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588편 미리보기

 

어쩌다 미술관

 

우리는 어쩌다 어른이 되고

어쩌다 평생의 연인을 만난다.

이유가 무엇이든 내 인생을 다 바칠 만큼

어떤 일에 어떤 사람에게 푹 빠진다면

그로 인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건 아마도 필연이겠지.

어쩌다 시골마을 한복판에 갤러리 짓고

어쩌다 논두렁 위에 카페를 열고

 

 

어쩌다 자기 집 안마당을

미술관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에겐 예술이란 특정한 곳, 특별한 사람들만이

문턱 높은 영역이 아니다.

예술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새 봄날, 삶이 예술보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 미술관

특별전시회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1부. 신풍리 할매 화가들

 

3월 22일 (월) 밤 9시 30분

 

경북 예천, 신풍리.

사방이 논밭뿐인 평범한 시골 마을 언덕 위에

낯선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유행가 가사가 절로 떠오르는,

시골에서 보기 드문 세련된 외관의 미술관.

도시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던

이성은 관장이 10여년 전,

홀로 남으신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남편 고향, 신풍리로 내려와

사립미술관을 짓게 된 것이다.

 

‘미술관이 대체 뭐에 쓰는 건데..’ 라며

그림하고는 평생 담을 쌓고 살던 마을 할머니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이제는 옛말.

10년이 지난 지금 신풍미술관은 할머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마을 공식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신풍리 할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성은씨가 개관 이후로 쭉 진행해 온

‘할머니 그림학교’ 때문!

그곳에서 할머니들은 그림을 통해 고되고 서글펐던

지난 삶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아끼는 법을 찾았다.

시골 할머니들의 시들어가는 마음 밭에

단비가 되고, 햇살이 되어준

시골미술관 전시회가 열리는 날.

올봄. 첫 전시회 주제는 할머니들이

평생 해 드신 구첩 시골반찬이다!

설레는 봄날, 신풍리 할매 화가들의

특별 전시회로 가보자.

 

 

 

 

2부. 내 안의 미술관

3월 23일 (화) 밤 9시 30분

 

전라도 정읍의 한 시골마을,

범상치 않은 높이를 자랑하는

커다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마당에는 오래된 여행 가방과 버려졌어야 할

돼지저금통, 망가진 세발자전거 등,

쓸모를 다해 버려질 물건들이 화분으로

환골탈태하며 오색찬란한 봄꽃들을 피워낸다.

 

이 특별한 집의 주인은 백운경, 곽경주 부부.

도시에서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오랫동안

일해온 남편, 백운경 씨가 23년 전

승승장구하던 직장에서 나와

정읍에 터를 잡고 살게 된 인연의 시작은

어쩌다 만난 삼백 년 넘은 소나무 한 그루와의

만남이었다. 높이 7미터가 넘는 소나무랑 함께

살아야겠다 맘먹은 부부. 10여 년에 걸쳐

소나무 높이에 맞춰 높은 천장의 본채를 짓고

남은 자재로 따끈한 구들방 별채에 창고를

개조해 오픈한 개인 갤러리까지,

집을 작품이라 생각하며 짓고 가꿔나갔다.

 

‘미술관은 안에도 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미술관 같아요.’

 

살아가는 것이 자로 잰 듯 예측하며 살순 없지만

300년 된 나무와 함께 살게 된 것도

버려진 물건이 다시 꽃을 피우는 일도

우연이 아닌 운명일 것이다.

 

 

 

3. 대문 밖 갤러리

3월 24일 (수) 밤 9시 30분

 

경남 의령, 사람 발길이 드문 산속.

마을 어귀를 지키고 서서 온갖 악운을 물리쳐주고

복을 불러주는 마을의 수호신,

장승들이 둘러싼 집이 있다.

수 많은 장승들의 아버지, 김대현 씨.

어느 날, 사업 실패로 절망에 빠져있던 그의 눈에

어쩌다 마을 입구의 장승이 들어온다.

부리부리한 눈과 믿음직한 얼굴을 한 천하 대장부.

실의에 빠진 대현 씨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준

장승은 그날 이후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 바보인 대현 씨.

