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그들이 사는 세상 

 100년 고택에 삽니다

 시골 로망스 

 동백숲 작은 집

 청산도 달팽이의 꿈 

 산꼭대기에 누가 살길래


 


한국기행 579편 미리보기


 그들이 사는 세상


나는 소망한다.

꿈이라 한들 좋고, 손바닥만 해도 기꺼우니

간난신고 인생에서 

나답게, 또 내 멋대로 뻗댈 수 있는

나만의 우주가 있기를.


그는 돌짐을 져 나르고, 그는 심란한 시골집을 부순다.

그는 동백숲에서 춤사위를 펼치고,

그는 100년 된 처마 밑에서 몽골초원을 질주한다.

고행이면 어떻고, 한심해 보이면 어떠랴.

지금, 이곳이야말로 비할 데 없이 

아늑한 나만의 세상인 것을.


우리는 지금,

소박한 행복과 어깨걸이 하며 살고 있다.  




1부. 100년 고택에 삽니다

1월 18일 (월) 밤 9시 30분 


100살 집이 부린 마법일까

 

경북 영덕, 100살 된 고택에 살고 있는 

박태준, 조명숙 씨 부부. 

하필이면 낡아빠진 폐가에 반한 아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택을 사게 됐다는 남편 태준 씨. 

허나, 풀 한 포기 못 뽑는 아내 탓에 

홀로 폐가를 수리했단다.


구유로 툇마루를, 옆집 할머니의 혼수품 상자는 

신발장으로 낡은 장독으론 바비큐 화덕으로. 

집수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영덕의

 박가이버로 거듭났다 

박가이버와 조장금이 만났을 때 

예스러운 집에서 마음마저 온화해지니 

요리 할 맛이 더 났다는 아내 조명숙 씨. 

조물조물 무쳐낸 물가자미 회무침부터, 

살살 둥글려 만든 수수팥떡에

 고기보다 맛있다는 청국장까지.

조장금이로 소문난 지 이미 오래다.

남편도, 아내도 무료할 새 없다는 은퇴 후, 

고택에서의 삶. 오래된 집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니 즐겁고, 오늘도 행복하다.





2부. 시골 로망스 

1월 19일 (화) 밤 9시 30분


우리는 주말마다 신혼여행 중


가도현, 최선희 씨 부부는 벌써 5년째

주말마다 신혼여행 중이다.

신혼여행지는 강원도 평창, 부부의 주말 집.

남편은 ‘도현, 선희’ 다정한 문패를 만들고,

문틀, 의자 같은 세간과 인디언, 

산타 목각인형 작업 등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만끽한다.


한편, 솥뚜껑에 매생이전을 부쳐가며

산속의 운치에 빠지는 아내.

나이 오십, 인생의 로망을 이룬 부부에게

지금은 두 번째 신혼 같다.


단순무식! 시골집 고쳐 살기


쿵! 쿵! 쿵! 충남 예산의 한 시골 마을을 울리는

 수상한 소리. 10여 년의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한 김용옥 씨 부부의 집 짓는 소리다.

1940년대에 지어진 시골집을 구매해

구들은 부수고, 서까래는 살려가며 

새집으로 고치는 중이란다.

헌집을 갈고 닦아 보석으로 빚어나가는 부부,

시골집에서 맞을 내일에 기대가 크다.




 3부. 동백숲 작은 집

1월 20일 (수) 밤 9시 30분


동백숲에 누가 사나요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5월 봄까지 붉다는 

동백숲의 고장, 전남 장흥. 

그 숲에 배우 송영탁 씨의 작은 집이 세 들어 있다. 

원조 돌침대라는 새하얀 구들 침대와 

잔가지로 불을 지피는 화덕레인지, 

편백 톱밥으로 냄새를 잡는다는 생태화장실. 

모든 것이 불편해 보이지만 

그 불편함을 사랑하면 외려 자유롭단다.

