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절밥 한 그릇

보명스님의 소박한 성찬

비구니 스님들의 맛수다

봄날의 천성산에 가면

연화사의 봄바다 한 그릇

절밥이 맛있는 이유


 


한국기행 544편 미리보기


절밥 한 그릇


벚꽃과 연둣빛 새순이 조화를 이루어간다. 

봄날의 산들로 우리를 불러 모으는 건 

비단 향기로운 꽃내음뿐이랴. 

땀을 한 바가지 쯤 흘리더라도 

저 높은 산사를 오르고픈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 속의 작은 암자. 

그곳에서 만난 소박한 맛의 성찬들. 

죄다 나물에 장아찌가 전부인데도 

스님들이 내어주는 절밥 한 그릇은

 왜 그리도 맛있는 걸까. 

천상의 맛이 이런 맛이요. 꿀맛이 따로 없다.

 

누군가는 땀을 흘려 맛있다 하고 

누군가는 공짜라서 맛있다는 절밥. 

스님들에겐 수행의 동력이요. 

우리에겐 큰 울림을 주는 마음의 밥상이다. 

깨달음의 70%는 음식에서 온다고 믿는 스님들. 

우리에게 수많은 삶의 화두를 던지는 

소박한 절밥 한 그릇의 의미를 찾아 떠난다.

 



1. 보명스님의 소박한 성찬 

5월 18일(월) 밤 9시 30분

  

경상북도 경주, 고헌산 자락. 

싱그러운 녹음 사이로 흐르는 계곡 옆에서 

보명스님을 만났다.

 

25년을 가꾸어온 스님의 도량엔 갖가지 꽃과 

나물이 가득! 스님은 풀을 통통하게 살찌우는 

농부가 되었다가 손맛을 더해 복(福) 짓는 

요리사가 된다. 스무 살 젊은 나이에 엄마의 

눈물을 뒤로하고 출가한 보명스님은 

학인 시절, 특별 채공으로 불렸을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았단다.

 

아궁이 앞에서 하루 종일 밥을 짓던 공양주 시절은 

스님이라면 누구나 거치던 수행의 시간. 

직접 캐고 말려서 조물조물 스님의 손맛을 

더한 고사리나물과 미나리 듬뿍 넣은 나물비빔밥. 

소박하지만 그 맛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얼마나 수많고 은혜로운 인연들이 쌓여 

이 한 그릇과 마주하게 되었을까.

마음까지 배부르게 해주는 

보명스님의 절밥을 맛보러 떠난다.


 



2. 비구니 스님들의 맛수다

5월 19일(화) 밤 9시 30분


항상 같은 자리에 있지만 갈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는 산사 여행.

여고 동창 같은 도반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에

무여스님은 더욱 설레고 즐겁다.


무여스님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경상북도 김천의 송학사.

주지 소임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주호스님은

한창 정월에 담근 장을 가르는 중이다. 


일복이 있으면 먹을 복도 있다! 

주호스님이 멀리서 온 도반을 위해 준비한 음식은 

봄 두릅 듬뿍 올린 감자피자와 시금치파스타. 

떡볶이, 피자, 김치찌개... 

엄마가 해주던 속세의 음식이 먹고 싶어 

감자피자 한 입에 눈물 흘린 적도 있다는 

비구니 스님들. 스님들의 별식 속에 담긴 

애틋한 추억여행을 떠나본다.

 

 

다음날, 두 스님이 찾은 곳은

 충청북도 청주의 월명사. 

언니처럼 정겨운 지견스님이 있는 절이다.

 

머위 뜯고 장독대 구경도 하니

 지견스님이 별미를 마련해준단다. 

똑같이 열아홉 살에 출가한 스님들이지만 

빚어낸 만두 모양은 제각각! 

애호박이 듬뿍 들어간 여름만두와 

탕수육 대신 먹는 표고버섯탕수이.

 

수행자라는 같은 길을 떠나온 세 비구니 스님의 

유쾌하고 특별한 만남을 따라나선다.


    


3. 봄날의 천성산에 가면

5월 20일(수) 밤 9시 30분


경상남도 양산, 천성산의 산하동계곡을

 끼고 올라가면 특별한 20첩 밥상을 만날 수 있다. 

당신의 얼굴보다 커 보이는 목탁을 두드리며 

60년 넘게 한결같은 음조로 염불을 외어온 능인스님. 

조난당한 등산객에게 밥상을 내어준 일을 계기로 

40년 넘도록 방문객들에게 점심공양을 베풀고 있단다.

 

갖가지 봄나물과 장아찌, 갓 따온 상추까지... 

상다리 부러질 듯 푸짐한 반찬에도 

능인스님은 늘 모자라는 듯하다.

