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이대로 당신과 함께

 유종호 할아버지 

장정수 할머니 부부

치매 판정 아내

 그리운 당신의

 일기장




인간극장 미리보기


이대로 당신과 함께

 

오늘도 장정수 할머니(73)는 낡은 일기장을 보며 

기억을 되짚는다. 그런 할머니 곁을 지키는

 유종호 할아버지(80). 할아버진 또박또박하게 

씌어진 아내의 정갈한 글씨체가 무척이나

 그립단다. 영민하던 아내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혈기 왕성하고, 무서운 것 없던 젊은 시절, 

유종호 할아버지는 형님의 권유로

 옆 동네로 일을 하러 갔다  춘향이

 저리 가라 할 만큼 곱디고운 외모의 

장정수 할머니한테 첫눈에 반해버렸다.

할아버지의 열렬한 구애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두 사람. 하지만 가진 것 없던 시절, 





가난을 이겨내기도 바빴던 부부는  함께하는

 시간보다 서로를 그리던 시간이 더 많았다고. 

머나먼 타국으로 돈 벌러 간 남편을 그리며 

애틋하고, 슬픈 마음을  일기장에 털어놓았던 

정수 할머니. 남편이 보낸 준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악착같이 저금하기 바빴던  현명한 아내였다.  


그랬던 아내가 어느 순간부터 매일 쓰던 일기를

 쓰지 않기 시작하더니 음식도 예전 같지 

않아지고, 방금 한 일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는데.  그저 나이 들어 건망증이 

심해진 것이겠거니 했던  종호 할아버진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검사를 통해  

아내가 ‘치매’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날 종호 할아버진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릴 걸,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으며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대로 무너져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아내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기 시작했다는데. 이장 일을 하기에 

늘 바쁘지만  어딜 가든 아내와 함께하고,

 ‘사랑한다’ 표현도 아끼지 않는다.  그 날 그 날의

 기억을 되짚는 게 좋단 말에 쓰기 싫단

정수 할머니를 달래가며 함께 일기까지 쓰기

 시작했다는데.  평생을 오직 가족들만을 위해 

살아왔던 정수 할머니. 그런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인 종호 할아버진   함께하는

 계절이 조금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오늘도

  ‘치매’란 고약한 녀석과 쉴 틈 없이 싸우고 있다. 

  




# 곱디 곱던 나의 신부 '장정수'

 

“춘향이보다 더 곱더라고” 

유종호(80) 할아버지가 첫눈에 반한 여인을 보고 

했던 생각이다.  춘향이처럼 곱던 그 여인이 

바로 아내 장정수(73) 할머니인데. 

 형님 부탁으로 처갓집이 있던 옆 동네로 일을

 도우러 갔다 만난 정수 할머니에게 첫눈에

 반했던 종호 할아버진,  1년간의 열렬한

 구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행복하게 잘 살아보리, 다짐하고 시작한

 결혼이었지만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부부의 삶도 녹록지는 않았는데. 큰형님의

 죽음으로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까지 모시며

 맏며느리 역할까지 했던 정수 할머니. 남편이

 돈 벌러 먼 타향,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을 때도

 홀로 삼 남매를 키우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뒀단다. 그 덕에 종호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땐 번듯한 집을 살 정도의 돈이 모여

 있었다고.   그렇게 정수 할머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훌륭한

 며느리, 아내, 어머니의 역할까지 해냈었는데.

 

그런 아내에게 늘 고마웠던 종호 할아버지.

젊은 시절, 삶에 치여 함께하지 못한 아쉬운

 시간과 어른들 눈치 보느라 살갑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맙고, 사랑하는 그 마음까지 이젠

 마음껏 누리고 표현하면서 살리라 마음먹었는데. 

하지만 아내를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한 것일까,  정수 할머니는 지금, 아쉽고 

섭섭했던 그 기억마저도 잊어가고 있다. 


# 그리운 당신의 일기장


가난과 그리움...  숱한 시련의 순간들 속에서

 정수 할머닌 매일 매일 일기를 쓰며 버텨나갔다.

