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그 겨울 참 오지다

 찬 바람 불면 갯벌에 간다

나 홀로 첩첩산중 

먼 길 돌아 오지 

거제 바다의 겨울 진객 

겨울은 순하게 흘러가리




한국기행 527편 미리보기 


그 겨울, 참 오지다 


찬 바람 불고, 흰 눈이 내리는 풍경 속에 

‘우리가 기다린 겨울’이 움트고 있다.

 

겨울 한 철을 위해 일 년을 기다리는 어부, 

살갗이 트는 추위에 단단히 동여매고

 갯벌로 나서는 아낙들, 

첩첩산중에서 홀로 월동준비로 바쁜 스님부터 

겨울에서야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오지의 부부까지.


그들이 보내는 알차고 흐뭇한,

 ‘오지게 좋은’ 겨울의 시간을 만난다. 

 



1부. 찬 바람 불면 갯벌에 간다  

12월 30일 (월) 밤 9시 30분


 서산 가로림만 감태 박성호 씨 

연락처 전화번호 010-4423-1413 

   

찬 바람이 불면 바빠지는 태안의 어머니들. 

바지 두 개는 기본, 모자에 마스크에 

완전무장을 하고 갯벌로 향한다.


파도가 물러간 구례포 옆 갯바위에서 

모양이 작고 까맣다고 해서 ‘깜장 굴’이라고 

불리는 굴을 캔다. 

굴 캐느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해도, 

이웃들과 얘기하느라 고단한 줄 모르는 어머니들. 

어느새 동네 사랑방이 된 갯벌에서 

수다 한 번 신나게 떨고 나면, 

금세 소쿠리 한가득하다.

 

-

 

충남 서산의 가로림만. 청정한 곳에만 난다는

 감태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딛는 곳마다 푹푹 빠지는 펄을 무릎까지 오는

 장화 하나로 거뜬히 걸어가는 박성호 씨.

도시에 살다가 5년 전 고향에 돌아와서 

겨울 갯벌에서 감태를 맨다.


맑고 선명한 초록색의 감태는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태안 특산물이다. 

추위도 잊은 채 열심히 감태를 매던 그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그 이유는 뭘까. 

감태는 모든 작업이 사람 손을 거치는 만큼

 힘들고 고단하지만, 겨울 한 철 열심히 일하면

 또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고마운 겨울 손님이다.

  




2부. 나 홀로 첩첩산중 

12월 31일 (화) 밤 9시 30분

  


강원도 영월의 한밭골. 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깊은 산중에 작은 암자가 하나 있다. 

절을 지키는 개 두 마리 빼곤, 

오가는 기척조차 없는 조용한 곳이다.


3년 전 홀로 첩첩산중에 들어와

 손수 암자를 짓고 사는 지산스님, 

고요할 것만 같은 자연에서의 

삶도 겨울이 되면 동분서주해진다. 

몸이 편할 새가 없는 오지 생활이지만, 

스님은 걱정 없다.

  

“세상사가 뜻대로 다 잘되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월동 준비로 하루가 바쁘지만 온갖 잡생각들을

 아궁이에 넣어 버리며 마음을 수련하는 스님. 

태풍에 쓰러진 나무 하나 치우기도 쉽지 않지만 

적적한 오지 생활은 ‘나를 찾는 여정’이라고

 여긴다. 첩첩산중에서 홀로 만나는 겨울은 

어떤 풍경일까.

 


 

3부. 먼 길 돌아, 오지  

1월 1일 (수) 밤 9시 30분

  

25년 전, 전국을 떠돌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영월의 오지, 

가재골(可在洞)에 들어온 유숭일 씨.