 

“반찬이 많아야 밥이 맛있지. 

이것도 찍어 먹고 저것도 찍어 먹고”

 

무엇이든 퍼주고 싶은 마음은 영락없는 친정엄마. 

그 마음에 이끌려 노전암을 찾는 사람들은 

능인스님과 함께 늙어가며 세월을 보내왔다.

 

40년 세월 한결같이 임금님 수라상 못지않은 

능인스님의 푸짐한 20첩 반상을 만나본다.

 

 - 


코끝을 찌르는 제피 향으로 가득한 천성산의 숲 속. 

제피를 따는 원상스님과 미욱 씨를 만났다. 

해발 700m 기암절벽에 자리한 미타암의 자랑거리는 

시원한 절경과 아미타불입상을 품은 천연 석굴. 

하나하나 계단을 밟고 올라오면 

물도 맛있게 느껴진다는데.

 

곤달비쌈밥과 제피장떡, 가죽나물장아찌까지! 

야들야들 산나물로 차린 절밥 한 상을 만나본다.

 




4. 연화사의 봄바다 한 그릇 

5월 21일(목) 밤 9시 30분

 

경상남도 통영 바다에 핀 연꽃섬, 연화도에는 

한 번 발 들이면 하염없이 머무르고 싶은 

연화사가 있다.

 

공양주 해인보살과 함께 이곳에 지내는 

여덟 살 아연이가 소개해주는 연화사는 어떤 곳일까.

 

“대웅전 들어가서는 소곤소곤 이야기해야 돼요. 

시끄럽게 다니면 부처님이 시끄러워 해요.”

  

쉿! 검지를 입술에 붙이고 주의시키더니 

법당에 들어가서는 낭랑한 목소리로

 염불하는 아연이. 예불시간이면 주지스님과

 아연이의 예불소리가 연화사를 가득 메운다.

 

매일 아침마다 연화사에 오르는 보살 사총사. 

이들에게 연화사는 실컷 수다 떨고 

맛있는 것도 해먹을 수 있는 사랑방이다.

 

돌섬에서 캔 재료들로 차린 절밥 메뉴는 

톳밥과 거북손된장국, 생미역을 넣은 해초비빔밥! 

연화사에 둘러앉아 먹는 절밥은 

어찌 이리도 맛이 좋은 걸까.

 



5. 절밥이 맛있는 이유 

5월 22일(금) 밤 9시 30분

 

6성급 호텔의 한식 조리장을 그만두고 

절에 들어가 사찰음식을 배웠다는 정재덕 요리사. 

그가 사찰음식의 장금이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산길을 올라 도착한 곳은 

남양주 백봉산 자락의 덕암사. 

홀로 지내는 도림스님을 도와 상추 심고, 

금낭화도 딴다.

 

“작물을 가꾸는 게 네 가지라고 알고 있거든요. 

땅, 바람, 물, 태양. 그런데 여기에 스님의 

정성까지 들어가서 오늘은 다섯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솜씨쟁이 도림스님이 말하는

 절집 음식의 비법은 장맛! 

스님은 고로쇠 물로 장을 담그는데, 

한 해의 음식 맛을 이 장맛으로 판가름할 수 있단다. 

오늘 도림스님이 해줄 음식은 메밀전병, 꽃샐러드, 

그리고 산야초된장비빔국수. 

불가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부르는데, 

힘든 수행을 하는 절에서 스님을 

미소 짓게 하는 음식이기 때문. 

꽃을 곁들인 국수 한 입에 

마주보고 앉은 두 사람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

 

이번에는 평택으로 떠나는 정재덕 요리사. 

수도사에는 사찰음식 명장으로 지정된

 유일한 비구, 적문스님이 있다.

   

경내의 느티나무는 300년 수령의 거목.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이 나무가 

스님에게는 자연의 이치를 가르쳐주는

 스승이자 동반자이다.

 

오늘은 때마침 느티나무 새순을 맏물로 따는 날! 

느티나무 잎을 채취해 먹을 수 있는 기간은 단 2주다. 

그렇기에 스님은 절밥에 기다림의 미학이 들어있단다. 

식재료도 그리워하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탓이다.

 

적문스님은 부지깽이로 아궁이 두드리며

 느티떡을 쪄내고, 정재덕 요리사는 

과연 300년 세월을 한 입에 먹는 기분이라는데. 

초파일 절식, 느티떡에 켜켜이 담긴 

그리움을 느껴본다.


방송일시 : 

2020년 5월 18일(월) ~ 5월 22일(금) 밤 9시 30분

 

기 획 : 김경은 

촬 영 : 박주용 

구 성 : 김문수 

연 출 : 박선연 

(㈜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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