 종호 할아버지를 먼 타향에 보냈을 때도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가득 담아 일기를

 썼었는데.  낡은 일기장에는 정수 할머니의 

고된 인생이 담겨 있다.  그렇게 매일 빼놓지

 않고 쓰던 일기를 어느 순간부턴가 쓰지 않던 

정수 할머니.  종호 할아버진 이때 아내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된단다. 

그저 나이가 들어 건망증이 심해진 것이겠거니, 

금방 나아지겠거니 했던  아내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갔다. 매일 솜씨 좋게 차려내던

 밥상이건만 밥 하나, 국 하나 끓이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어갔고 방금 한 일마저

 금방 까먹고 딴소리를 하기 일쑤.

요즘엔 계절감도, 날짜감도 사라져버렸다는데.  


상황이 너무 나빠진 뒤에야 아내의 상태를 

알아차렸다는 종호 할아버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자신 때문에 아내가 치료 시기를

놓친 것 같아  정수 할머니가 치매 5등급 판정을

 받던 날 종호 할아버진 미안함에 눈물을 쏟았단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부부는 다시금 시련을

 헤쳐나가리 마음먹었다.  자신을 만나 평생을 

고생만 했던 아내가 ‘치매’라는 병에 잠식당하지 

않게  종호 할아버지는 정수 할머니를 

지키리라 다짐했다.





# 지금 이대로만 영원히...


사실 종호 할아버진 팔십의 나이에도

 동네 이장을 맡고 있는 팔팔한 현역. 

그 때문에 할 일도, 약속도 매일 끊이질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각자 서로의 할 일을 했을 테지만

 요즘 종호 할아버진  웬만하면 모든 자리에 

정수 할머니와 함께 동행 한다.  혼자 있을 

아내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치매 진행을 늦추는데 

몸을 움직이고  계속 머릴 써 뭔가를 하는 것이

 좋다는 말 때문이다.  아무리 본인을 위한 

거라도 귀찮을 법도 하건만 정수 할머닌 

남편 따라 여기저기 다니며 일도 척척 도와주는

 베테랑 조수가 되었다.  특히 요즘 할아버진 

생전 하지 않던 부엌 출입도 부쩍 늘었다는데. 

금방 했던 일도 잊어버리는 아내가 혹시라도 

사고를 낼까 걱정되는 마음에서란다.  그 덕에

요즘 정수 할머닌 평생 먹어보지 못한

 남편표 반찬을 먹어보게 됐다고.


계속 기억을 되짚는 것에 좋다는 말에

 일기 쓰기도 다시 시작했다는 종호 할아버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을 계속 쓰라 하니

 정수 할머닌 하기 싫다 성을 내지만 

투닥거리면서도 매일 매일 일기 쓰기에

 매진 중이란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종호 할아버진 오늘도 아내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 

그동안 못 해준 다정한 말도, 애틋한 표현도 

아낌없이 해 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

 이대로 정수 할머니와 함께하고 싶단

 종호 할아버지.  그렇기에 오늘도 부부는

 ‘치매’라는 고약한 녀석과의 싸움에 한창이다.  


1부 줄거리 


마지막 가을 걷이로 감 따기에 한창인 

유종호(80) 할아버지와 장정수(73) 할머니 부부. 

고생한 아내를 위한 고등어 숯불 구이를 

만들겠다며 종호 할아버지가 나서는데 

정수 할머니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보는 부부.

젊은 시절 함께하지 못한 시간만큼의

애틋함이 담겨있는데. 

이제는 그 애틋함마저 잊어가는 아내를 보며 

종호 할아버진 가슴이 미어진다


서울에 있는 자식들을 보러 가기 위해

아침부터 준비가 한창인 종호 할아버지와 

정수 할머니.  출발 전 제대로 주차를

 해놓는다는 게 뭔가 사고가 생긴 모양이다! 

 

방송일 : 2020년 12월 7일(월) ~ 12월 11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박선영 취재작가 (02-782-5555)


 방송일  : 12월 7일(월) 12월 8일 12월 9일

12월 10일 12월 11일(금)

 4948회 4949회 4950회 4951회 4952회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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