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찬바람이 불면 

우리 집에 마실 오실래요

 물길 따라 굽이굽이

 나 홀로 떠나볼까

 구인사 김장하는 날

 겨울 바다가 춤춘다




한국기행 573편 미리보기


찬바람이 불면 


열한 장의 달력은 어느새 뜯겨나가고 

남은 건 12월 달력 한 장! 

불어 오는 찬바람과 함께 허전하고 

시린 마음은 나만의 것은 아닐 터. 

그런 당신에게 권한다.

 

뚜벅뚜벅 여행길에 올라라.

 주저함은 물길 따라 흘려보내라. 

그리고 찬바람 헤치는 삶과 마주하라.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씩씩하고, 즐겁게 채워넣자.


 



1부. 우리 집에 마실 오실래요


12월 7일 (월) 밤 9시 30분


충주에 이런 오지가 있다니


섶다리 건너기를 서너 번,

산길은 수 시간 걸어야 닿을 수 있던 충주의 한 오지.

‘귀소본능’에 따라 40여 년 만에 돌아왔다는

서중석 씨의 고향 집이 있다.


찬바람 불면 어김없이 마실 온다는

사촌 동생 영희 씨와 함께 메주를 쑤기로 했다.

자연을 꼭 닮게 지어놓은 황토집과

가마솥에 메주콩을 삶아 

옛 방식대로 빚는 둥근 메주.

대대손손 400여 년 가까이 터 잡고 살았다는

고향의 추억은 중석 씨만의 것은 아니었다.

 

한옥에 누가 살까요? 


충주의 한 마을, 

사과길 따라 걷다 보면 말쑥한 모습의 

한옥 한 채가 나온다. 

집주인은 파란 눈의 외국인, 안아 씨. 

뮤지션인 그녀가 이국땅, 

그것도 전통 한옥에 정착한 건

대가야의 악성, 우륵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세간보다 악기가 더 많고, 

1년 365일 음악이 흐르는 집.

미국인 친구 로렌의 단골 마실 장소다.

두 미국인이 올리브유로 마룻바닥에 광을 내고,

창호지를 바르며, 스파게티를 만들어 

나무 기둥에 널어 말리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여러분도, 조금은 특별한 한옥에 마실 오실래요?  





2부. 물길 따라 굽이굽이


12월 8일 (화) 밤 9시 30분


내륙에서 레드향이 난다고요?

 

고려 말 학자 이행이 이 땅 

최고의 물맛으로 꼽았다는 충주 ‘달천’.

그 달천의 물줄기를 먹고 자라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단맛이 절정이라는 이것,

레드향의 일종인 탄금향이다.

임경식, 이제택 농부는 내륙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렇게 비내섬 어부가 된다


갈대를 많이 베어갔다고 해서 ‘비내섬’.

남한강이 흘러가는 충주 비내섬 곁으로 돌아와

어부가 된 두 사내가 있다.


어릴 적 멱 감으며 놀던 강에서

 오직 1급수에서만 산다는 

다슬기, 쏘가리, 동자개 등을 낚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청정한 강을 지키며 

그렇게 어부가 되어간다.

 


성지를 찾아왔습니다

 

뱀이 똬리를 틀 듯 

충주호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 

시원한 물길 따라 자유를 만끽하는

 차박러들을 만났다.

오늘의 숙영지는 차박 성지로 소문 난 수주팔봉.

달천 위로 여덟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손수 만들었다는 숟갈과 

탁자에 여행 가방으로 만든 스피커까지-

물길처럼 자유롭게~ 흐르다 보면

새로운 풍경,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3부. 나 홀로 떠나볼까


12월 9일 (수) 밤 9시 30분


배우 정은표의 충주를 여행하는 법


아는 동네라 생각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충북 충주.

평소 가족과의 여행을 즐기는 배우 정은표 씨가

오늘은 나 홀로 여행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우선, 빨간 스쿠터에 몸을 싣고

 바람의 라이더가 되어보기.

충주호로 인해 월악산자락이 물에 잠겨 생긴

악어떼를 잡으러 달려간다.

이어 도착한 곳은 국내 유일의 활석광산, 활옥동굴.

실제 이곳 광부였던 임제종 씨에게 듣는

생생한 광산 이야기는 덤.

송어 떼와의 카약킹과 와인 한 잔까지 즐겨본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생각날 때 찾아간

호수를 끼고 있는 산책길, 종댕이길.

밖으로 떠나더라도 종당(종댕)에는

 그리워서 다시 오고,

죽어서라도 찾는다 하여 종댕이란다.

호젓한 길 따라 배추 수확을 하는 어머니와

나지막한 집들, 그리운 풍경이 그곳에 있다.


여행의 피로는 이곳에서 날려버리기로 한

 배우 정은표 씨, 예부터 약물로 유명해

 왕이 즐겨 찾았다는 수안보 온천이다.


소박하고 수수한 멋이 있고, 정이 넘치는 충주, 

그리워서 ‘종당’에는 또 찾을 것 같다.





4부. 구인사 김장하는 날


12월 10일 (목) 밤 9시 30분


스님의 손끝으로 키운 산골 배추


충북 단양의 한 산골,

찬바람 불면 넓고도 푸른 물결이 파도친다.

지난 석 달 동안 새벽 6시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돌봤다는 3천 5백 평 밭의 배추,

구인사 스님들이 직접 농사지은 것들이다.

어림잡아 5톤 트럭 아홉 대 분량,



김장도 수행이지요


구인사 앞마당에 배추 탑이 솟았다.

드디어 4박 5일, 구인사의 김장 서막이 오른 것.

이제 갓 파르라니 머리 깎은 스님부터

나이 지긋한 노스님까지 김장 날엔 모두 손을 보탠다.


45톤 분량의 배추 다듬는 데만 이틀,

간수 만드는 데도 30kg짜리 소금 100포대 투입,

고춧가루는 드럼통으로 8통.

절집의 한 해 귀한 양식이 되는 김장은

그 규모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1년 농사의 가장 큰 결실이자,

사부대중이 한마음이 되는 김장 울력,

고되어도 행복한 절집의 김장 날이다.


 


5부. 겨울 바다가 춤춘다


12월 11일 (금) 밤 9시 30분


어생역전! 나, 물메기야~


과거엔 잡히는 족족 버려졌다는

못생김의 대명사, 물메기!

서러웠던 시절 지나 지금은 

겨울철 별미로 어생역전했다.


충남 서산 간월도 어부들은 물메기 풍년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

한 마리에 1~3kg은 되는 물메기가

 1일 400여 마리씩 잡히고 있다.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백해 탕으로도 먹고,

바짝 말려 조림으로 먹어도 맛있다는 물메기.

황홀한 그 맛이 입에서 춤을 춘다.



홍가리비와 함께 춤을


경남 통영과 고성의 접경지이자

충무공의 충정이 살아 숨 쉰다는 고성만.

겨울 이맘때면 홍가리비가 제철이다.


8년째 홍가리비 농사를 짓고 있는 안준성 선장.

15층짜리 홍가리비 전용 아파트를

기계로 끌어올린 뒤, 깨끗한 물로 세척하자

붉은 홍가리비가 덜그럭덜그럭 춤을 춘다.

정성으로 키운 홍가리비가

어부의 마음에도 뜨거운 불을 지핀다.


방송일 2020년 12월 7일(월) ~ 2020년 12월 11일(금)

 

기획: 권오민 

촬영: 김기철 

구성: 장연수 

 연출: 김지영  

((주)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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