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86회
신년 기획 [2025년 새해 밥상에 희망을 담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어둠을 뚫고 비상하는 푸른 뱀
여러분의 새해 소망은 무엇입니까?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찬 새해 밥상을 만난다
같은 날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새해는
누구에게는 특별하다. 매일 뜨는 해라
할지라도 새해 첫 아침의 해는 가슴을 뛰게 한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마음으로 다시 한번
기운차게 달려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일부러 해맞이하러 나서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맞이 마을에서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새해 밥상과 소박하면서도
옹골한 새해 소망을 담아본다.
■ 포항 바다의 젊은 어부와 어머니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항
*해안길 횟집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3192번길 21-17
상호,정보 ,위치
방송,tv,오늘,주소,가게,식당,어디,
지도 ,촬영지,장소,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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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작성된 글이며
언급된 인물 업체 제품 방송 등과 관련이 없습니다
우리 국토의 동쪽 끝에 있는 포항의 호미곶.
자정을 넘긴 시간, 배 한 척이 호미곶 앞의
어두운 밤 바다로 출항한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오징어를 잡고 있는 젊은 어부 박정석(36세) 씨.
어머니의 등에 업혀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의
배를 탔다는 정석 씨는 10년 동안 원양어선을
탄 뒤, 4년 전 아버지의 바다로 돌아왔다.
그가 나고 자란 포항 앞바다는 남태평양을
누비던 시절에도 늘 그리웠던 고향이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동해에도 오징어가 많이
나지 않아 밤샘 조업을 해도, 절반 이상은
잡어. 젊은 사람들이 뱃일을 기피해
자동조타기에 의지해 홀로 밤바다를
지켜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래도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그의 새해 첫 아침은 특별하다.
밤새 홀로 조업하는 아들이 걱정돼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새벽 항구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칼바람을 맞으며 일하느라
몸이 얼어붙은 아들을 위해 새참 음식으로
오징어에 무를 넣어 뜨끈한 오징어 뭇국을
끓여낸다. 오징어에는 타우린 성분이 많아
이만한 피로회복제가 없단다. 고령층만
남은 항구에 젊은 정석 씨가 돌아온 덕분에
당신들에게도 물고기를 선별하는 일거리가
많아졌다며 즐거워하시는 마을 어르신들.
이 소박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석 씨는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한다.
19살 어린 나이에 가족을 위해 원양어선을 탄
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려온다는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새해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아들을 먼바다로
내보낸 뒤, 아들의 등골을 빼먹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 온갖 허드렛일을 다 했던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연이 담긴
삼치시래기찌개, 어머니의 음식이
그리울수록 더욱 이를 악물고 고된 원양어선
일을 버텨낸 뒤 어머니에게 횟집을 지어드린
아들의 사연이 담긴 건오징어볶음. 아들을
곁에 두고 매일 음식을 해먹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는
어머니의 행복이 담긴 통오징찜 등...
고향 바다에 돌아온 지 4년, 밤낮에 걸쳐
하루 두 번씩 조업하며 쉬지 않고 달려온
정석 씨. 1톤짜리 배로 시작해, 지금은
6톤짜리 배를 짓고 있다. 새 배의 출항을 앞둔
아들과 어머니의 설레는
소망을 새해 밥상에서 만난다.
■ 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가 행복이고,
감사이다 -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백운면
*유튜브 떼둥이칠남매
https://www.youtube.com/@%EB%96%BC%EB%91%A5%EC%9D%B4%EC%B9%A0%EB%82%A8%EB%A7%A4
‘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진안고원. 해발 450미터 고지에 하나도,
둘도 아닌 일곱 명의 아이가 있는
다둥이 가족이 있다. 새해맞이 밥상을
차리기 위해, 아빠와 다섯 아이가 눈밭으로
나간다. 얼어붙은 눈밭 속에도
푸릇푸릇한 것이 있다! 겨울의 보약이라
불리는 냉이로 강추위에서도 살아남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음식을 해주고 싶은
칠 남매의 아빠 김길수(53세) 씨.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여기는 그는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찾는 법도
가르치고 있다. 그가 무안 고원에 정착한
것은 15년 전. 도시에서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으며 자라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대자연 속으로 들어와 직접 집을 지은 뒤,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있다.
