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83회 미리보기

 

밥상을 살리는 한 꼬집 겨울 소금을 만나다

 

자연이 주는 선물 ‘소금’

밥상에 감칠맛을 더하는 한 꼬집의 지혜

자연이 허락하고, 인간이 땀으로 완성한

겨울 소금을 만나본다.

 

인류 최초의 조미료, 소금.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소금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시대에 이미 소금이 있었으며 공물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소금 생산을 나라에서 직접 관리했을

정도로 소금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소금은

살균과 지혈의 작용이 있어 민간요법에

이용되기도 했고, 음식을 저장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소금으로 간을 맞추지

않으면 그 맛을 잃어버리기 쉽다. 한 꼬집의

소금으로 맛과 건강의 균형을 맞추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겨울철, 인내와 열정을

가지고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겨울 소금으로

더욱 풍성해진 사람들의 밥상을 만난다.

 

■ 지리산의 소금 길을 잇다 ‘뽕소금’

- 경상남도 산청군

 

지리산에는 전북과 전남 경남을 아우르는

소금 길이 존재한다. 지리산에서 콩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귀한 소금을 얻고자 백 리를

걸어 바다에 가까운 하동으로 향했다.

소금과 콩이 거래되는 길이라고 해서 붙여진

‘염두고도(鹽豆古道)’ 이제는 사라진

그 소금 길 위에서 송형성 씨(63세)는

뽕소금을 만들고 있다. 뽕소금은

불가(佛家)에서 구전으로 전해 오던 소금으로,

사찰 스님이나 산에서 도를 공부하는 선인들이

사용했던 것을 알려져 있다. 뽕소금 만드는

방법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것이 전부,

복원하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관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가마솥을 태운 적도

여러 번에, 약재와 소금의 비율을 알지 못해

비싼 소금을 내다 버린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뽕소금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꾸지뽕이다. 당뇨와

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진 약재로,

옛날 사람들은 ‘신선이 먹는 약나무’라고

믿었다고 전해진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는

1년 중 가장 바쁠 때. 뽕소금에 들어갈

꾸지뽕을 수확해서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꾸지뽕과 표고버섯, 상황버섯 그리고

다시마를 추가해 진하게 우린 약재를

천일염과 함께 볶아서 뽕소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뽕소금은 염도가 낮고,

감칠맛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소금을

만드는 날엔 형성 씨의 고향인 김해에

사는 친누이가 지리산을 찾아와

추억의 음식을 함께 만들기도 하는데~

 

종갓집 종부였던 어머니가 손님 접대를 위해

만들었던 훈제구이를 형성 씨는 가장 좋아한다.

어머니는 약초를 우린 물에 고기를 담가

간을 했지만, 지금은 뽕소금만 넉넉하게 발라

항아리 안에서 숯불의 연기로 익힌다.

첫서리가 내리기 전, 딱 며칠만 맛볼 수 있는

뽕나무 생과실을 겉절이에 곁들이면

상큼한 맛으로 훈제구이와 궁합도 잘 맞고

소화도 잘된단다. 뽕나무 약재로 우린 육수에

끓인 백숙도 소금 만드는 날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지리산에서 방목해서 키운

토종닭의 건강한 맛에 뽕소금으로

감칠맛을 더해주는데~

 

이렇게 직접 만든 뽕소금을 주변과 함께

나누고, 건강한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것이

형성 씨의 가장 큰 행복이란다. 이유 있는

고집으로 재탄생한 지리산의 보물,

이제는 사라진 소금 길 위에서 뽕소금에

얽힌 인생과 밥상 이야기를 들어본다.

 

 

 

 

■ 산골의 겨울 소금 ‘붉나무 소금’

– 충청남도 청양군 청양읍

 

코끝 시린 겨울이 찾아오면, 임재천 (60세) 씨는

산으로 소금을 따러 나선다. 그가 살던 고향은

강원도 양구, 어릴 적엔 소금이 귀했던

산골 마을이었다. 심마니로 약초에 푹 빠져

살았던 아버지는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산에서 소금을 구해 오셨다. 소금이 열리는

신통방통한 나무의 정체는 붉나무. 열매의

과육을 둘러싼 부분에 하얀 결정체가

맺히는데, 바로 여기에서 짠맛이 나는 것이다.

사실 나트륨이 들어 있는 진짜 소금은 아니고,

소금과 맛이 비슷한 천연 사과산 칼슘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소금이 귀하던 시절,

산골 마을에서는 짠맛이 나는 이 열매의

가루로 두부를 만들 때 간수로 사용했고

민간에서는 피부에 바르기도 했다.

 

붉나무 열매가 소금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가마솥에 넣고 종일 끓이고 거르는 작업의

반복. 이렇게 뜨거운 불에 끓여서 졸이면

시고 떫은맛은 사라지고, 은은하고

부드러운 짠맛만 남게 된다. 소금을 만드는

방법은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웠다.

