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56회 미리보기
대관령 너머, 봄눈 내리는 날
봄을 시샘하듯 한바탕 눈이 쏟아진 그곳, 평창!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가장 늦게 봄을 맞는 평창사람들의
시리고 고된 날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음식들이 있다
굽이 굽이 대관령 고개를 넘어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 눈같은 한끼를 만나본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산이 내어준 고마운 “칡”
땅의 85%가 산으로 둘러싸인 평창은 이름난
산들이 많다. 미탄면에 위치한 청옥산도 그중
하나. 해발 천미터가 넘는 정상에 자리잡은
너른 땅은 화전민들의 직접 일궈낸
고랭지채소밭으로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다고 해 ‘육백 마지기’이다. 1년의 절반은
겨울. 거칠고 척박하지만, 산은 평창사람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자 계절마다 먹거리를 내어주는
고마운 곳이라는데. 이맘때면 김흥소 씨와
마을 장정들은 칡뿌리 캐는데 여념이 없단다.
맛도 영양도 제일 좋을 때라고. 장정 여럿이
달려드니 땅속에 숨어있던 어마어마한 칡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먹고 살 게 없던 시절. 칡 덕분에 끼니를
이어갔다는 정옥선 어르신. 오랜만에 솜씨를
뽐내본단다. 칡뿌리를 으깨지도록 두드린 다음
물에 여러차례 가라앉히면 칡가루가
만들어지는데. 되직하게 끓여 국수틀에 누르면
손이 많이 가도 든든한 한끼가 되어준
칡올챙이국수가 만들어진다. 아이들 아플 때는
칡가루를 꿀에 개어 약으로도 썼다는데. 엄마의
마음이 담겨서인지 아이들은 병원 한번 안 가보고
컸다고. 봄이면 눈 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눈개승마를 속에 넣고 부친 칡눈개승마전병에
배추와 파 몇쪽 올리고 부치는 칡전까지,
새벽부터 오십리 산길을 오르내리며 힘겹게
살아온 육백마지기 사람들의 ‘평창아라리’
소리 절로 나오는 오래된 칡 밥상을 만나본다.
춥고 긴 겨울이 준 선물 “대관령 황태”
■ 평창군 대관령면 소개된 곳
* 황태회관
033 - 335 - 5795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19
지번 횡계리 348-5
06:00 - 23:00
8,000
황태해장국
13,000
황태구이
* 평창산머루와인
010 - 7226 - 4452
smartstore.naver.com/grapewine
대관령은 바람이 많이 불고, 일교차가 커 황태
말리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 봄을 기다리던
황태덕장에 폭설경보가 내리자 일꾼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황태는 12월 초에 널어
날이 따뜻해지는 4월 중순에 걷는데. 40년 넘게
자연과 씨름하며 황태덕장을 황태야말로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김순열 씨. 부드러운 황태를
먹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 있다고. 황태를
두드린 다음 물에 불려 손질하는 과정인데.
그래야 스펀지처럼 부드럽고 폭신한 황태살을
만날 수 있단다. 가족들을 푸짐하게 먹이기
위해 무를 잔뜩 넣고 푹 끓였던 어머니의
황태해장국. 황태를 바삭하게 구워 매콤달콤한
양념을 올리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황태구이에 황태안주 삼아 맛보는 산머루와인,
4년전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외국인들에게 선보여 인기를 모았던 황태불고기와
황태버거까지, 대관령의 혹독한 추위가
선물한 황태 밥상을 만나본다.
황병산 설원을 누비던 사냥의 추억
황병산 자락에 자리잡은 차항리. 봄농사 준비로
바빠야할 시기에 갑자기 쏟아진 눈 때문에
모든 일손이 멈췄다. 다른 지역에선 이미 끝낸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도 이제 막 시작해야하는
시기인데, 눈 때문에 작업이 늦어졌다.
마을 주변에는 고로쇠나무가 유독 많은데,
수액을 받아 먹기도 하지만, 마을사람들에게
특별한 재료로도 쓰인다. 바로 사냥에 필요한
전통 썰매! 고로쇠나무가 부드러워 잘 휘어지는데다
한번 마르면 물이 스며들지 않고 단단해 눈위를
달리는 썰매재료로 제격이란다.
열일곱살에 시작해 50여년간 전통 썰매를 만들고
있는 최종근씨는 겨울이면 어른들을 따라
설원을 누비며 사냥 다니던 추억을 간직하며
산다. 지금은 “황병산 사냥놀이”라는 민속놀이로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수차례 공연을 통해
전세계에 평창의 옛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역할을
맡기도 했다. 겨울이면 눈에 갇히는 산촌
오지마을에서 사냥으로 잡아온 멧돼지와 토끼,
꿩은 든든한 겨울 식량이었다. 멧돼지를
잡아오면 제일 먼저 먹는다는 돼지머리시래깃국.