아빠와 다섯 아이가 캔 냉이로 튀김을 하는
어머니 김주화(50세) 씨. 이 집에서는 제철에
나는 온갖 나물과 꽃이 튀김의 재료가 된다.
도시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를 배달해 먹을 때,
자연을 먹고 자라는 길수 씨 아이들.
아이들에게 자연은 상상력을 펼치는 도화지이자
놀이터이고, 생태계의 섭리를 배우는 살아있는
학교다. 산더덕 하나도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배우는 좋은 교재다. 산더덕을 숯불에 구울 때
나는 ‘지글지글’ 하는 소리는 음악이 된다.
그렇게 너른 자연의 품이 있어, 길수 씨 부부는
아이들을 일곱 명씩이나 낳아 기를 수 있었다.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대학교에 진학한
첫째 아들, 김수남(22세). 도시에 나간 뒤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비교당하지 않고
자란 덕분에 친구를 사귀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길수 씨 가족에게는 새해 밥상도 새해 소망도
거창하지 않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로 밥상을
차리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도 몸과
마음의 건강뿐이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한해가 가면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고, 더덕에 뇌두가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성장하듯이,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그렇게 커나갈 거라 자신하기 때문이다.
부부에게 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
감사이고, 행복이다.
■ 올해도 어제만 같아라
-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송석항
동해에서 떠오른 해가 10여 분 뒤
서해의 갯벌 위로 떠오르자, 충청남도 서천군의
송석항 앞바다가 바빠진다. 겨울 해조류인
물김이 제철을 맞았기 때문이다. 충남 서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김 생산지.
‘바다의 반도체’라 불리는 김은 수출량도
대단해서 2024년 기준, 1조 원이 넘는다.
갯벌에서는 아낙들이 조개를 캐느라 분주하다.
갈고리로 갯벌을 긁으면 동죽이 쏟아져 나온다.
금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미네랄이
풍부한 서천의 갯벌은 예로부터 물김과
각종 조개로 유명했다. 이런 황금 갯벌이 있어서
송석항 사람들은 꿈을 꾸고 희망을 이루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영광 뒤에는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다.
바다에서 갓 건져낸 물김으로 물김 떡국을
끓이며 새해 밥상을 준비하는 송석항 사람들.
물김 떡국은 송석항 사람들의 대표적인
새해 음식으로, 그 속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보낸 고단한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예전에는 물김 생산을 모두 사람 손으로
해내야 했단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강추위 속에서 맨손을 찬물에 넣어가며
물김을 수확하고, 물김을 다져서 김을
만들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3일 만에 갯벌에
나가는 건 다반사. 그런데도 동죽에 온갖 채소를
넣어 침샘이 저절로 솟구치는 동죽 회무침을
하다 보니, 자식들이 눈에 밟힌다. 겨울이
유난히 바쁘다 보니, 새해에도 자식들에게
번듯한 밥상을 차려주지 못했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살았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식들을 공부시켜 외지로 내보내는 것이
어머니들의 희망이었다. 당신들의 삶이
힘들다 보니, 자식들에게는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힘들었던 지난날을 위로하기
위해 서천의 겨울 바다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
각종 재료를 넣어서 물김전을 부치고,
물메기맑은탕도 끓이는 부녀회원들. 물메기는
한때 바다에 버려지던 잡어였지만,
이제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물고기. 인생 역전한 물메기처럼 이 마을도
이제는 후손들에게 당당하게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번창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소망 하나가 생겼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이곳의 풍요로움을
함께 누리는 것. 송석항 사람들을 지탱해 온
희망과 새로운 바람을 새해 밥상에서 만나본다.
- 프로듀서 임기순
- 연출 선희돈 / 작가 최선희
- 프리젠터 최불암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방송일시 2025년 1월 2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8시 30분 (KBS1TV)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