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586편 미리보기

 

숨은 봄 찾기

 

아직 남은 추위가 찾아오는 봄을 시샘하는듯하지만

봄은 서서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긴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는 길목,

가는 계절이 아쉽고,

오는 계절의 반가움이 교차하는 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바람 끝에서

‘움트는 봄’을 찾을 수 있을까.

겨울 안에서 봄을 찾는 사람들과

 

마음속 봄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소식을 찾아

꽁꽁 숨은 봄 찾기 여정에 나선다.

 

1. 바다 건너 소리도

3월 8일(월) 밤 9시 30분

 

솔개가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닮아

‘소리도’라고 불리던 전남 여수의 연도.

다른 곳보다 봄이 한 달은 더 일찍 온다는

이 섬은 물고기가 잘 잡히기로

소문난 ‘대물터’다.

 

그 매력에 빠져 연도에서도 남쪽에 있는

섬마을에 정착한 낚시광 유수열, 심재문 씨 부부.

날씨만 좋으면 매일같이 낚시하러 떠난다는데.

소리도 등대의 태극기로 풍향을 파악하고,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드나드는

해식동굴, 코굴의 풍광을 만끽하는 것이

부부의 낚시 전 필수 코스다.

 

쉬고 싶을 땐 마음껏 쉬며

느릿느릿, 2년 반에 걸쳐 지었다는 부부의 집.

지하실에는 여덟 종에 달하는

악기들이 들어서 있고,

마당에서는 부부의 봄맞이 꽃단장이 펼쳐진다.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우고 있다는

남쪽 섬마을 부부의 따스한 봄날을 들여다본다.

 

-

 

연도의 터줏대감인 정사례, 김기심, 김봉애 할머니.

겨우내 얼어있던 땅을 뚫고

파릇파릇 자라난 방풍나물 수확이 한창이다.

갯바위에서 캐온 거북손과 따개비도 함께 무치면

지금 먹어야 제맛, 봄철 별미 완성!

결혼식이 있는 날이면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이 준비해 잔칫상에 꼭 올리던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소싯적 뭍에 나가서도 살아봤지만,

결국엔 나고 자라 정든 연도로 돌아와

즐겁게 일생을 보내고 있다는 할머니들.

봄 바다에 흐르는 구성진 노랫가락을 들어본다.

 

 

 

 

2. 봄은 겨울 안에 있었다

3월 9일(화) 밤 9시 30분

 

흰 눈이 두껍게 쌓인 전라남도 진도군.

이 눈 속에 봄이 꼭꼭 숨어있다며

바가지와 호미를 들고

눈길을 헤쳐나가는 전매자 씨를 만났다.

눈 아래 숨어있는 봄의 정체는

바로 톡 쏘는 향을 뿜는 달래!

하얀 눈을 쓸어내자 비로소 새파란 고개를 내민다.

요즘 먹는 달래는 최고의 보약이라는 매자 씨.

그 보약을 다름 아닌 이웃집으로 가져가는데.

 

오랜 세월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이웃 할머니와

눈 밑에서 캔 달래 역시 나누려는 것.

소박하지만 다른 반찬 필요 없는

달래 비빔밥을 해 먹는다.

 

요리 솜씨뿐 아니라 노래 실력까지

출중한 소리꾼인 매자 씨.

새싹이 언 땅을 뚫고 힘차게 올라오듯

눈발 속에서 할머니들의 흥겨운 듀엣이 펼쳐진다.

 

-

 

강원도 삼척, 심심산골에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임정숙 씨.

일일 시골 체험을 하겠다며 찾아온 사촌 언니

순미 씨와 함께 봄 찾기 여정에 나선다.

 

아직은 찬 기운이 감도는

거친 산길을 오르는 두 사람.

봄을 보여주겠다는 정숙 씨의 호언장담에

괭이로 땅을 파보지만 돌밖에 걸리지 않는데...

과연 언 땅속에서 봄을 발견할 수 있을까?

소 축사의 거름을 지게에 지고 밭으로 나르며

봄 농사를 준비하는 정숙 씨 부녀와 순미 씨.

그 고생에 보답하듯 엄마 복례 씨가

양팔 걷어붙이고 요리를 시작한다.

봄볕 아래 마음이 먼저

따뜻해지는 엄마의 밥상을 맛본다.

