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단풍 엔딩
충북 속리산 국립공원
72시간
왕이 걸었던 길
세조길
문장대 천왕봉
다큐멘터리 3일 649회 미리보기
단풍 엔딩
-충북 속리산 국립공원 72시간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
한 해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낯설고
갑갑하기만 했던 마스크가 외출 전에 입는
겉옷처럼 당연해지는 동안 2020년의 봄, 여름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외출을 지양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요구되면서, 나들이 한 번 떠나기 어려웠던
올 한해. 손꼽아 기다려온 휴가를 미루고, 약속을
취소하면서 기약 없는 ‘내년’, ‘내후년’을
소망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조심스레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산행(山行)에 나선 이들도 있다.
아름다운 한 계절의 엔딩, 그리고 한 해의 엔딩을
위해 단풍이 절정인 속리산을 찾아온 사람들.
울긋불긋한 단풍잎처럼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다양한 감회에 젖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3일>이 담아왔다.
■ 왕이 걸었던 길, 세조길
‘세조길’은 4년 전에 조성된 둘레길로서,
조선 7대 왕인 세조가 걸었던 길로 알려져
있다. 경관이 아름답고 길이 평탄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접근성이 좋은 산책 코스다.
“세조 왕이 돌아가실 때 피부병이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여기 속리산 물이
피부병에 좋다고 해서 신하들 데리고
여기에 몇 날 며칠 (걸려서) 내려왔겠죠”
-현동철 / 세조길 탐방객
2.63km 길이의 세조길을 1시간가량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세심정 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은 속리산의 정상인 ‘문장대’와 ‘천왕봉’으로
가는 분기점이기 때문에 산행객들로 항시
붐빈다. 가벼운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은
휴게소를 기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정상으로
가려는 이들은 휴게소를 지나쳐 ‘살아서
3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는’ 문장대,
또는 천왕봉으로 향한다.
■ 단풍놀이는 가을 보약 한 첩!
“(단풍 구경하고) 오면서 보약 먹었다고
그러고 왔어요.”
-최해인 / 50세
일상의 고민거리나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기엔 산(山)만한 곳이 없다. 산을
오르면서는 가쁜 숨을 내쉬며 오롯이 발끝에만
집중하게 되고, 산에서 내려오면서는 오를 때
보지 못했던 단풍을 보느라 ‘속세의 고민’을
떠올릴 틈이 없다.
“그래도 우리가 늦기 전에 이렇게 가을을 느끼고
또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게
진짜 행복한 것 같아요.”
-이경찬 / 탐방객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걷고, 그간
못 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단풍나무 밑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일. 매년 가을이면 반복되는
평범한 풍경일 수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진 요즈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해주는
진정한 보약은 바로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
■ 아홉 살 인생도, 아흔 살 인생도 추억을 만드는 곳
“(산을 오르다 보면)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그냥 가요. 인생도 원래 이런 거 있어요.”
-박채연 / 9세
아버지와 함께 문장대 정상에 오른 아홉 살의
소녀, 채연이. 산에 오르는 것처럼 인생도 원래
이렇게 힘든 거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쉬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교훈을, 채연이의 아버지는 말로써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산행’으로 몸소 보여준다.
“정말 (야영장에서) 자니까 너무 좋네요.
그러니까 걱정도 없어요, 나는. 아무 걱정이 없어요.
하루하루 사는 게 감사한 것밖에 없어요.”
-임보래 / 96세
남편이 살아생전 그토록 좋아했던 야영을
이제는 자녀들, 손주들과 함께 하는
96세의 임보래 할머니. 손주들에게
‘환상의 커플’이라고 불릴 정도로 금실 좋았던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자녀들을 데리고
다니며 했던 ‘야영’이 이제는 4대째 내려오는
가족의 특별한 전통이 되었다.
■ 나는 속리인(俗離人)이다
‘세속을 떠난 산’이라는 뜻을 가진
‘속리산(俗離山)’. 이러한 이름에 걸맞게
속리산에는 세속을 떠나 깊은 산중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있다. 1950년대에 부모님이
직접 지으신 산장을 대를 이어 지키고 있는
산장지기도 있고,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산행객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휴게소’를
운영하는 사장님도 있다.
매일 아침 지게를 지고 출근하는 휴게소 사장님
탐방객들의 참새 방앗간, 휴게소
국립공원의 방침에 따라 올해 말이면 철거될
예정인 ‘휴게소’는 마지막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아침마다 지게를 지고
출근하느라 진땀을 뺐던 사장님이지만,
오고 가는 산행객들을 대접하며 쌓아온
추억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뿐이다.
■ 단풍 엔딩! 어떤 끝, 어떤 시작
올해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83만여 명의
탐방객들이 찾아왔다. 이는 작년 동기간 대비
80% 수준으로, 코로나 19의 여파로 대폭 감소한
수치다. 이렇듯 단풍놀이조차 마음 편히
떠날 수 없는 2020년이었음에도, 인터뷰에
응한 많은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인생의 절정으로 꼽았다.
“(인생의 절정은) 나는 지금?”
“나도 지금 이 순간.”
-사공영, 전명미 / 탐방객
절정이 있다는 것은, 반드시 ‘끝’도 있다는 것.
하지만 낙엽으로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붉게 물드는 단풍처럼, 속리산을 찾은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만끽한다.
인생의 해피 엔딩을 위한 단풍 엔딩을 담은,
다큐멘터리 3일 649회 <단풍 엔딩 –
충북 속리산 국립공원 72시간> 편은
2020년 11월 15일 일요일 저녁 11시 05분
KBS2TV를 통해 방송된다.
연출 : 이은미
글, 구성 : 최서연
내레이션 : 강성규
조연출 : 전고은
취재작가 : 황정윤
방송 : 2020년 11월 15일 23시 05분 KBS 2TV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