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13회

 

힘이 되는 한 숟갈, 새벽밥!

 

달그림자 아래 숨은 분주한 손길

작은 치하에도 크게 웃는 사람들

 

남몰래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새벽 일꾼들의 밥상을 만나다!

 

생각해보면 새벽 노동은 대부분 남을 위한

작업이다. 가로등 불빛 아래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은 다음 날 아침 쾌적하게 거리를

누빌 시민들을 떠올린다. 동이 트도록 물고기를

길어 올리는 어부는 누군가의 아침상에 오를

신선한 생선 한 토막을 생각한다. 새보다

일찍 일어나 시장에 활력을 보태는 상인들은

양손 무겁게 떠나는 손님의 얼굴에 마주 웃는다.

저마다 없어서는 안 될 역할들을 해내며.

대부분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에

움직이는 우렁각시 같은 사람들. 그래서

더 애틋한 그들의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새벽에 뜨는 밥 한술이다. 예로부터 농촌에서

새벽밥을 먹고 나서 쟁기질에 나선 것처럼

지금에 와서도 밥은 여전히 노동의 힘이요

위로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든든한 한 끼가 되어준

새벽 밥상을 들여다본다.

 

도시를 비추는 달빛노동자!– 대전광역시

 

■대전광역시 소개된 곳

-대전광역시 환경미화원

<대전환경사업 지방자치단체조합>

 

온종일 밟히고 더럽혀진 거리를 밤새 쓸고

닦으며 위로해주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이

잠든 시간 청결하고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어내는 환경미화원이 그 주인공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생활폐기물처리를 위해

설립된 지방자치단체조합 ‘대전환경사업

지방자치단체조합’에 소속된 환경미화원들은

대전광역시 전역의 거리 청소를 도맡고 있다.

환경미화원 중에서도 가장 먼저 거리로 나서는

이들은 수차운전원! 큰 트럭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을 다니며 구석구석의 쓰레기까지

샅샅이 훑어내는 골목길의 전문가들이다.

어두운 밤 중에 혼자 하는 일이지만 외로울

새도 없다는데. 수차운전원이 큰길로 쓰레기

옮겨놓으면 새벽 4시에 출근하는 수거원이

다음 타자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잘 못 배출된 쓰레기 때문에 오물을

뒤집어쓰는가 하면 다치는 일도 빈번하다.

그런데도 묵묵히 움직이는 환경미화원들의

노고 끝에 매일 아침 거리는 환골탈태한다.

 

환경미화원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에 허기도 그만큼 빨리

찾아온다는데. 이들에게 새벽밥은 든든한

연료이자 위로! 환경미화원 남편을 둔

한자경 씨는 그 의미를 누구보다 절실히

아는 사람이다. 매일 새벽 두 시 반, 자경 씨가

소각장에 자리한 구내식당으로 출근하면서

책임감을 다지는 이유다. 몸을 써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위해 점심만큼이나 든든한

메뉴들로 식단을 꾸린다는데. 홀로 준비하는

구내식당이라고 해서 허술할 수는 없다.

생강술과 마늘로 잡내를 제거한 뒤 신선한

채소와 함께 볶아내는 제육볶음은 언제나

인기 만점! 제철 재료를 맛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기 위해 요즈음 맛이 잘 든 마늘종으로

건새우마늘종볶음을 뚝딱 해낸다.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청국장에 푹 익은

쪽파김치를 넣는 것은 자경 씨만의

비법이라는데. 정성으로 차려낸 새벽밥이

환경미화원들에게 응원으로

전해지는 현장에 가본다.

 

 

 

 

매일 그대와 아침햇살 받으며! – 전라남도 신안군

 

밤이면 천사대교가 찬란한 빛을 뽐내는

신안 앞바다. 양혁주 선장은 그 빛을 등대 삼아

검은 파도를 헤치고 매일같이 작업장으로

출근한다. 바다 한가운데 자리한 양 선장의

직장은 또 다른 배 한 척. 양 선장의 일터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최고의 파트너,

아내 홍성자 씨가 기다리고 있다. 조류에 따라

100미터가 넘는 길이의 그물을 내렸다 올리는

안강망 어업이 그들의 주 종목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배를 비울 수 없다는

부부는 한 달에 20여 일을 배 위에서

보낸다는데. 덕분에 모든 살림이 갖춰진

부부의 배는 일명 바다 펜션! 그물에 온갖

생선이 들려 올라오면 부부의 진짜 노동이

시작된다. 병어, 감성돔, 다금바리 각종 생선을

끼리끼리 구분하자면 허리 펼 틈이 없다는데.