 

 

3. 기다렸다, 첫 수확

3월 10일(수) 밤 9시 30분

 

경북 청도, 화악산의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한재골에서는 ‘사각사각’ 낫질하는 소리가

봄을 알리는 소리다. 주민 대부분이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

이경호, 윤성난 부부도 미나리 수확으로 분주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봄에는 외출할 수가 없어

봄옷도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IMF로 힘들었던

시기를 미나리 재배로 극복할 수 있었던 만큼

부부에게 미나리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푸릇푸릇, 향긋한 미나리를 먹고 움츠려있던

몸이 기지개를 켜듯 기운을 얻는다는

한재골 사람들. 봄의 전령사인 미나리와 함께

겨울 지나 인생의 봄날을 맞은 이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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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에서 부모님과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곽그루 씨.

너른 봄동밭에서 봄동 진선미 선발 대회를 열고

수많은 봄동을 관객 삼아 춤판까지 벌이며

유쾌한 봄동 수확이 한창이다.

숙향 씨의 손맛이 듬뿍 담긴 봄동 전을 싸 들고

바닷가 나들이를 하러 가는 세 사람.

갯바위에 앉아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한다.

봄꽃처럼 활짝 핀 봄동 가족의 소풍을 따라가 본다.

 

 

 

 

4. 봄 찾으러 왔단다

3월 11일(목) 밤 9시 30분

 

전남 구례, 우연히 방문한 한옥마을에 반해

남편을 데리고 귀촌했다는 최혜영 씨.

두꺼운 이불을 탈탈 털고, 장독의 묵은 때를 닦고,

강아지 목욕도 시키며 반짝반짝 봄맞이하는 중이다.

마을 주민들과 캔 냉이로 냉이 전을 부쳐 먹으며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혜영 씨.

아직 찬 바람이 분다 해도

혜영 씨의 마음에는 따스한 봄이 도래해있다.

 

-

 

김명희 씨를 필두로 자녀들이 귀농하기 시작해

이제는 퇴직을 앞둔 남편 박윤구 씨까지

온 가족이 모여 가꾸고 있다는 농원을 찾았다.

내륙지역인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농원.

가족이 총출동해

갈치 새끼인 ‘풀치’를 다듬고 있는데!

명희 씨는 전북 김제의 어촌마을에서,

윤구 씨는 바다가 인접한 전북 고창에서

자랐기에 어릴 적 즐겨 먹었던

풀치 젓갈을 매년 담그고 있다고.

엮어 널어서 꼬들꼬들하게 반건조한 풀치를

고구마순김치와 곁들여 찜 요리를 선보이는 명희 씨.

달래 겉절이까지 맛깔나게 무쳐낸다.

봄처럼 기쁜 소식을 전해준

예비 며느리까지 둘러앉아

봄 내음 물씬 풍기는 시골밥상을 맛본다.

 

 

 

5. 그 산에 봄이 오나요

3월 12일(금) 밤 9시 30분

 

경상북도 안동, 산길을 뛰놀며

포행 하는 보신 스님을 만났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거닐던

추억이 깃들어 있기에 혼자 걸을 때면

아이처럼 뛰어간다는 천진난만한 스님.

그 산길 끝에는 부모님을 모시던

집이 자리하고 있다.

 

정갈하게 만든 메주로 정월장을 담그고

봄이 오면 꼭 먹는다는 감자옹심이를 빚는다.

봄나물을 넣어 만든 옹심이 한 숟갈에

 

입 안 가득 봄꽃이 만개한 듯 향긋하다는데.

비구니 스님의 봄맞이와

아련한 추억을 함께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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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해발 700m 위 오지인

달뜬골로 귀촌한 시남기, 권연희 부부.

만물을 깨우고 봄을 부르는

남기 씨의 징 소리가 산골을 메운다.

봄과 함께 ‘똑똑똑’ 찾아온다는 고로쇠 수액을 받고,

황장목의 솔잎을 채취해 솔잎 식초를 담그는 부부.

고로쇠 수액과 묵호태로 끓인 곰탕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봄 보양식이라는데.

산세 깊은 곳, 쪽빛 하늘 아래

큰 행복을 누린다는 부부를 만나본다.

 

방송일시 : 2021년 3월 8일(월) ~ 3월 12일(금)

밤 9시 30분

 

기 획 : 정경란

촬 영 : 정석호

구 성 : 김문수

연 출 : 박선연

(㈜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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