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16회 미리보기

 

우보천리(牛步千里), 여름을 넘다

 

누군가에게 “소고기 한번 먹자“는

말을 한다는 건, 축하할 일이 있거나

기운나게 해주고 싶을 때다

예로부터 귀한 식자재로 소중한 이를 위한

정성을 다할 때면 소고기가 으뜸이었다.

한 마리에 100가지 맛! 머리부터 발끝,

가죽부터 뼛속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소는

농경사회에서 몇 사람 몫을 해내는

든든한 일꾼이었고, 재산목록 1호였으며,

‘살아있는 입’ 이라는 뜻의 ‘생구(生口)’라

불리던 가족이었다

오랜세월 우리네 삶과 함께 해온 동반자,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가듯, 우직하게

우리 밥상을 지켜온 한우를 만나본다

 

한우가 우리마을의 힘!

- 나주 한우마을 사람들 이야기

 

◼ 나주 소개된 곳

<화탑마을>
-한우 직판장
*061-337-2800

 

나주 화탑마을은 한우로 마을 사업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한 지 15년째. 생산에서 가공 판매,

체험까지 마을주민들의 한우마을로 이름난

곳이다. 농가 4곳에서 키우는

한우 암소만 600두. 시큼한 냄새가 나는

효모균을 넣어 발효시킨 사료를 먹여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농가에서 키운 한우가 도축되어

들어오면 30년 경력의 정형사 염영애 씨의

세심한 칼질이 시작된다. 칼질을 어떻게 하느냐

얻을 수 있는 부위도 달라진다는데. 갈비에서만

십여 가지 부위가 나온단다. 가운데 갈비뼈에서

얻는 갈비꽃살은 고기에 꽃이 핀 것처럼

지방이 퍼져있다고 붙은 이름. 삼각형처럼

길게 생긴 설도, 기름진 차돌박이, 우둔살,

꽃등심, 살치살, 채끝살까지 소 한 마리에

100가지 맛이 들어있을 정도로 다양한 부위가

나온다. 젊은 사람들이 앞장을 서고,

마을 어르신들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 덕에

한우 마을로 이름날 수 있었다는 화탑마을.

벼농사 짓던 때 짚불을 놓아 구워 먹던

짚불구이와 김치 담글 때 김칫소에 소고기를

넣어 버무리는 소고기김치는 마을 어른들의

기억에서 꺼낸 마을의 옜 음식들! 마을의

젊은 일꾼들은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이용하는 데 궁리 중이라는데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지만 육질이 질긴

아롱사태를 압력솥에 푹 익혀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매운아롱사태찜과 화탑마을식

뽀얀 곰탕은 더위 잃어버린 입맛도 다시

찾아주는 여름 별미다. 함께해서 더 기운 나는

화탑마을 사람들의 여름 보양식을 만나본다.

 

 

 

 

소고기는 가장 귀한 대접

- 함양 일두 종가 내림음식 속에 담긴 정성

 

함양군 지곡면에 자리한 개평마을은 조선시대

함양 현감을 지낸 일두 정여창 선생의 일가가

모여 살던 곳.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정소혜 어르신은 종가의 손맛을 기억하는

가장 큰 어른이다. 손님을 접대하고 제사를

모시는 일이 중요한 종가에서 소고기는

귀한 날 손님상에 오르는 식재료였다.

근처에 우시장이 서 생고기 구하기가 수월했던

개평마을에서 즐겨 먹던 개평육회, 우둔살을

얇게 저며 달갈물을 입힌 육전, 소 한 마리를

먹을 정도로 간, 천엽 등 다양한 부위와 정성이

들어가는 신선로, 다진 소고기를 뭉쳐

동긍동글 빚어 일가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한 그릇 나눠 먹던 소고기완자국,

손님들 주안상에 빠짐없이 올랐던 우족편육과

육포까지 재료선택부터 조리법까지 하나하나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종가의

내림 음식은 누군가를 위한 지극한 정성이고

최고의 환대였다.

 

 

 

 

한우, 고향과 어머니의 그리움을 담다

– 개성음식 대가 윤숙자 선생님

 

경기도 연천,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그곳에

고향이 있다는 전통음식연구가 윤숙자 씨는

개성에서 태어나 세 살 때 6·25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남쪽으로 피란 온 실향민이다.

고향 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 연천에 자리를

잡았다. 300평 텃밭에는 개성에서 잘 자라는

인삼과 싱아, 승검초 등 채소 자라고 있다.

고려의 수도이자 국제도시였던 개성은 물산이

풍부했던 곳으로 귀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만드는 음식문화가 발달했는데 단연 첫손에

꼽히는 식재료는 소고기! 40년 요리연구가에게

한우는 최고의 식재료이자 고향을 기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전국 팔도에서 맛있기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개성탕반은 질 좋은

고기로 육수를 내고 북어포와 갖은 나물,

두부까지 넣어 만든다. 곱게 다진 소고기에

햇된장과 수수가루, 부추 등을 넣고 치댄

장땡이는 여름철 늘 상에 올랐던 밥도둑.

혼례 때 빠짐없이 올랐던 홍해삼은

다진 소고기에 홍합과 해삼까지 온갖

산해진미가 다 들어간다. 어머니가 매일

해주던 음식들을 기억하고, 고향 어르신들을

수소문해가며 배운 개성 음식 속에는

그리운 어머니와 고향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묵묵히 50년을 걸어온 한우 농부,

외길 인생이 품은 깊은 맛

 

전남 장흥. 천관산 아래 득량만을 품고 있는

관흥마을에서 나고 자라 50년째 소를 키우고

있는 김길현 씨는 새벽부터 내린 비에 눅눅해진

볏짚을 치우느라 오전 내내 축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우 덕분에 고향을 지키며

산다는 김길현 씨. 73년 송아지 10마리로

시작해 현재 150두. 70년대 지역의

한우 축산농가들과 축산계를 조직하기도 했고,

직접 한우 개량 기술까지 배우며 한우 키우는 데

공을 들이며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묵묵히 일궈온 50년. 지금은

아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농가의 가장 큰

고민인 분뇨는 미생물을 섞어 발효시킨 다음

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접 퇴비까지

만드느라 일은 두 배로 늘고 고돼도

아내 지정자 씨가 손쉽게 끓여낸 육개장

한 그릇이면 든든하다. 가족들 모이는 날이면

질긴 부위를 곱게 다져 찰지게 반죽해내면

비싼 부위 부럽지 않다고 자글자글 부쳐낸

떡갈비는 시할머니부터 손주들까지 입맛을

사로잡는다. 소고기와 문어를 넣고 볶아낸

소고기문어불고기는 맛도 영양동 부족함이

없는 별미 보양식이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한우의 헌신처럼, 아낌없이 마음을 나누며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온 가족들의

밥상에 함께 해본다.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남호우 / 작가 전선애

■ 방송일시 2023년 7월 20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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