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추중진미 뚝배기
추억이 보글보글
사량도 멋있고 맛있다
이 가을 몸보신 하실래요
가을 바다 한 뚝배기
사랑은 뚝배기 같이
한국기행 516회 미리보기
<추중진미, 뚝배기>
음식보다 먼저 그 맛을 떠올리게 하는 그릇이 있다.
오랜 세월, 서민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은 뚝배기!
일단 뜨거워지면 깊은 맛이 우러나고
투박한 손길로 다뤄도 깨지지 않아
옛 시절의 향수까지 담아내는데.
찬바람 불기 시작한 요즘,
자연이 내어준 가을의 결실들이 뜨거운
뚝배기 그릇 안에 모였다.
소박하지만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가을 뚝배기 밥상을 만나본다.
1부. 추억이 보글보글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강원도 동해 산촌의
신흥마을, 타지키스탄에서 온 이방인, 파란이
이곳을 찾았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고구마 밭에선
특별한 가을 잔치가 벌어진다. 추수한 수확물을
옛 방식 그대로 구워먹는 ‘삼굿구이’ 옛 시절,
삼베를 찌던 방식에서 차용해 농작물을 구워먹는
것인데 지난날의 향수 때문인지, 피어오르는
연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물 없이는
먹을 수가 없단다.
신흥 마을 인근엔 숨은 비경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다가 없는 정선으로 소금을 조달하는
길이었다는 소금길. 오가는 이들이 사라지고
수십 년 동안 닫혀있던 이 길이 1년 전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마을 주민인 심재섭씨에게 소금길은 특별한
장소. 가을이면 1년에 딱 한번 수확할 수 있는
토종 꿀 채취를 나서기 때문이다.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오가며 돌본 노력 끝에 얻은 계절의
결실은 산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가을바람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산촌에선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드는 뚝배기 음식이 있다.
강원도 사투리로 ‘뽁작 뽁작’한 모양으로 끓어
이름 붙은 ‘뽁작장’은 흙으로 만든 뚝배기
그릇에 요리해야 그 맛이 살아난다고 한다는데,
재섭 씨 가족에게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뚝배기의 맛은 어떤 맛일까?
풍성한 가을의 결실로 즐거운 산촌마을,
추억과 그리움의 맛을 함께 찾아 떠나본다
2부. 사량도, 멋있고 맛있다
청명한 가을 바다, 섬으로 향하는 배를 탄
여행객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하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파란도
경상남도 통영의 사량도로 향했다.
섬에 닿자마자 향한 곳은 사량도를 대표하는
지리망산. 바다 위의 지리산이라 불리는 만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비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바라본 사량도 전경은 어떤 모습일까?
지리망산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사량도의 작은
어촌 마을. 마을에서 소문난 여선장,
이수연 씨를 따라 파란이 문어 조업에 나섰다.
가을 제철인 문어가 끝없이 바다에서 올라오면
고된 뱃일이 즐겁기만 하단다.
가을이라 여선장의 하루는 더 유쾌하기만 하다.
가을엔 문어로 마을 사람들이 해먹는 음식이 있다.
커다란 뚝배기를 한 가득 채운 것은
문어의 먹장으로 끓인다는 ‘먹장국’
생소한 재료지만, 그 맛이 시원하기로는 일품이다.
달궈진 뚝배기 속을 맨 손으로 거침없이
요리하는 손길은 뚝배기를 닮은 듯,
투박하지만 정겹다.
마을 아낙들이 파란을 특별한 보물창고로 안내했다.
갯바위엔 거북손, 고둥, 그리고 이름도 모를
해산물들이 가득이다. 보물이 가득한 갯가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바위 틈새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다.
‘각시못’이라 불리는 작은 폭포인데
보기만 해도 피로가 풀리는 절경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보답의 의미로
타지키스탄 전통 음식 ‘라그만’을 대접하는 파란.
우리네 입맛에 맞춰 뚝배기로 요리하기로 했다.
과연 뚝배기 안에 담긴 이색적인 요리는
어떤 모습일까?
온기를 가득 담은 뚝배기처럼,
따뜻한 사랑이 가득한 섬,
사량도에서의 하루를 함께 들여다보자.
3부. 이 가을, 몸보신 하실래요?
노란 벼가 고개를 숙여 익어가는
경상북도 예천의 송담 마을,
여느 농촌 마을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곳은
영양 남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영양 남씨 26대 종부인 정옥례 씨 부부는
이 곳에 한옥을 짓고 살고 있다.
추수가 한창인 황금 들녘, 미꾸라지를 잡으러
나선 가족들. 남편 기호 씨의 어린 시절 방식
그대로 미꾸라지를 잡는데..
