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82회

 

“겨울이 넉넉해집니다” 곰삭은 맛의 위로

 

맛있게 익은 곰삭은 맛!

겨울 추위를 녹여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그리운 밥상을 만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본능적으로 기억나는

음식들이 있다. 얼어붙은 땅속에서 시원하게

삭은 김장 김치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구수한 청국장,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젓갈 등 모두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해주던 곰삭은 음식들이다.

그 곰삭은 맛에는 혹독한 추위를 달래주던

어머니의 정성과 형제자매의 추억까지

서려 있어 더욱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삭힐수록

익을수록 깊어지는 곰삭은 맛은 그리운

겨울의 맛이다. 곰삭아서 맛있고

추억이 있어 위로가 되는

넉넉한 겨울 밥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엄마 같은 언니가 지키는 곰삭은 밥상

–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

 

* 유금농산

깻잎김치, 김장김치, 장아찌 등 판매

 

유튜브 영덕영농일기

 

https://www.youtube.com/@YGnongsan/videos

 

블로그 영덕영농일기

 

https://m.blog.naver.com/mikw1010

 

막힘없이 탁 트인 너른 바다를 품고 있는

경북 영덕은 동시에 백두대간의 능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산간 지역이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산속으로 6킬로미터를 들어가는

금곡리에 사는 김위자 씨(61세)

천희득 씨(60세) 부부. 겨울이 다가오자

고랭지 배추를 수확해 김장하느라 분주하다.

고단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아내의

친정 동생들까지 모여들어 웃음꽃이 핀다.

친정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난 뒤에도

친정집을 지키는 맏언니네 덕분에 누리는

행복인데, 곰삭은 겨울 음식 하나하나에

남다른 사연들이 숨어있다.

 

산간마을이지만 바닷가 생활권이다 보니,

날생선을 넣어 담그는 김장 김치. 예전에는

방문 앞까지 눈이 차오르던 마을이라 겨울이면

고립되기 일쑤였다. 그 시절, 형제들에게는

김치 속에 든 생선 한 토막이 유일한 별미로

먼저 집으려는 눈치 싸움이 치열했었다.

약초꾼이었던 아버지는 넉넉하게 생선을

사 올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그 길고

혹독했던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었던 힘은

형제들의 우애와 곰삭은 맛이었다. 그 시절에

먹던 삭힌 깻잎김치를 아직도 이어가고 있는

김위자 씨. 여름에 따서 잘 삭힌 깻잎에

전갱이 액젓으로 간을 하다 보면 여동생은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집안의 맏이였던

언니가 중학교만 졸업한 뒤 공장에 취직해

고등학교 대학교 등록금을 대주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시절이라고 맏이가

다 그렇게 산 건 아닌데, 당연한 내 일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김위자 씨. 환갑을 넘긴

지금도 동생들 먹을거리를 챙기느라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언니의 곰삭은 밥상은

어떤 맛일까.

 

 

 

 

■ 맛도 인생도 곰삭아서 구수한 어머니의 밥상

-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미로면

 

* 삼척미로정원

문의: 김태건 대표

 

http://mirogarden.com/

 

해발 1,300미터의 두타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있어 예로부터 콩 농사가 잘되었다는

삼척의 내미로리. 밭작물의 80%가 콩 농사다.

콩은 농부가 게을러야 수확량이 많다는 말이

있을 만큼, 찬 서리를 맞고 샛노래져야 알도

제대로 차고 털기고 쉬워지는 작물인데,

찬 서리를 맞고도 썩지 않는 그 강인함이

마을 어머니들의 모습과 꼭 닮았다. 어머니들의

겨울맞이는 콩을 수확해 메주를 쑤고

청국장을 담그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매년 해오는 연례행사다.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아직도 엄마의 맛을 기다리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절로 난다는

내미로리 어머니들. 곰삭은 음식 하나하나가

어머니들에게는 힘들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다.

 

메주를 쑤기 위해 3시간가량 푹 삶은 콩을

발로 밟아 으깬 뒤 베 보자기에 감싸 형태를

잡는데, 어머니들이 직접 짠 베 보자기다.

밤을 새워가며 삼베를 짜서 자식들을

공부시켰던 어머니들의 강인한 삶을

대변하는 증표다. 삶은 콩을 삭힌 청국장으로

끓이는 찌개에는 특별히 양미리를 넣고,

가자미로는 조밥과 섞어 식해를 담근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어머니들은

이 값싼 생선이라도 자식들에게 먹이고 싶어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산을 넘어 오일장을

수없이 오가곤 했다. 당신 자신들을

삭혀 자식들을 키우고도, 해주지 못한

것들에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들.

내미로리 어머니들의 구수하고

넉넉한 밥상을 만난다.

 

 

 

 

■ 잘 삭혀서 제맛인 아내의 밥상

-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면

 

* 전장포 새우젓

대표 주인수

 

새우젓 오젓, 육젓, 멸치젓, 황석어젓 등 판매

 

전라남도 신안군의 최남단에 있는 임자도에는

새우젓의 고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젓새우의 60%가 나는 전장포. 이곳에서

55년을 살아온 주인수 씨(80세)

이행숙 씨(76세) 부부에게는 곰삭은 새우젓이

곧 삶이다. 지금은 젓새우를 잡으면 곧바로

배 위에서 선원들이 잡어를 걸러낸 뒤

염장까지 하는 게 보통이지만, 예전엔

그 일이 모두 아낙들의 일거리였다.

물때에 맞춰 하루 네 번씩 들어오는

산더미 같은 젓새우를 일일이 손으로

선별하고, 염장까지 직접 하다 보니

두세 시간 쪽잠을 자는 게 일상이었단다.

그래도 그 새우젓 덕분에 잘 살아왔으니,

보기만 해도 새우젓이 예쁘다는 부부.

곰삭은 젓갈 하나하나에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임자도의 또 다른 명물인 민어를 바람에 말려

숙성한 건 민어로 탕을 끓이면 곰국처럼

국물이 진한 보양식이 되는데, 이때 감칠맛을

돋우는 화룡점정이 바로 음력 6월에 잡아

1년 이상 삭힌 육젓이다. 그런데 이 민어탕을

끓일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21살 어린 나이에 육지에서 7시간이나

배를 타고 전장포의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

고생하는 며느리를 늘 이뻐하셨던 시어머니다.

그런 아내에게 말린 황석어를 내미는

남편 주인수 씨.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아 아직도 직접 담그는 곰삭은

갈치속젓을 내려서 그 어간장으로

황석어 조림을 해주는데, 황석어가 남편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곰삭은

부부의 곰삭은 바다 밥상을 만나본다.

 

- 프로듀서 임기순

 

- 연출 선희돈 / 작가 최선희

 

- 프리젠터 고두심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방송일시 2024년 12월 5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KBS1TV)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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