베트남이 고향인 아내를 위해

온갖 좋은 곡식들과 대나무 향 가득 채운

대통밥 지어주고 그녀를 향한 사랑 듬뿍 담아

솟대도 깎아 준다. 어쩌다 마주한 장승과의

시간을 이어가며 장승마을 아버지로

살아가는 대현 씨의 집.

 

대문 밖, 넓은 산자락이 모두 그의 장승 갤러리다.

 

-

 

나무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는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경남 진주에서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목공예가, 김민철 씨.

평생 나무를 사랑한 목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생활 소품부터 가구, 서각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생명을 잃었던 목재들은

사람들의 삶에 행복을 주는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

 

‘집안에서 마당을 내다보면

내가 액자를 바꿔 걸지 않아도

계절이 알아서 바꿔줘요.’

 

죽은 목재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민철 씨.

그의 정원은 살아있는 나무와 꽃들의 집이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어느 유명한 미술관의 그림보다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민철 씨 가족에게 위로와 행복을 선사한다.

 

 

 

 

4. 딸기와 맨드라미

3월 25일 (목) 밤 9시 30분

 

조용하고 한적한 옥천의 한 마을.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진 촌집 사이로

하얗게 빛나는 흰 담벼락과 파란 지붕,

사랑스러운 마당이 동화 속 요정의 집처럼 빛난다.

 

집의 주인은 윤혜경, 김호성 부부.

남편 김호성 씨는 중견 서양화가이며

아내 윤혜경 씨는 자수작가다.

 

예술가 부부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시골 촌집.

6년 전. 아무 연고도 없는 이 마을에서

우연히 백 년 된 낡은 집을 만나는 순간

심장이 쿵쿵 뛰었다던 부부.

 

“나도, 집도, 서로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평생을 보수하며 살아야 하지만

집이 이들 부부에게 준 행복은 남다르다.

마당의 한 공간에 마련된 부부만의 작은 갤러리.

이곳에서 남편은 실제 딸기보다

더 딸기 같은 딸기 그림을, 아내는 붉은빛이

매혹적인 맨드라미 자수를 놓으며

달달하고 달콤하게 그들의 꿈을 그리고 수 놓는다.

 

예술과 일상이 하나 된 삶이 혹 이런 풍경 아닐까?

평범한 듯 특별한 부부의 작은 갤러리에는

오늘도 달콤한 딸기 향기와

붉디붉은 맨드라미 꽃이 피어난다.

 

 

 

5. 봄날의 풍경화

3월 26일 (금) 밤 9시 30분

 

경북 문경, 눈길이 닿는 곳은

죄다 논과 밭인 시골 마을.

외지인 방문조차 드문 논두렁 위에

도자기 가마터와 갤러리를 덩그러니 낸

용감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청년 도예가 장동수 씨.

 

한때 산을 떠돌며 뜨겁게 불타던

청춘 시절을 보낸 동수 씨.

그를 붙잡고 위로한 건

다름 아닌 고향의 흙이었다.

부모님 집 가까운 자리에

자신만의 공간을 3년에 걸쳐 직접 짓고

흙을 빚어 도자기를 굽고 그림을 그리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비록 논두렁 위에 지어진 혼자만의 공간이지만

동수 씨의 집은 동네 음악회부터 작은 독서회까지,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인근 예술가들의 사랑방을 자처한다.

 

동수 씨가 직접 만든 가마터에 불을 피우는 날.

가마에서 나온 뜨거운 숯 온기로

가족들을 위한 허르헉을 준비하는 동수 씨의 봄날.

꿈결처럼 짧아 더 황홀한 봄날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그런들 어떠하리.

흙냄새, 가족, 장작가마에서 타오르는 불.

동수 씨가 그려나가는 봄날의 풍경화의 제목은

분명 ‘행복’일 것이다.

 

방송일 : 2021년 3월 22일(월) 3월 23일

3월 24일 3월 25일 3월 26일(금)

 

기 획 : 정경란

촬 영 : 박주용

구 성 : 강남우

연 출 : 박성철

(㈜ 박앤박 미디어)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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