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96회

 

천수만, 어제 그리고 내일

 

겨울 철새들의 낙원, 서해 곳간이 불릴만큼

황금어장을 품었던 곳, 천수만!

긴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육지로 나뉘는 천수만은

얕을천(한자)를 쓴 이름처럼 수심이 얕고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다. 땅은 좁고,

쌀은 늘 부족해 식량자급이 시대의 과제였던 때

70년대부터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땅과 호수가 생겨나고

지도를 바꾼 대규모의 간척으로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달라졌다 오랜 세월 숱한 사연과 생명들을

품어안고 흘러온 천수만의 겨울 밥상을 만나본다

 

땅을 얻고 갯벌을 잃다

서산 간척지에서 쌀농사 짓는 4대 가족 이야기

 

◼ 서산시 부석면 소개된 곳

- 서산이조한과

전화번호 041.662.6794

* 편강, 생강한과 판매

 

◼ 홍성 남당항 소개된 곳

- 이레수산

연락처 041-631-2750

* 새조개샤브샤브 등 제철해산물 판매

 

 

서산시 부석면, 70년대부터 시작된 대규모의

간척사업으로 넓은 농경지와 호수가 생겨난 후

천수만은 가창오리,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300여 종의 철새들에게 겨울 보금자리가

되어줬고 천수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부지런히 농사지으며 살아온 이희완 씨에게

간척지는 ‘큰 논배미에 농사짓고 싶다’라는

할아버지 때부터의 바람을 이루게 해준

꿈의 땅. 2년 전, 연구원으로 일하던

아들 창경 씨까지 합류하면서 4대째 쌀농사를

짓고 있다. 간척지 쌀을 이용해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가공식품을 만들면서 시작한 생강 한과가

지금은 서산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되었는데,

추위에 약한 생강을 땅속 6~7m 아래 저장 굴에

보관하는데, 유독가스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버지가 물려준 지혜 중

하나란다. 손 많이 가는 생강 농사는

이제 아들 부부의 몫이 되었다고.

 

굴곡이 많아 껍질 벗기기도 여간 쉽지 않은 생강은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 벗겨낸 후, 얇게 썰어

끓는 물에 데쳐 아린 맛을 빼고, 설탕이 속까지

깊게 베도록 졸인다. 마지막으로 설탕 옷을 입히고

바삭바삭하게 말려낸 편강은 가족들의 영양간식!

쌀농사 지어도 쌀밥 든든히 먹기 힘든 시절,

무를 넣어 양 넉넉히 늘린 무밥과 간척지가

생기기 전 갯벌에서 나던 농게며 박하지를 넣고

끓여 먹던 게국지는 추억으로 남은 음식들이다.

땅을 지키며 살아온 아버지와 그 땅에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들의 내일이 기다려진다.

 

 

 

 

섬사람들 희로애락을 품은 천수만

- 보령 다섯 형제섬 이야기

 

천수만의 입구, 보령시 오천면 효자 2리는

다섯 개의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작은 섬마을.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인 육도를 비롯해 월도,

허육도, 추소, 소도까지 다섯 섬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처럼 섬 주민들도 모두 한마을

이웃이다. 낚싯배를 자가용 삼아 바다를 오가며

다섯 섬을 챙기는 최영준 씨는 다섯 마을의

하나뿐인 이장. 20년 전, 고향인 월도로 돌아와

알뜰살뜰 마을의 살림을 맡고 있단다.

물고기들의 산란장이자, 서식지였던 천수만은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소리가 있을 만큼

풍요로웠던 곳. 특히 고기들이 들고 나는 길목에

있던 다섯 섬은 천수만의 보물섬이었다.

빠른 조류를 이용해 고기 잡던 시절에는

큰 고깃배가 배가 가라앉을 정도. 발에 채는 게

다 고기였다고, 지금은 낚싯배들이 대부분이지만,

바다에만 나가면 주먹 조개며 해초며 먹거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단다. 섬을 떠나 마을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도 섬 살이의 불편함을

이겨낼 만큼 바다가 내어주는 것들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쫄복철이면 쫄복을 칼로 째서 말리는 것이

어머니들의 하루 일과. 손끝 성할 날 없이

자갈밭에 말려둔 쫄복은 섬사람들의 겨울철

요긴했던 보양식으로 탄생한다. 뜨끈한 쫄복탕은

바닷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었다는데.

톡톡 씹히는 식감의 말무침과 조갯살 다져 넣은

말부침개까지 섬사람들의 고단하지만

풍요로운 밥상에 함께 해본다.

 

 

물길을 열고 바다와의 공존을 꿈꾸다 - 태안 황도

 

태안 안면도와 이웃하고 있는 황도는 한때 ‘황도로

시집 못 간 처녀는 억울해서 운다’는 말이 있을

만큼 육지가 부럽지 않을 만큼 풍요를 누리던 섬.

지금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 아닌 섬이지만,

징검다리를 놓겠다고 돌을 머리에 이고 나르던

섬사람들의 오랜 숙원은 78년 민속 경영 대회에서

황도 붕기 풍어제가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이루어진다. 물길을 막은 둑다리가 생기자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모래가 쌓이고 해수 흐름이

바뀌면서 그 많던 조개와 물고기가 섬 연안에서

사라지게 된다. 10년 전, 둑을 허물고 바닷물이

오갈 수 있는 다리가 생기면서 갯벌도 바다도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단다.

 

연고도 없는 황도에 정착한 5년 차 초보 어부

이홍균, 박춘미 부부가 귀어를 결심한 것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철마다 잡을 수 있는

어종도 다양하고 어장도 가까워서라고.

부부에게 천수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최고의 황금어장! 어획량이 줄어 애를

태우던 주꾸미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 요즘은

주꾸미 잡느라 분주하단다.

 

매년 정월 이튿날 지내는 풍어제는

섬사람들에게 1년 중 제일 중요한 날. 신우대에

소고기를 꿰어 참숯에 굽는 꼬치구이는 만선과

무사 안녕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냉장 보관이 어렵던 시절 옛 방식 그대로 소금에

절여 먹던 소금게장과 꼬들꼬들 잘 말린 주꾸미와

조기를 쪄낸 해물찜까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황도 사람들의 추억과 기원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남호우 / 작가 전선애

■ 방송일시 2022년 02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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