쪽잠 후에 조명등 아래 작업하는 고된 노동에도

신선한 생선을 먹고 함박웃음 지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 보람에 다시 그물을 던진단다.

덕분에 오늘도 어판장에 실려 갈 생선이 한가득!

 

한차례 작업이 끝나면 성자 씨는 새벽밥 준비를

한다. 딱돔(군평선이)을 푹 고아 내 체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들기름에 달달 볶은 쌀을 넣어

뭉근히 끓여낸 어죽이 오늘의 메뉴. 새벽에

먹는 첫 끼인 만큼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고,

고된 노동 사이에 먹을 만큼 든든한 죽은

새벽밥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다.

어느새 붉게 동이 터오는 하늘을 병풍 삼아

자리 잡으니 신김치 한 조각 외에는 무슨 반찬이

더 필요하랴. 죽 한 그릇에 기운 가득 충전한

양 선장, 어판장에 다녀오는 길에 아내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어부의 길에 도전한

자신의 곁에서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

아내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표현한 것인데.

지금까지의 고생이 눈 녹듯 녹는다는

아내 성자 씨가 솜씨 발휘에 나섰다. 칼칼한

양념의 병어조림에 이틀간 말린 황석어를

양념에 달달 볶아 만든 반건조황석어조림까지.

음식에 들이는 정성은 뭍에서 하는 음식

못지않다는데. 양 선장의 ‘맛있다’ 한 마디면

충분하다는 성자 씨! 푸른 바다 위에

그림 같은 배 한 척을 띄우고 행복한

한평생을 꿈꾸는 부부를 만난다.

 

 

 

 

가족을 지켜낸 어머니의 새벽밥! –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 소개된 곳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호남청과 중도매인 200번>

*제철 채소 택배 주문 가능

*문의 가능한 연락처

전화번호 010.2815.0976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은 너른 평야에서

나오는 풍부한 농산물과 섬 지역에서 난 다양한

수산물이 모여드는 호남 최대의 도매시장이다.

새벽 4시 30분이 되면 각 산지에서 출발한

채소가 경매장으로 속속들이 도착하는데.

주문처럼 들리는 경매사 특유의 추임새와

함께 경매가 시작되면 매의 눈을 한 도매상들의

손끝이 바빠진다. 도매시장 또순이로 불리는

김정숙 씨는 벌써 20년째 새벽 경매에 나서는

베테랑 도매상이다. 경매장을 종횡무진 오가며

오늘의 최상품을 손에 거머쥔 정숙 씨!

경매한 물건을 잔뜩 싣고 온 정숙 씨가 가장 먼저

검사받는 사람은 어머니 이갑례 씨다.

1대 사장님이자 50년을 시장 바닥에서 보낸

선배님인 갑례 씨. 딸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사고 때문이었다는데. 20년 전 화마에 재산과

건강 모두 잃어버린 자신을 일으켜 세운 것은

채소 장사를 이어받겠다고 나선

막내딸 정숙 씨였다. 이후 셋째 딸까지

합류하며 이제는 가업이 되었다는데.

 

새벽부터 시작하는 도매상의 일이 얼마나

고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돌아온 딸들을 보면 언제나

짠한 마음이라는 어머니 갑례 씨. 그 마음

표현한 길이 없어 밥 한 끼에 고마움과 사랑을

꾹꾹 눌러 담는다. 야들야들하게 데친 낙지에

양념장 끼얹고, 제철 맞은 오이와 영양 부추로

겉절이 무쳐내 흰 밥 위에 올리면 오늘의

첫 끼 낙지비빔밥 완성! 새벽부터 열심히

뛰어다닌 두 딸을 위해 영양까지 신경 쓴

엄마 밥이다. 뭐든 만들어 먹이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 하루의 마무리까지

책임진다는데. 그 애정이 배도록 자글자글

끓여낸 고구마줄기고등어찜과

열무김치아욱국으로 딸들의 저녁상을 차린다.

딸들에게는 엄마의 사랑이나 마찬가지인

밥상이다. 언제나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가

있다는 희망으로 아침 햇살을 맞이해

온 딸과 어머니를 만난다.

 

기획 KBS / 프로듀서 정기윤

 

제작 하얀소엔터테인먼트

/ 연출 장현호 / 작가 한지원

 

방송일시 2023년 6월 22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 8시 30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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