역시 종가에서 내려오는 방식 그대로
함께 저녁을 준비하는 고부 지간의 두 종부,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미꾸라지를
일일이 갈아 넣어 정성 가득 담긴 추어탕을 만든다.
가을 보양식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는데,
고즈넉한 가을 밤, 넉넉한 한옥에서
온 가족이 함께한 저녁 밥상의 맛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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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맞닿은 경상남도 하동.
수십 년 동안 재첩 채취를 하며 살아온 조상재씨는
가을을 맞아 분주하다. 거랭이로 강바닥을
살살 긁으며 조금씩 거르다 보면
어느새 대야는 황금빛 재첩으로 가득이다.
게다가 강변에 놓아둔 통발엔 덤으로
참게까지 잡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참게를 가지고 해먹는 ‘참게 가리장’은
상재 씨의 집에서 소소하게 즐겨먹는 별미.
경남의 향토 음식이라는 가리장은
배고픈 시절, 쌀이 귀할 때 찌개에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넣어 배를 채우는 음식이었다고.
직접 기른 방아 잎을 넣고
뚝배기에 한소끔 끓여낸 그 맛이 일품이라는데..
이 가을, 힘이 불끈 솟게 하는 보양 밥상을 만나본다.
4부. 가을 바다, 한 뚝배기
결실의 계절을 맞은 충남 보령의 가을 바다,
관대한 바다는 마을 사람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다.
근 몇 년 만의 풍년이라는 꽃게,
얼굴보다 더 큰 꽃게를 들어 보이는
어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멈출 일이 없다.
또 다른 바다의 선물은 가을의 전령사 전어.
그물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전어의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함께 수확의 즐거움을 나누는 마을 사람들.
넉넉한 마음만큼 커다란 뚝배기가 등장한다.
충청도에서는 ‘투가리’라 부른다고.
살이 꽉 찬 가을 꽃게를 넣고 끓인 투가리 꽃게탕과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들 뿐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다. 한 바탕 벌어지는 잔치 한 마당.
바다에 꽃게와 전어가 있었다면,
갯벌에는 바지락이 있다.
캐기만 하면 지천에 널려있는 바지락이
노다지마냥 나온다.
그 날 잡은 신선한 바지락으로
양념도 없이 뚝배기에 물만 넣고 끓여낸
바지락 탕은 ‘와그랑 와그랑’ 뚝배기 속에서
부딪히는 소리를 따서 와그랑 탕이라고 한단다.
갯벌이 주는 보물답게 특별한 조미료가 없이도
개운하다는데.. 마을 아낙들과 같이 먹는
가을 바지락 탕의 맛은 과연?
풍성한 계절, 더욱 풍성한 행복이 넘쳐나는
가을 바다 잔치를 함께 즐겨보자.
5부. 사랑은 뚝배기 같이
심마니 김용락, 송희진 씨 카페
http://cafe.daum.net/tlatkstka
전라남도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는
뚝배기 같은 뭉근한 부부가 살고 있다.
19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어,
올해로 결혼 10년차라는 김용락, 송희진 씨가
그 주인공.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부부의
보금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용락 씨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놀이터다.
산촌살이에 아이들이 심심할까봐 손수
만들었다는 놀이터는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있다.
이맘 때 즈음이면 산 속으로 가을 버섯과
약초를 캐러 다닌다는 용락 씨 심마니인 남편을
따라 아내 희진 씨도 함께 산행을 나섰다.
산에 나는 것은 뭐든 척척 박사인 남편과 다르게,
모든 게 서투른 아내. 아무렴, 둘이 같이 산을
다니면 데이트를 하는 느낌이라 그저 좋다고.
그 날 저녁 밥상에는 남편 용락 씨가 솜씨를
발휘했다. 산에서 캐온 능이버섯과 직접 키운
닭을 넣고 한 가득 끓여낸 능이 백숙.
음식을 담아낸 커다란 뚝배기를 보고
부부는 새삼 서로를 돌아본다.
“냄비 같은 관계보다 뚝배기 같은 그런 관계가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죠. 우리도 냄비처럼
쉽게 끓어오르지 않고 뚝배기처럼 진득하니
해가 지고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거에요.”
때론 티격태격하는 친구처럼, 때론 달달한 연인처럼
유쾌하고도 따뜻한 지리산 산골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방송일시 : 2019년 10월 14일(월) ~ 10월 18일(금)
기 획 : 김현주
촬 영 : 박주용
구 성 : 장의민
연 출 : 이준범
(㈜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