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스페셜 미리보기

 

호랑이 기운을 품고 시작한 2022년,

우리에게 어떤 한 해였을까?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난 1년은

여전히 아프고 고단한 날들이었다.

추운 겨울을 지나 꽃피는 봄을 만나고,

뜨거운 여름을 견뎌

 

가을의 수확을 거두는 자연의 순리는

우리네 삶의 여정과도 닮아있다

지난 1년 간 계절마다 우리를 위로해주었던

선물 같은 밥상들을 다시 돌아본다

 

1. 겨울을 견뎌 봄을 기다리다

 

1년 중 겨울이 가장 길고 춥다는 대관령.

긴 겨울, 자연이 만들어낸 황태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은 생선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

지역마다 겨울바람에 말려 먹는 생선 종류도

다양하다. 제주의 말린 고도리, 태안의 우럭포,

통영의 마른대구까지 얼리고 말리는 동안

배어든 깊은 맛은 추위를 견디는 힘이 되어줬다.

눈 덮인 평창의 겨울산을 누비던 사냥꾼들처럼,

언 땅에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구니 하나, 디딜방아 하나에도

살아온 내력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월의

흔적을 품은 음식들은 그리움이 되어 밥상에

오르고, 고단했던 시간들은 흥겨운 소리가 되어

전해오기도 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솜씨 좋은

간잡이들 손에서 탄생한 간고등어가 유명세를

타면서, 저마다 비법을 간직한 간고등어집들이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40년째 시장 터줏대감이 된

김영자 씨와 아들 최민기 씨. 잘 포개어놓은

간고등어처럼 서로 의지하며 함게 생선장사를

하고 있다. 고무장갑에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가

부끄러웠던 아들은 어머니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비릿한 냄새만으로도 아련해지는

고등어처럼 서로를 위해 차려낸 음식은

시린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뜨끈한 위로였다.

 

 

 

 

2. 봄, 꽃보다 사랑

 

언 땅이 녹고 봄 농사가 시작되면

태안 볏가리마을에선 한 해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볏가리제로 봄을 맞이하고,

산천이 노랗게 물든 구례의 산수유 마을에서는

자욱한 연기가 봄의 시작을 알린다.

딱딱한 껍질 속에 씨를 품고 있는 산수유 열매는

기계가 없던 시절 큰 일거리가 되어줬다는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여 앉아 이가 닳도록 씨를

발라냈단다. 봄기운 한창 무르익는 춘삼월에

꽃 구경할 겨를없이 고단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산수유 열매 넣고 푹 고아낸 수육과

동그랗게 부친 화전은 시름을 잊게 했던

봄날의 음식이다.

 

땅에서 올라온 초록 생명들이 선물처럼 찾아오는

봄, 공주 태화산 자락의 법송 스님은 자연이

내어준 봄나물들을 뜯고, 무치고, 튀겨내 정성을

다해 수행하듯 음식을 차려낸다. 인간도

자연 속의 한 부분으로 살아갈 만큼 욕심내지 않고

취한다는 스님의 소박한 밥상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있다.

 

손상희 씨는 가족의 모든 추억부터 아버지의

오랜 육아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빛바랜 사진 속 어린아이는 어느덧 쉰을 넘겼고,

희끗희끗해진 머리칼과 아버지의 낡은 육아일기가

세월을 말해준다. 한글을 배운 적 없어 서툰

한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아버지의

육아일기는 투박하지만, 말로는 다할 수 없던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셨던 음식들은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근을 크게 썰어

간장에 졸인 당근 조림의 짠맛은 아직도

혀끝에 생생하기만 하다.

 

 

3. 여름, 땀 그리고 꿈

 

유난히 심했던 봄 가뭄 끝,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농부들은 분주해진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으로 생명수가 흘러든다.

비가 오는 날은, 몸도 마음도 쉬어가는 시간.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잊는다. 서울시 중구,

오랫동안 우산 가게를 하며 고장이 난 우산을

수리해온 부부.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우산들. 수리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

먼 외국에서까지 수리를 맡기는 사람들이

많단다. 무더위 아래 멸치 비늘을 뒤집어쓰고도

가족들 생각에 힘을 내던 어부들의 거친 숨소리와

한여름 가지를 수확하는 농부의 뜨거운

땀방울까지 주저앉고 싶다가도 다시 일어서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마을마다, 집마다 몸에 좋은

재료들을 총동원한 음식들이 오르고,

여름철 일하느라 다 빠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뜨끈한 한 그릇은 지치지 말고

힘을 내라는 응원이었다.

 

 

 

 

4. 가을, 풍요와 나눔 - 다시 긴 겨울을 준비하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뙤약볕 아래 흘린 농부의

땀과 정성으로 알차게 익어간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곳간이 채워지고 넉넉한 마음을 나눌

누군가를 떠올리곤 한다. 음식이 인연이 되어,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보듬는 사연들을 만나본다.

 

김천에서 만난 김명임 씨는 동네에서 소문난

‘인연 부자’. 33년째 족발집을 운영하며 틈날 때면

논밭을 누비며 자식들에게 나눠줄 반찬 만드는

재미로 산다. 큰아들 이성남 씨와는 아주 특별한

모자 사이라는데, 보육원에서 만나 30년 넘게

엄마와 아들로 지내왔기 때문이라고.

부모형제 없이 외로움과 세상의 편견 속에서

살아온 그에게 어머니는 내 편이 되어준 든든한

울타리였다. 따뜻한 밥 한 끼로 정을 나누며

살아온 모자의 소중한 40년 인연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한 끼. 쪽방촌을 직접 돌아다니면 위로의

밥상을 나누는 부부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도시락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말벗이

되기도 한다. 따뜻한 온기는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2022 밥상의 재발견 1부 - 사계절의 선물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최영일 / 작가 전선애

■ 방송일시 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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