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촌스러워도 좋아 촌티기행

 촌밥 한 그릇이 뭐라고

 가래 치고 가물치 잡고

 우리가 촌으로 간 까닭은 

께주메기 사랑 띄웠네

 오래 볼수록 예쁘다 




한국기행 525편 미리보기 


촌스러워도 좋아, 촌티기행


한때는 괜스레 기가 죽고, 뒤춤에 감추고도 팠던

 부끄러운 수식 ‘촌티’


허나, 세월이 흐를수록


세련되지 못하며 어수룩했던 그 촌스러움이 

투박한 진심이자 따뜻한 정이며, 

변치 않는 뚝심이었음을 안다.

 

수수하지만 삶의 위로가 되는 촌밥과

 촌놈들의 뚝심으로 지켜낸 가래치기, 

자연의 향기 가득한 촌집, 

오래고 촌스러운 시금장의 맛처럼 

한결같은 노부부의 사랑...

 

우리네 허기진 마음에 굳센 좌표가 

되어주는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풍경, 

촌티를 찾아 떠나보자. 

  



1부. 촌밥 한 그릇이 뭐라고 

12월 16일 (월) 밤 9시 30분

   

"들밥은 우리네 인생이여 ~"

 

뻘개, 그 지명조차 갯벌에서 유래했을 만큼 

갯벌에 기대어 사는 고장, 전남 보성 ‘벌교’. 

물때가 다가오면 밭에서 갓 딴 배추, 젓국, 

토란 탕, 시금치 등 집 반찬을 싸 들고 

갯벌로 향하는 어머니들이 있다.

 

찬 바람 부는 갯가에 어머니들이 펼쳐낸 

집 반찬 뷔페. 

일명 ‘들밥’이라 부른다는 이 수수한 밥을 먹고 

어머니들은 그 밥심으로 평생 갯벌에서 

꼬막잡이를 하며 자식을 키웠단다. 

따듯한 위로이자 힘이 된다는 들밥 한 그릇.

 과연 어떤 맛일까.  

  


"어머니, 참 맛있어요"

 

경남 함양군 평정마을에는 청국장을 팔아

 5남매를 키운 이복임 어머니가 있다.\

팍팍한 도시살이에 지쳐\

10년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 신보원 씨.\

연로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청국장 일을 돌보는 중이다.


마음이 고단할 때마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수와 무채 비빔밥이 그토록 그리웠다는 아들,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고수 무채는 

허기진 마음마저 달래주는 위로의 음식이었단다.

겨울 채소 고수와 무채 비빔밥, 그리고 

청국장으로 차려진 밥상에 마주 앉은 모자.

소박하지만 행복이 넘치는 모자의 촌밥 한 그릇이다.





2부. 가래 치고 가물치 잡고 

12월 17일 (화) 밤 9시 30분


촌놈 삼총사가 떴다!

전라남도 강진군 중고마을에선 한 해 농사가

끝나면 저수지의 물을 빼 가래치기 축제를 연다. 

100년도 훨씬 전부터 내려왔다는 온 마을의 축제. 

대나무를 엮어 밑이 트이게 만든 가래를 

힘껏 내리쳐서 물고기를 잡는 게 가래치기다.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유일하게 강진에만

 남아 있다는 소중한 어업유산이다.

 

1년 내내 이날만을 기다려왔다는 57년생 

동갑내기 삼총사! 종규, 익진, 현기 씨. 

자칭 촌놈이라는 세 친구는 

가래 하나씩 어깨에 들춰 메고 저수지로 돌격한다.

 

“방죽 열어라! 싹 잡아 버려!” 


가래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가물치와 

참붕어, 동자개…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도 물고기도 힘이 빠진다 싶을 땐 

저수지 가로 가서 물고기를 주우면 그만!

 

대야 한가득 잡아 올린 물고기들로 

푸짐한 잔칫상을 차린 삼총사. 

애피타이저로 쫄깃한 가물치회를 먹고 나면 

고구마 대, 묵은지, 무, 대파에 참붕어를 잔뜩 넣고 

오랜 시간 끓여낸 귀하신 몸! 물천어찜이 등장한다.


