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584회 미리보기

 

은둔의 아지트

 

속도전의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어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버텨내듯 사는 사람들.

그들이 꿈꾸는 것은 어쩌면 타의든 자의든

세상사 그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단 하루라도 숨어들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를 갖는 일일지도 모른다.

전염병이 온 세상을 뒤덮고 나서 찾아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쩔 수 없이 고립을

자처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시절에 그들만의

아지트로 숨어들어 낭만과 행복을 경험했다는 이들.

 

당당하게 은둔을 선택한 그들을 뒤쫓다 보면,

고립 낙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1부. 수류골 그 사나이

 

방송일시 : 2021년 02월 22일 (월) 밤 9시 30분

 

강원도 정선군, 새벽에 내린 비로 꽁꽁

얼어붙은 신작로 길 끝에 산다는 사나이.

유돈학 씨는 벌써 9년째 흙집에서 홀로

은둔 중이다. 그런데 그 사나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새벽 비로 얼어붙은

빙판길이 제작진의 발을 꽁꽁 묶은 것.

차바퀴는 헛돌고, 살얼음판 길은 한 발 내딛기도

쉽지가 않은데. 과연 제작진은

수류골 그 사나이를 만날 수나 있을까?

천신만고 끝에 만난 유돈학 씨의 아지트는

100년이 다 된 흙집. 한겨울에 날만 흐려도

오늘처럼 영락없이 고립무원이다. 사실 그가

수류골까지 들어온 것은 젊은 날 갑작스럽게

발병한 심근경색 때문이다. 아내에게 등 떠밀려

홀로 이 흙집에 숨어든 것은 순전히 살기

위해서였다. 그의 하루는 주루막을 메고

사람 찾아보기도 힘든 산중에 오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가파른 산비탈을

평지 걷듯 날아오르는 돈학 씨. 피를 맑게 하는

대물 단풍마를 단번에 찾아낸다.

이 단풍마 덕분에 건강을 회복했다 믿는 돈학 씨.

하지만 그가 겨울 산을 오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산중에서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다.

 

나무 한 짐 도끼질해서 쟁여두고,

겨울 월동 들어간 토종벌통 안부 한 번 묻고,

아궁이에 군불 지펴두면 북풍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도 걱정이 없다는 흙집. 그곳에서

어머님께 배운 정선 토속음식인 ‘가수기’까지

한 그릇 끓여 먹고 나면,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등 떠밀려 들어온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는 수류골 그 사나이의

인생 2막을 만나본다.

 

 

 

 

2부. 낭만 고립을 아십니까

 

방송일시 : 2021년 02월 23일 (화) 밤 9시 30분

 

경기도 남양주시, 세상과 잠시 고립을 꿈꾸는

독일인 셰프 다리오 씨가 낭만 고립을

실현할 수 있는 아지트를 찾아 나섰다.

대설주의보 덕분에 설국으로 변한 잣나무 숲.

그 숲속에 숨어 있는 오두막이 오늘

다리오 씨의 목적지다.

그 집 주인 유상욱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쩔 수 없이 이 산중으로 들어왔다.

돌아가신 선친의 뜻에 따라 그럴듯하게

집을 짓고 싶었지만, 가진 것이 없었고.

결국 혼자 힘으로 손수 산중에 세 채의 오두막을

완성했다. 그 오두막 중 오늘 다리오가 묵을 곳은

‘황홀한 고립’이라 이름 붙은 오두막. 오늘

그곳에서 하루 묵으며, 20년 가까이 이 오두막에

살며 고립도 낭만적일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는 상욱 씨에게 ‘낭만 고립’ 비법을

전수 받는다. 고립 낭만의 필수는 사람의 마음을

말랑말랑 녹이는 음악. 음악에 묻혀 오두막

작은 창만 바라보고 있어도, 나만 두고 정신없이

돌아가던 세상은 모두 멈춰버린 것만 같다.

 

그런데 오늘은 눈까지 내려 온 세상이 하얀 설국.

그 설국에서 포대 눈썰매를 타다 보면 어느새

어린 시절 그때로 돌아가 있다. 고립 낭만의

두 번째 방법은 모닥불 피워놓고 하는 불멍.

이 추운 날씨에 굳이 오두막 안 화목난로를

뒤로하고, 모닥불을 피우는 것은 ‘고립 낭만’

때문이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침묵의 밤.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립 낭만의 정점은 ‘황홀한 고립’ 옆의

‘다락방 영화관’에서의 하룻밤이다. 흰 벽으로는

무심히 영화가 흐르고, 마음엔 위로가 쌓여간다.

그리 마음 내려놓을 만큼 편안해지면, 상욱 씨는

낭만 고립자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루 고립을 선택했을 뿐인데, 그들의 얼굴엔

어느새 편안한 미소가 가득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그들만의 고립된 하룻밤을 경험해본다.

 

 

 

3부. 우리 여기서 행복하여라

 

방송일시 : 2021년 02월 24일 (수) 밤 9시 30분

 

경상북도 성주군, 도시에서 미술 입시학원

선생님을 하던 전정호, 이경숙 씨 부부.

그들은 10년 전 준비도 없이 산속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동화 속에

나올법한 부부만의 은둔의 아지트를 완성했다.

 

이 집에서 보닛 쓰고 앞치마를 입은 매일이

행복하다는 경숙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이는

‘빨간 머리 앤’과 ‘동화작가 타샤 튜더’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밝게 사는 그들의 모습이

경숙 씨는 꼭 닮고 싶은 미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의 콘셉트는 앤의 초록색 지붕 집이다.

