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18회

 

파란만장 밀가루의 추억

 

오랫동안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온

희고 고운 가루!

우리나라 국민 평균 하루 세끼 중 한 끼에는

꼭 먹는다는 그것, 밀가루다.

조선 시대 ‘진가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밀가루는 전쟁 이후

원조 밀가루와 6, 70년대 분식장려운동의

시대를 지나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한 끼!

사라졌던 우리 밀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오늘,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로 거듭나고

있는 밀가루 음식의 추억과 가치를 재발견한다.

 

 

■ 우리 밀의 귀환

– 예천 밀 농부들의 추억의 밀 음식

 

◼ 예천 밀 농가 소개된 곳

 

- 우리밀애영농조합 전병철 대표 010.3812.7921

 

*금강밀 통밀가루/밀쌀/생밀 등 판매

 

초여름.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주인공,

밀 수확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예로부터

밀 농사를 많이 지었다는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에는 사라졌던 우리 밀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쓰는 농부들이 있다. 25년째 우리 밀을

재배하고 있는 전병철 씨에겐 밀이

익어 갈 때면, 밀밭을 누비며 밀껌을 씹고

밀을 베어다 불에 구워 먹던 밀사리의 추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쌀이 귀했던 시절에는 밀이 주식이나

다름없었다. 디딜방아에 거칠게 찧은 통밀을

넣어 만든 밀밥과 밀가루를 빻고 남은 밀기울로

만든 밀개떡은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음식. 입안에서 톡톡 튀는 식감과

씹을수록 고소한 밀밥은 이제 건강 때문에 찾게

되는 웰빙 음식이 됐다고. 밀과 콩을 삶아 

띄운 후 밀메주를 만들어 담그는 밀쌈장은

이제는 보기 힘든 귀한 음식으로 밀밥 위에

밀쌈장만 올리면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밥도둑이 됐단다. 사라져가던 우리 밀을

살리려 애쓰며 살아온 농부들의 땀과 우직한

고집이 가득 담긴 추억의 밀밥상을 만나본다.

 

 

 

 

■ 150년 제분소의 추억

– 성주 성동정미소 부부 이야기

 

성동정미소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참별로 858

 

경상북도 성주에는 낡고 오래된 정미소를 

지키며 사는 부부가 있다. 아버지가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던 정미소를 옛 모습 그대로

지키며 사는 박수연 씨 부부는 우리밀 중에서도

토종밀을 전문으로 제분하고 있다. 직접 토종밀

씨앗을 농가에 나눠주고 전량 수매하여 판매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는 박수연 씨. 토종밀에

대한 애정도, 낡고 오래된 기계와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며 사는 것도 모두 아버지의

고집을 그대로 닮았다. 밀가루가 흔했던

정미소에는 늘 막걸리가 떨어지는 날이

없었단다. 밀가루를 제분하며 얻은 밀기울로

누룩을 빚어 만든 밀막걸리에 밀가루에 부추를

듬뿍 넣고 부쳐낸 부추전을 안주 삼아 정미소를

오가는 이웃들과 마음을 나누곤 했다

오래된 풍경 속, 지워지지 않는 옛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가는 정미소 부부의

그리움이 담긴 한 상을 만난다.

 

 

■ 원조 밀가루와 부산 구포 국수 이야기

 

밀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기원전 100년경.

하지만 처음엔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재배량이 적었다. 조선 시대에는 궁중 의례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고 이름도 가루 중

참가루라는 뜻의 ‘진말(眞末)’로 불렸던

밀가루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 이후.

 

부산 구포동은 일제강점기부터 제분업과

제면업이 발달했던 지역으로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염분 섞인 바람이 국수 말리기에

좋아 일찍부터 국수로 유명해진 곳이다.

구포국수가 전성기를 누린 건,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에게 보급되던 원조 밀가루가

부산항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악수표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원조 밀가루를

기억하는 구포 토박이 이도희 씨는 부모님이

국수 공장을 운영했던 덕분에 옛 국수의

추억이 많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버터 깡통에

고추장만 넣고 끓여 먹던 막국수에는

피난민들의 애환이 담겨있고, 원조 밀가루가

흔하게 배급되던 시절 감태나 미역 같은 해초를

넣고 끓인 수제비는 고마운 한 끼가 되어주곤

했다. 고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시절, 

얼큰한 선지국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 보양식이

따로 없었단다. 골목마다 국수 널어 말리던

옛 풍경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구포시장

오래된 국숫집들이 오래된 추억을 간직하며

남아있다. 부산사람들의 유별난 국수 사랑을

만들어낸 원조 밀가루, 그 혹독했던 전쟁의

아픔과 배고픔을 견디게 해준 질긴 면발의

힘을 만난다.

 

 

 

■ 밀가루, 가난한 노동자들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다 – 인천 만석동 사람들 이야기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기적이 일어나는 사이,

수많은 사람의 고단한 하루하루가 있었다. 

인천 만석동은 쌀이 모이는 곳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쌀밥 한번 맘껏 먹기 힘든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열심히

일하면 가난에서 벗어나게 될 거라 믿었던

열여덟, 한 방직공장에서 뜨거운 청춘을 보내며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이총각 씨가 옛 동료와

함께 만석동을 찾았다. 굳게 문을 잠근

옛 공장에는 젊은 날의 기억이 생생하고,

좁은 골목길 사이 낡은 옛집들이 남아있는

동네에는 국수를 만들어 팔던 작은 구멍가게도,

오래된 이웃들이 아직 그대로다.

분식장려운동이 펼쳐지던 6, 70년대

값싼 밀가루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겐 없어선

안 될 주식이나 다름없었다. 밀가루를 끓는 물에

살살 뿌려가며 만들어 먹던 ‘대갈범벅’, 공장일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바다로 나가 채취해오던

바지락살에 김치와 채소에 국수를 넣고 양을

늘려 끓여 먹던 ‘늘림국수’는 모두 가난한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고마운 한 끼였고,

고기 대신 바지락살을 다져놓고 만든

바지락만두는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던

만석동 사람들의 귀한 별미였다.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용기가 되어주었던 좋은 사람들과 추억의

밀가루 음식을 나누며 함께 견뎌온

고단했던 날들을 위로한다.

 

 

 

■ 건강하고 맛있게, 새롭게 쓰일 밀가루의 추억

 

밀가루는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견뎌온

사연이 많은 식재료. 최근 건강을 해치는

음식으로 지목되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다. 

밀가루를 더 건강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밀가루 음식의 시대를 열고 있다.

몸에 좋은 우리 밀을 통밀 그대로 이용하고,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밀싹을 활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조리법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밀가루 음식들!

파란만장했던 지난 추억을 품고, 밥상에

새롭게 쓰일 밀가루의 추억을 기대해본다. 

 

방송일시 2021년 7월 1일 19:40

■ 기획 KBS / 프로듀서 정기윤

■ 제작 KP 커뮤니케이션 / 연출 최영일

/ 작가 전선애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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