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엄순분의 봄날 

 이병한 씨 배우 엄순분 씨 부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락

 산골마을

 순분 여사의 인생을

 담은 노래극


 


인간극장 4428회 미리보기 


엄순분의 봄날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락을 병풍으로 두른 

산골마을 이병한(78), 엄순분(75) 내외는 가을걷이를 

하느라 하루해가 짧다. 여름내 땀 흘려 가꾼 열매들을

 살뜰히 거두어서 5남매, 자식들 앞으로 보내는 것이

 노부부의 유일한 낙- 이 가을도 그렇게 저무나 

싶었는데  순분 할머니의 가슴에 때 아닌 봄바람이 

찾아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배우’라는 이름을 갖게 된 순분 여사,

 딸처럼 가깝게 지내는 이웃, 혜경이와 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아라리 할 줄 아세요?’ 해서 불러보았고

 ‘어떻게 살아오셨어요?’ 해서 살아온 이야기 

몇 자락 들려줬을 뿐인데 창창한 두 명의 소리꾼과

 함께 당당히 무대에 서게 됐다.  게다가 공연에

 올리는 작품의 내용이 바로 나의 이야기... 



 

떼꾼의 딸, 광부의 아내, 모진 시집살이를 겪었고 

배곯던 시절에도 5남매 먹여 살리려고 애면글면 

살아냈다. 떠올리면 눈물만 나니 속으로만 삭혔던 

인생의 고개들... 굽이굽이 풀어내니 객석에선 웃음이

 터지고, 눈물을 쏟는다. ‘참 잘 살아왔다...’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다.

 

이제 코앞으로 찾아온 생애 두 번째 공연 

지난번엔 고추 딴다는 핑계로 공연장에 오지 않았던

 영감님 이번엔 공연을 보러 올 지도 모른단다 그런데

 공연을 앞둔 어느 날, 순분여사에게 갑자기 찾아온

 통증. 갈비뼈에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떻게 찾은 내 인생의 봄날인가 

인생의 가을 녘에 다시 찾은 이름, 바야흐로

 ‘엄순분’의 봄날이다.

  

# 인생의 가을 녘에 봄바람이 분다

 

온 산이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의 계절,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락에서 농사를 짓는 

이병한(78), 엄순분(75) 내외는 가을걷이로 분주하다.


고추, 수수, 깨, 콩... 자투리땅도 놀리지 않고 종류대로

 심은 곡식들. 하나 둘 거두어서 대처로 나간 

5남매에게 보내는 것이 노부부에게는 유일한 낙이다. 

 이맘 때 순분 여사는 이집 저집서 불려갈 정도로 

손끝 야물다고 소문난 일꾼. 

“일하는 박사예요, 기계야 기계” 59년을 함께 산 

영감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는데...


순분 여사, 손끝 야무진 농사꾼이 그냥 쉽게 된 것이 

아니다. 일곱 살 때 부터 식구들이 일하는 밭으로 

밥을 해다 날랐고,  열일곱에 열두식구 빼곡한 

가난한 집으로 시집왔더랬다. 그 고단한 세월을

 말해봐야 누가 알아줄까,  


무뚝뚝한 영감은 ‘그 시절엔 다 고생하며 살았다’ 며

 속을 긁으니,  묵묵히 호미질을 하며 ‘올 한 해도 

이렇게 저무는가’ 싶었는데,  순분 여사의 가슴 속에

 때 아닌 봄바람이 찾아왔다. 





# 배우, 엄순분 


고추를 따다 말고, 수수도 털다 말고, 툭하면 집을

 나서는 순분 여사.  콧노래 부르며 도착한 곳은 

공연 연습실, 산골 할머니에서 여배우로 거듭나는

 현장이다. 순분 할머니에게 배우라는 이름을 달아준 

이는 옆 마을에 사는 권혜경씨(54).  평소 순분 여사와

 다정히 지내는 가까운 이웃이었던 혜경씨는, 순분 

여사가 살아온 고단한 삶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함께 나물을 캐러 갔던 혜경씨,

 순분 여사의 노래 재능을 발견했단다.  게다가 

그녀가 지나온 삶은 절절한 애환이 담긴 아리랑 

가사와 꼭 닮아있었으니, 순분 여사의 인생을 담은

 노래극을 만들고 싶었다.  