붉나무 열매 한 포대를 넣어도 소금이 되는 건

겨우 한 줌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버지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매년 산을 누비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재천 씨가 매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소금을 찾아 산을 오르는 이유도

가족들을 위해서다. 붉나무 소금은 짠맛은

나지만 나트륨이 없으므로 건강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 귀한 붉나무 열매로

소금과 청을 만들고, 다시 소금으로 된장과

간장까지 담그며 부지런히 겨울을 준비한다.

 

붉나무 소금을 만드는 날이면 어머니가 항상

만들어주셨던 음식 중 하나가 순두부였다.

붉나무 열매로 간수를 만들어서 보랏빛 색을

띠는 것이 특징~ 일반 소금으로 만든

순두부와 비교해 담백한 맛이 뛰어나고

은근한 단맛까지 도는 맛이 일품이란다.

아버지가 소금을 만들어 주시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술안주로 제육볶음을

만들어주셨는데, 붉나무 소금으로 밑간해서

고기가 부드럽고 잡내가 나지 않는다고.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늘 말씀하신 아버지를 기억하며 지금도

매일 산에 올라 귀한 약초를 찾는 재천 씨.

산에서 발견한 능이, 송이, 산삼까지

귀한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아내에게 제대로 된 건강 밥상을 차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붉나무 소금을 만드는 날,

직접 채취한 송이와 능이를 넣고 끓인

샤부샤부까지~ 남편이 차린 건강 밥상에

함박웃음을 짓는 아내. 소금처럼 깊고

하염없는 재천 씨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본다.

 

 

 

 

■ 9번 구워 완성하는 자줏빛 보물 ‘자죽염’

– 전북특별차지도 ㅊ군

 

속세와 떨어져 사는 불가의 스님들은 예로부터

소금을 상비약으로 사용하곤 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죽염, 특히 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넣고 아홉 번 구워서 만드는 방법은

제조가 까다롭고 어려워 예로부터 약용으로

쓰인 귀한 소금이다. ‘자죽염’의 전통을 잇고

있는 죽염 제조장인, 김인석(67세) 씨가

소금을 만들기 시작한 건 30여 년 전이다.

 

자죽염 대한 관심을 두게 되면서 죽염제조장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23호)인

故 효산 스님을 직접 찾아간 것.

스님은 만류했지만 인석 씨는 홀로

이리저리 죽염을 만들어 보며 공부를

거듭했다.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열정에

결국 스님은 마음을 바꾸었고, 인석 씨에게

오랫동안 불가에서 내려온 전통의 비법을

가르쳐주셨다.

 

천일염을 대나무 통에 담아 소금가마에서

800~900℃의 강한 불로 굽는다. 대나무는

완전히 재가 되고, 단단하게 굳어진 소금을

다시 부수어서 굽는 과정을 8번 반복하는

것이 죽염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9번째에서 자죽염이 만들어진다. 송진을

넣으면 순식간에 가마 온도가 1,700℃ 이상

올라가게 되고 소금은 송진과 녹아 용암처럼

흘러내린다. 이 죽염 용암을 하루 정도

식히면, 드디어 신비한 보랏빛이 감도는

‘자죽염’이 완성된다.

 

죽염은 굽는 횟수에 따라 맛도 효능도 다르다고

한다. 죽염을 만들던 불가에선 간장과 된장을

담글 때도 죽염을 사용했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지고 맛도 더 깊어지게 된다고.

이렇게 담근 장과 죽염은 겨울을 견디는

나물 요리에 두루 사용됐다. 음식이

곧 수행이었던 불가에서 채소 감칠맛을

살리는 죽염은 마음을 닦는

수행 도구이기도 했던 것이다.

 

죽염을 만드는 사람들은 소금이 귀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함께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한 집에서 김장하면, 그 소금물을 온

동네 사람이 돌려가면서 사용했던 어린 시절.

그렇게 소금을 아껴서 만든 김치는 겨울을

견디는 힘이었다. 죽염으로 김장하면

아삭한 맛이 더 오래 간다고. 단단한

대봉감의 떫은맛을 우릴 때도 죽염의

힘을 빌린다. 떫은맛을 우려낸 뒤 썰어서

기본양념에 무친 감장아찌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밥도둑도 이런 밥도둑이 없단다.

겨울이 오기 전, 떫은 감도 자식들을 위해

어떻게든 맛있게 만들어 주던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 바로 감장아찌였다.

소금이 흔해진 요즘, 더 건강한 소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겨울을 뜨겁게

보내는 사람들. 보랏빛 보석 자죽염으로

만든 겨울철 보물 밥상을 만나 본다.

 

- 프로듀서 임기순

 

- 연출 배상만 / 작가 홍난숙

 

- 내레이션 고두심

 

- 제작 하얀소엔터테인먼트

 

- 방송일시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8시 30분 (KBS1TV)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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