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효정이와 아궁이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이
할머니와 둘이
살아온 지 12년
월동 준비
동행 287화 미리보기
효정이와 아궁이
동행 후원 문의 1588-7797
√ 효정이의 월동 준비
열다섯 살 효정이는 올해도 분주한 겨울을
맞았다. 방을 데우기 위해 아궁이의 땔감을
구하는 일부터 찬바람 들어오는 벽을 수리하고,
품앗이하는 할머니의 김장까지, 효정이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이 할머니와 둘이
살아온 지 12년. 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착하고 야무진 효정이를 입을
모아 칭찬한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할머니가
하던 일을 하나씩 제 손으로 하기 시작한
효정이. 서툴러도 해내는 건, 더 이상 자신
때문에 할머니에게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살림에 공부까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지만, 날로 쇠약해지는 할머니를 볼 때면
조금 더 일찍 잘해드릴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든다. 할머니가 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더 정성을 다해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 우리 손녀가 최고!
효정이를 떠맡기고 홀연히 떠난 며느리와
타지에서 일하는 아들을 대신해
세 살 어린 손녀를 품에 안은 할머니.
예순이 넘은 나이, 없는 살림에 어린 손녀를 업고
일터를 전전하며 12년이란 세월을 악착같이
버텨왔다. 늘 부족하게만 해줬는데 감사하게도
착하고 바르게 잘 자라준 손녀.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병은 늘어만 가고 효정이가
커갈수록 해줄 수 없는 일들이 늘어가지만,
부모 없는 자식이라는 말 듣지 않게 하려고
성치 않은 몸으로 밭으로 과수원으로 일을
찾아다니는 할머니다. 투정 한 번 않고 자라온
손녀. 혹시나 눈치라도 보는 건 아닐까 싶어
긴 세월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어느새 훌쩍
자라 이제는 할머니를 대신해 집 안팎
살림살이까지 도맡아 하는 손녀를 보며, 할머닌
왠지 고마운 마음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효정이의 아궁이
하교 후, 효정인 또 수레 한가득 땔감을 구해
집 한편에 쌓아둔다. 효정이와 할머니가
겨울을 날 소중한 나무들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아궁이의 불이
꺼지지 않게 정성을 다하는 효정이.
손볼 곳투성인 폐가를 빌려 임시방편으로
비바람 막으며 지내온지 5년. 할머니에게
고래 등 같은 집은 사드릴 순 없지만, 따뜻한
아랫목만은 식지 않게 해드리고 싶은 효정이다.
한창 공부하고 놀고 싶은 나이, 누구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야 하는 효정이지만,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사랑하는
할머니의 생신이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할머니의 생신상을 직접 차려드린
효정이. 할머닌 그런 효정이가 기특하면서도
어린 손에 흙이며 물 묻히고 살게 한 것이
못내 마음이 아프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효정이.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자, 위안이 되어 주는 효정이네 아궁이는
오늘도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다.
방송일시 : 2020년 12월 19일(토) 18:00~18:55
책임 프로듀서 : 정택수 / 프로듀서 : 김석희
/ 제작 : 에이플스토리
연출 : 김동환 / 글. 구성 : 이지선
/ 조연출 : 조양구 / 서브작가 : 정재원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