그 집 만들어 내느라 가장 피땀 흘린 이가

바로 남편 정호 씨다.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부터

마당에 있는 토끼장 ‘2만 4천 원의 행복’까지.

모두 경숙 씨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정호 씨의

작품이다. 오랜만에 남편 정호 씨의 목공장이

문을 열었다. 경숙 씨가 폐목재들로 쟁반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경숙 씨의

요청대로 자르고 못을 박지만, 오늘따라 실수를

연발하는 정호 씨. 결국 경숙 씨에게 된통 혼이

나고 만다. 그리 혼을 내놓고 또 맘이 편치 않은

경숙 씨가 정호 씨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처음으로 작업용 앞치마를 만들어

선물했다. 티격태격해도 어느새 알콩달콩.

부부는 이 산중 아지트에서 제2의 신혼을

맞이한 것만 같다. 그리고 함께 나누는

부부만의 브런치 타임. 곱게 눈까지 내리고 나니,

이곳이 꿈꾸어 오던 그 낭만 아지트다.

 

 

 

 

4부. 돌고 돌아 이곳에

 

방송일시 : 2021년 02월 25일 (목) 밤 9시 30분

 

경상북도 문경의 장자골, 예로부터 백만장자가

나오는 터라고 해서 ‘장자터’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고향 땅으로 13년 전 홍종국 씨가 돌아왔다.

도시에서 안 해본 일 없이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그가 이제 맘 편히 몸 누일 곳은 돌고 돌아

여기 고향 땅뿐이었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농한기라지만, 종국 씨에게

겨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한 계절.

봄의 전령인 고로쇠 물을 채취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봄을 준비하느라

나무가 제 몸의 물을 위쪽으로 올리는 이때,

종국 씨는 구멍을 뚫고 관을 꽂아 그 물을

얹어낸다. 이것이 바로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인 고로쇠물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산중 생활 13년째인 그는

도끼질에도 일가견이 있다. 작은 체구에

도끼 무게나 이겨낼까 싶지만, 날쌔게 도끼를

내리치면 어느새 두툼한 통나무들이 금세

반쪽이 된다. 번개처럼 패 낸 장작을 아궁이

두 군데에 넣고 아랫목을 뜨끈히 데우고 나면,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또 그의 일.

겨울 가지치기를 위해서다.

 

만날 이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닌다고 해서

그의 별명은 장자골 산신령.

산신령 종국 씨가 소나무 가지치기를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겨울 가지치기 한 소나무

가지의 솔잎들을 일일이 떼어내어

뜨끈한 아랫목에 깔아주면, 온몸에 솔향

스미는 솔잎 찜질방이 완성되는 것.

그곳에서 땀 한번 진하게 빼고 나서, 

말굽버섯부터 능이 당귀 옻나무까지

12가지 약재를 넣은 옻오리백숙으로 몸보신하면

겨울도 다시 찾아올 봄날도 두렵지 않다.

 

돌고 돌아 다시 고향으로 왔다는 장자골

산신령 홍종국 씨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산중의 오늘을 만나본다.

 

 

 

5부.힐링과 고독 사이

 

방송일시 : 2021년 02월 26일 (금) 밤 9시 30분

 

강원도 평창군, 13kg이나 되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반려견 딩동과 함께 산을 오른

심민정 씨. 이번이 딩동과 함께하는

두 번째 백패킹이다. 스튜어디스로 일하는

민정 씨가 처음 백패킹에 빠져든 것은 잠시

일을 그만두고 쉬던 그때였다. 여행이라면

수도 없이 다닌 그녀였지만, 백패킹은 뭔가 달랐다.

특히 혼자만의 백패킹은 고단하기만 했던

일상에 고독한 쉼표 같은 시간이었다.

오늘도 그리하여 중독처럼 배낭을 챙긴 것이다.

 

목적지는 따로 없다. 산을 오르다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나면 그곳이 하룻밤 몸을

누일 곳이다. 큰 소나무가 찬바람을 막아주는

그 자리가 오늘 그녀가 텐트를 칠 장소다.

최대한 가방을 가볍게 하려면 주변에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오늘 텐트의 폴대 박는 쇠망치는

돌로 대신할 참이다. 불피우는 일이 쉽지 않은

산중에선 봉지라면과 발열팩으로

데운 수육 한 쌈이 그녀의 든든한 한 끼.

세상이 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그 자리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 이곳은 천상의 카페가

따로 없다. 고독하기에 더 의미가 있다는

그녀만의 백패킹을 쫓아가 본다.

 

-

 

강원도 원주시, 매주 거르지 않고

도시에서 자연으로 떠나온다는 설동일 씨.

그가 오늘은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섬강 합수머리에 왔다. 질척이는 땅을 지나

물살을 가르고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곳은

섬강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 동일 씨가

오늘 지낼 차박 장소다.

 

텐트를 치고 나면, 그가 빠지지 않고 치루는

의식이 있다. 반려견 똠방이와 함께 커피 한 잔

하며 멍하니 강을 바라다보는 물멍시간.

이 순간이 그에겐 일주일 중 가장 경건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고 물멍 만큼 그가

좋아하는 것은 ‘구름 위의 산책’이라고

이름 붙인 카누잉. 똠방이와 함께 카누에 몸을

싣고 섬강을 누비다 보면 오지 속의 

또 다른 오지를 찾아온 기분이다.

일주일에 이틀, 고독 속으로 그만의 힐링 타임을

찾아온다는 설동일 씨의 차박 현장으로 떠나본다.

 

방송일 : 2021년 2월 22일(월) 2월 23일 2월 24일

2월 25일 2021년 2월 26일(금

기획 : 정경란

촬영 : 박주용

구성 : 문은화

연출 : 정진권

((주)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