60년 지기 친구들의 수고와 정성으로 차린

 그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3부. 우리가 촌으로 간 까닭은  

12월 18일 (수) 밤 9시 30분 


촌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강원도 홍천의 깊은 산골짜기. 

손수 지은 촌집에서 유유자적 사는

 이태동 씨가 있다. 미대 나온 섬세한 남자였던

 그가 거친 촌살이를 자처한 이유는 뭘까.

 

"알고 보면 촌스러운 게 세련된 거예요 ~"

 

오지에서 매일같이 만나는 흙과 나무, 순수한 

자연의 냄새, 그리고 500여 마리의 닭과 염소들. 

촌집 한 칸 지었을 뿐인데 촌은 그에게 비할 데 

없는 행복과 자유를 선물해주었다.

 

촌에서 만난 단짝, 이웃 형님  

귀산을 하면서 알게 됐다는 

아랫집 형님 이병복 씨. 홍천 토박이라는 형님은 

촌살이 초보 태동 씨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단짝이다.

 

날마다 형님네 장뇌삼밭에 올라 몸보신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삼시 세끼를 함께 나눈다.

 

살아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다. 자연이 준

 뜻밖의 선물! 촌의 일상 속으로 찾아간다. 


 



4부. 께주메기 사랑 띄웠네  

12월 19일 (목) 밤 9시 30분

  

"께주메기를 아시나요?" 


경상북도 영천. 그곳엔 30여 년 넘게

 께주메기로 시금장을 만드는

 황병석, 김윤자 어르신 부부가 있다.

 

보리등겨 반죽을 도넛 모양으로 빚어 

화덕에 구운 것이 께주메기. 

잘 발효된 께주메기에 보리밥과 무, 고추, 

시래기 등의 갖은양념을 넣으면 비로소

 시금장이 된다. 시금장의 구수하고 오묘한 

그 맛의 비법. 옛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란다.

 

"촌스럽게 오래오래~ 내 사랑!

 

어르신 부부가 시금장처럼 오래된 방식으로

 만드는 게 또 있으니 바로 손두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아궁이, 가마솥, 

손때 묻은 나무 주걱과 틀, 누르개 등을 동원해 

손두부를 만들고 있다.

 

누군가는 수고로운 이 예스러운 방식이 

촌스럽다고 할지 몰라도 병석 어르신 부부는

 시간이 걸려도, 세월이 변해도 꼭 고수하고 싶은

 삶의 철칙이란다. 시금장과 손두부의 

그 구수하고 촌스러운 맛.


50년 부부의 인연을 이어온 노부부의 

변치 않는 사랑을 닮았다. 




5부. 오래 볼수록 예쁘다 

12월 20일 (금) 밤 9시 30분

 

꼬불꼬불~ 엄마 머리에 꽃 피었다  

전라북도 정읍엔 팔십 평생 ‘여자는 머리가

 인물’이란 소신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이 있다.


인물 돋우는 그 스타일이란 것은 바로 꼬불 파마. 

105년 전통의 샘고을 시장에 할머니들의

 단골 미용실이 있다는데… 


미용실인지 사랑방인지 분간되지 않는 이곳. 

밥도 먹고, 평상에 누워 잠을 자도 뭐라는 이

 하나 없다. 방금 만난 사람과도 금세 

수다 절친이 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애정하는 스타일은

 역시나 꼬불꼬불 파마. 한없이 촌스러워 

보이는데, 꼬불 파마는 왜 그리 인기일까.

 

촌티들의 천국에 어서 오세요

 

이제는 만나기 힘든 뻥튀기 가게와 목화솜을 

틀어 이불을 만드는 솜틀집, 

대대로 이어져 오는 대장간의 깡깡이 소리, 

청명한 종소리로 시장의 아침을 깨우는

 두부 장수. 백 살이 넘은 샘고을 시장에선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세월이 주인인 샘고을 시장, 

그 세월만큼 정겨운 정도 듬뿍하다.


숟가락만 들고 오면 누구나 환영이라는

 방앗간 밥집. 

이곳이 진정 촌티들의 천국 아닐까.


방송일시 : 2019년 12월 16일 (월) ~ 12월 20일 (금)

 

기획 : 권오민 

촬영 : 오정옥 

구성 : 장연수 

연출 : 김지영 

(㈜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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