부위별 나눌 수 있는 고기와 달리 머리는
나눌 수가 없어 푹 삶아 살만 발라내고 시래기를
푸짐하게 넣어 끓이면 한그릇 얻어먹던 추억이
생각난다는데. 꿩고기를 곱게 다져 둥글넓적하게
빚어 만드는 꿩반대기와 비지에 다친 김치 넣고
만든 비지밥은 사냥꾼이 허리춤에 챙기고
다니며 허기를 달랬던 고마운 음식. 언 감자도
버리기 아까워 껍질을 벗겨 쪄 먹던 언감자떡까지,
사냥의 추억을 간직한 차항리 사람들의
옛밥상을 만난다.
길위의 인생, 장터를 누비는 허생원의 후예들
평창군 봉평면은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되었다.
봉평장에서 대화장까지, 소설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동이가 걸었던 여정은 실제
장돌뱅이들이 오가던 길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평창 일대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오일장마다
장터를 오가며 살아가는 장돌뱅이들이 있다.
소설속에서 장돌뱅이들이 “한몫 잡아야 겠다”고
했던 곳이 바로 대화장!
사람들로 넘쳐나던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오일장이 설때마다 장터를 찾는 안현아씨 부부에겐
여전히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두부와 콩나물을
싣고 장터마다 누비며 살아온지 15년째라는
안현아씨에겐 옆자리를 지키는 40년 터줏대간
김순영 할머니와 아들이 키운 표고버섯을 들고
나오는 전옥자할머니까지, 오일장마다 만나는
이웃들이 있어 힘든줄 모른다. 눈까지
쏟아지면서 날은 춥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집에서 무쳐온 봄나물과
싱싱한 표고버섯을 구워 술한잔을 나누며 속을
달랜다. 집에서 조리해온 재료에 두부와
콩나물등 장터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재료를
듬뿍 넣고 끓인 김치찌개는 추위와 허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차가운
장터바닥을 누비는 고단한 길위의 인생이지만
서로 온기를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은
늘 따뜻한 봄날이라는 장터사람들의 한끼를 만나본다
평창강, 봄 되어 흐르다
– 매화마을 사람들의 봄맞이 밥상
절개산아래 평창강이 마을을 감싸고 도는
매화마을. 고운 꽃이름을 가졌지만, 실은
임진왜란 당시 매 때문에 화를 입어 ‘매화’ 라는
이름을 가졌단다. 산과 강으로 둘러쌓인 육지 속
섬마을, 평창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에 반해 정착한
사람들이 마을 주민의 절반이 넘는 귀촌마을이
됐다. 얼었던 강이 녹기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은
보쌈 잡이로 봄맞이를 하곤했다. 큰 그릇에
보리밥과 된장을 버무려 미끼로 넣고 구멍 뚫린
천을 덮어 감싼 ‘보쌈’을 물속에 넣어두면 퉁가리,
꺽지, 동사리등 민물고기가 가득 잡히곤 했단다.
민물고기를 많이 잡아오는 날이면, 한 마리씩
꼬챙이에 꿰어 줄에 널어 말린다음, 화로에 불은
은근하게 피우고 석쇠에 올려 구워서 저장을
해두곤 했다. 이렇게 말려놓은 민물고기를
제사상에도 올리고, 손님이 오면 양념장에 조려서
상에 올리곤 했다. 메밀묵도 메밀을 껍질째 갈아
만들어 먹었단다. 민물고기를 말리는 것도,
껍질째 메밀묵을 만드는것도 귀촌인들에겐 모두
낯선 음식. 인천이 고향인 이인순 씨는
흑임자소스를 만들어 새싹 올리고 메밀묵샐러드를
선보인다. 잡아온 민물고기들을 모두 모아
매운탕 끓일때면, 민물고기에 밀가루옷을 입혀
넣는 토박이들의 방식과 뼈까지 부드러워
지도록 콩을 넣는 귀촌인의 지혜가 어우러져
맛있는 매운탕 한솥이 끓는다. 여러 물줄기가
만나 강이 되어 흐르듯, 고향도 살아온 내력도
다르지만 이웃이 되고, 한솥밥을 나누어 먹는
식구가 되어 살아가는 매화마을 사람들의
봄맞이 밥상을 만나본다.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남호우 / 작가 전선애
■ 방송일시 2022년 04월 07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8시 30분
[출처] kbs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