함께 무대에 서는 배우 둘은 정선 아라리를 공부하고

 악극단에 몸담았던 젊은 소리꾼들.  그 사이에서 

순분 할머니는 ‘배우 엄순분’으로서 공연을 열고 

닫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지난 9월에는 서울서

 첫 번째 공연도 올렸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아

 전석매진을 기록, 벌써 두 번째 공연을 준비 중.


‘우리 부모 나를 기를 때 금옥같이 하더니,

 외딴 골목 절벽 밑에다 왜 나를 두었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무대 위에서 풀어내는 노랫말이 꼭 나의 인생같다.

보름 후면, 지나온 ‘나의 인생’을 무대 위에서 

펼쳐낼 참이다. 


# 굽이굽이 고단했던 고갯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순분은 일곱 살 무렵, 

가리왕산 깊은 골로 이사를 왔다.  9남매 몸 누일

 땅을 찾자면 다른 길이 없었다. 나무를 실어 파는 

떼꾼이었던 아버지, 어린 순분에게 비단저고리를 

사다 주겠노라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다. 

주색에 빠져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화병으로 눈까지

 멀었다.  피죽도 배불리 먹을 수 없던 곤궁한 시절, 

학교에 보내달라 말을 꺼냈다가 두들겨 맞은 기억이

 원망스럽지만, 어린 순분을 안고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던 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 


입 하나 덜자고 어머닌 열일곱 순분을 산 아래 마을로 

시집 보내셨다.  그런데 시할머니에 시부모님, 

시동생까지 삼시세끼 챙겨야할 식구가 열둘, 

술 좋아하던 시어머니 밑에서 모진 시집살이를

 겪었다. 뼛속까지 시려오는 추운 겨울 냇가에서 

손빨래는 기본이고, 첫째 아들을 낳고 먹을 것이 

없어서 꽁꽁 언 무를 씹어 먹다 이가 다 빠져버렸단다.

 그 고단한 세월을 견디게 한 건 바로 자식들이었다. 


굽이치는 아리랑 가사처럼 한 많은 세월을 

살아왔는데. 지난 날의 보상일까, 젊은 소리꾼들과

 함께 ‘내 인생’을 주제로 공연을 준비하다니. 

인생의 가을 녘에 꿈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 다시 찾은 이름, 엄순분의 봄날 


산골 할머니에서 여배우로 거듭나는 현장,


두 번째 공연을 앞둔 순분 여사는 연습도중 거듭 

바뀌는 대사에 안색이 어두워지는데... 일흔 넘어 

대사를 외우려니 고생이다.  무뚝뚝한 영감님이 

내 서러운 마음을 읽은건지 웬일로 “잘 해보라”며 

글공부도 시켜주고,  순분 할머니는 서툴지만 자식들

 이름부터 또박또박 써본다. 가을걷이에 

공연연습에 뒤늦은 글공부까지, 생애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순분 여사. 그런데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찾아온 통증, 갈비뼈에 문제가 생겼다. 


공연 팀과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괜찮다’며 

연습을 이어가는데.. 게다가 지난 공연엔 오지 않았던 

영감님까지 ‘이번에는 보러 가겠다’는 내색을 비췄으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아픈 것도 참아가며

 마음으로 아라리 고개를 넘어보는 순분 할머니. 

 인생의 가을 녘에 다시 찾은 이름,

 ‘엄순분’의 봄날이다.  


방송일시 : 2018년 11월 12일(월)~11월 16일(금)

채    널 : KBS 1TV 07:50 ~ 08:25

프로듀서 : 이은수

제    작 : 타임프로덕션(02-761-6921)


연출 : 지현호 / 촬영: 박승국, 박병로, 박호은

 / 글․구성 : 김수진

보도자료 문의 : 조사랑 취재작가

 (연락처 전화번호02-782-8222)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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