한 품 안에 안겨들면

저절로 고단함은 사라지고,

시골집에 온 듯 편안해진단다.

 

장작을 패서 불을 때 추억의 음식을 만들고,

제 몸의 세 배는 됨직한 큰 은행나무 아래에서

그네를 타고 놀면, 마치 어린 시절의

개구쟁이로 돌아간 것처럼 참 즐겁다.

 

-

 

광주광역시에서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지으신 집으로 돌아와

손수 아버지의 흔적이 가득한 곳곳을 보수하고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김창섭 씨를 만났다.

 

아버지가 만들어 놓으신 대숲에서

제철의 죽순을 잔뜩 캐다가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손질해 먹고,

기억을 더듬어 대나무로 활을 만들어 보는

창섭 씨의 얼굴엔 소년처럼 순수한 미소가 번진다.

 

이들에게 집은 집이 아니라 놀이터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처럼 노는 놀이터~

 

 

 

3부. 산골남자 도시여자

 

6월 9일(수)밤9시30분

 

100만 원짜리 중고 컨테이너 하나 들고

자연생활을 시작했다는

강원도 홍천의 이태동 씨.

산중에 안긴 정감 넘치는 오두막이

중고 컨테이너라니, 놀라울 뿐이다!

 

고향 집을 떠올리게 하는 툇마루와

몬드리안 풍으로 조각을 붙여

예사롭지 않은 감각으로 장식한 벽은

땔감을 재활용한 것이고, 방안에 만든 아궁이는

폐 전자레인지로 만들어 방안에서

불멍~ 하기 그만이란다.

도시에서 아내와 친구들이 놀러 오면

즉석에서 벌통으로 로켓 화로를 만들어 불을 피우고

물고기도 잡고, 닭도 잡고,

주변에서 얻은 먹거리만으로 푸짐한 한 상을

차려내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도시에서 많은 돈을 가지고도

늘 굳어진 얼굴이었다는 그,

이 산중 오두막에서는 별것 없어도

자꾸만 웃음 짓는다.

 

 

 

 

4부. 꿈을 찾아서 여기에

 

6월 10일(목)밤9시30분

 

경북 경주, 평생 집 한 채 없이 산 설움으로

노년에는 대궐만한 집을 짓고 살겠다는 꿈을 가졌던

김재환 씨 부부는 드디어 그 꿈을 이루었다.

 

재활용 자재로 만든 한옥을 보았는가?

비록 재활용이지만 부부의

취향대로 꾸며진 것은 물론,

지금껏 살았던 집보다 높고, 넓고,

초록의 잔디가 깔린 아름다운 정원도 두고 산다.

 

그런데 대감 집 같은 이곳에서

정작 부부는 일이 많아져

점점 머슴이 되어간다니, 웃을 일이란다.

 

그런 부부에게는 한 가지의 약속이 있다.

70세부터는 정말로 놀면서, 멍하니~ 살 거라는 것!

그때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오늘도 바쁘지만, 즐거운 일상을 살아간다.

 

 

 

5부. 골짜기를 흐르는 물처럼

 

6월 11일(금)밤9시30분

 

해발 1,000m 이상의 소백산맥이 남서로 뻗어있어서

병풍에 둘러싸인 듯 아늑한 충북 영동의 산골.

물한계곡의 수려한 물줄기를 따라가면

김선도 씨가 있다.

 

이곳이 고향이라는 그는 통나무 학교에서

집 짓는 방법을 배워 재활용 자재와 흙,

나무를 이용해 손수 흙집을 지었다.

 

밭일을 도우러 한달음에 달려온 친구들과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아 모닥불을 피워내 구워 먹고

물놀이를 즐기며 땀을 닦아낸다.

 

그리고 시원한 수박을 크게 한입 베어 물면,

그들에겐 오늘 하루가

행복이 가득 차오르는 달콤한 추억이 될 것이다.

 

-

 

산천초목이 푸릇한 물한계곡 옆에는

갖가지 꽃과 과일나무로 예쁜 정원을 채우고

오래된 촌집을 보수하며 사는

최진숙 씨 부부가 있다.

 

창살 없는 감옥 같았던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자연 속으로 들어온 부부는

11년 동안 이곳을 꾸미느라 이제야

여유를 맛보기 시작했단다.

 

낭만을 채워주듯 때마침 비가 내리면,

부침개를 부쳐내고 막걸리를 가져와

계곡 풍경을 그림 삼아 앉아서 정답게

나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부의 집에서 우리도 잠시 멍하니 쉬어가자.

 

방송일 : 2021년 6월 7일(월) 6월 8일 6월 9일

6월 10일 6월 11일(금)

 

기 획 : 권오민

촬 영 : 김기철

구 성 : 이시은

연 출 : 이훈

 

(㈜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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