 

동백숲 체험하러 왔습니다

  

영탁 씨를 만나러 온 후배 희찬 씨에게도

 과연 그럴까. 희찬 씨의 방문을 환영하는 것인지 

하늘에선 눈이 펑펑 내리고, 

잘 사용하던 물은 뚝 끊겨버렸다. 

희찬 씨를 위해 준비했던 석화는 

계곡에서 염분을 뺀다고 빼보는데... 

과연 석화구이의 맛은 짠맛일까 단맛일까.

 

하나 둘 피어난 동백꽃에 취해 

걸어보는 호젓한 숲길. 전설처럼 내려오는 

약수 한 모금에 하루 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고, 

숲속 생활... 이거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알쏭달쏭해지는 동백숲 작은 집. 

그 집에서의 낯선 하루가 궁금하다.





4부. 청산도 달팽이의 꿈 

1월 21일 (목) 밤 9시 30분


인생은 슬슬~ 진양조 장단으로!


푸른 봄동밭이 지천이고, 

주홍빛 유자향이 공기 가득 출렁이는

사철 푸르른 섬, 청산도.

황기윤 씨 부부는 시간도 느긋하게 흘러간다는

청산도 풍경에 반해 7년 전, 섬에 정착했다.

섬에서의 기윤 씨 일과는 느릿느릿 천천히. 

친구와 함께 장기미 해변에 나가

끼니로 쓸 보말, 거북손을 슬렁슬렁 줍는다.

실수로 발을 헛디뎌 바닷물에 빠져도 허허실실.

청산도 달팽이 기윤 씨는 만사가 재밌다.


달팽이는 오늘도 내줍내집 中

(내가 재료 줍고 내가 집 만들기)


7년 전 정착했건만 아직도 집을 짓고 있다는

 기윤 씨. 바다에 떠내려온 폐목과 

양식장에서 쓰고 버린 폐품,

돌 등을 주워다 집을 짓는 까닭이다.

축사를 개조해 짓고 있다는 그의 집엔

 여물통과 불조심 팻말, 대바구니 등

누군가의 한 시절과 추억이 얽힌 물건들이 

가득하다. 묵은 것들이 편하고,

 오래된 것들이 가치 있다 믿는 그.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의 틈에서

 매일 새로운 ‘나’ 또한 발견해가는 중이다.




 5부. 산꼭대기에 누가 살길래

1월 22일 (금) 밤 9시 30분


산꼭대기 기상천외 돌집


화가로 세계 각지를 돌다

프로방스의 어느 돌집에 반했다는

 박봉택, 강지혜 씨 부부.

유난히 돌이 많은 고향, 강원도 정선으로 돌아와

직접 돌짐 져 나르며 돌집을 짓고 있다.

철분이 많은 돌, 묵직한 숫돌, 

가벼운 석회석과 둥근 맷돌까지

자연에서 얻은 돌로만 지은 집.

봉택 씨는 소복소복 눈 내리는 날이면

돌집 너머 자작나무숲으로 가 그림을 그린다.

아름다운 돌집 있는 그곳에서 부부는 

인생이란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여 년째 못 내려가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의 돌산 위 암자에서 수행 중인

 묵설 스님. 1999년 추운 겨울 날 올라와

일주일만 머문다는 것이 그새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겨울이면 물은 얼고 

먹을 것 없지만 공허하지만은 않았다.

십수 년째 올라오는

 절친 82세 노신부님이 있기 때문.

모두가 떠난 암자에 다시 홀로 남은 묵설 스님.

한밤이면 부스럭부스럭 서생원이 들끓고,

한겨울이면 칼바람이 빗장을 뚫고 들어오는

이 산중 암자가 인연이라는데.


“인연이란 시작할 때가 아니라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깨닫는 거예요”


돌아보니 인연자리였다는 요사채를 손수 짓는 스님.

오늘도 직접 황토를 퍼 날라 흙집을 짓고 있다.

척박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안하니 

스님에겐 이곳이 진정 극락이다. 


기획: 권오민 

촬영: 김기철 

구성: 장연수 

 연출: 김지영  

((주)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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