가재골은 ‘가히 살아남을 만한 곳이다’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무인도 같은 생활을 

꿈꾸던 숭일 씨는 같은 꿈을 가진 아내를 만나

 60년도 더 된 낡은 시골집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별채와 작업실을 가진 집으로 고쳤다. 겨울이 

되면 부부는 산에서 나무를 해서 아궁이를

 채우는데 그 크기가 다른 집 아궁이에 반도 

안 되는 작은 크기. 수년간 연구 끝에 단열재를

 이용해 아궁이의 열효율을 높인 결과다.

 엄동설한 추위가 몰아쳐도 그들의 보금자리는

 봄볕처럼 따뜻하다. 먼 길 돌아 오지로 찾아온

 이들이 만들어가는 소소한 행복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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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과 영월 사이, 함백산 일대에 

남아있는 해발 1,100m의 ‘운탄고도’. 

‘석탄을 나르던 높은 길’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 길은 만항재서부터 함백역까지 40여 km에 

이른다. 탄광이 문 닫으면서 ‘구름이 양탄자처럼

 평평하게 펼쳐지는 길’이라는 새 뜻을 받았다. 

40여 년 전 석탄 산업의 전성기를 함께, 보낸

 직동리 마을 사람들. 더 나은 삶을 위해 청춘을

 바쳐 일했던 운탄고도의 달라진 풍경이 그저

 새로울 뿐이다. 하늘과 맞닿은 풍경이 이렇게도

 아름다웠는지, 하얀 눈이 내려앉은 겨울의 

운탄고도를 걸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


섬강이 유유히 굽어 흐르는 강원도 원주의 

오지인 진방골. 38년 전 도시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어부로 살아가는 주경숙 씨. 강이 있어 

살림을 꾸리고 아이 셋을 시집과 장가를 보낼 수

 있었다. 날씨가 추워도 살얼음 낀 배를 밀고

 강으로 나가는 그녀. 예전엔 사는 게 바빠

 풍경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맨손으로 그물을 올려도 춥기는커녕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배를 타고 둘러볼 수 있으니 어부로 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녀가 끓여주는

 한겨울 매운탕은 어떤 맛이 날까.

  




4부. 거제 바다의 겨울 진객 

1월 2일 (목) 밤 9시 30분

   

일 년을 기다린 남해의 겨울 진객 ‘대구’로 

거제도가 들썩인다. 새벽부터 들어오는 배들과

 아침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제의 외포항.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제일의 대구 집산지다. 

겨울 고기인 대구가 잡히기 시작해야, 진짜 

겨울이 왔다고 느낀다는 선원들과 10년 넘게 

약대구를 만든다는 아주머니까지. 모두가 추위를

 잊고 대구를 맞이하느라 바쁘다. 올해 첫 대구

 조업에 나선 관포항의 어부 박승구 씨. 겨울

 대구잡이로 1년 생활비를 버는 만큼, 대구가

 반갑고, 고맙다. 간밤에 대구 많이 잡는 꿈을 

꿨다는 오랜 선원과 함께 거제 앞바다로 나간다. 

과연 올해 첫 대구 조업에서 만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5부. 겨울은 순하게 흘러가리

1월 3일 (금) 밤 9시 30분

  

운탄고도 아래, 정선에서 작은 목장을 하는

 김의태 씨 부부. 사슴, 양, 포니, 돼지… 일 년 전

 야생에서 찾아 들어온 노루까지. 부부와

 동물들이 함께 맞는 다섯 번째 겨울이다. 

아무 생각 없는 순박한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히 시름이 없어진다는 의태 씨와 먹여 

살려야 한다는 걱정이 자꾸 늘어난다는 아내다. 


겨울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꼭대기 목장. 

남편과 둘이서만 보낼 수 있어, 오히려 이 계절이

 기다려진단다. 매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오지만

 서로가 있어 올해 겨울도 늘 그렇듯 순하게

 흘러갈 것이다.

 

방송일시 : 

2019년 12월 30일(월) ~ 2020년 1월 3일(금)

 

기 획 : 권오민

촬영 : 고민석

구성 : 김경희

연출 : 허도검 

(㈜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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