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아궁이 기행2 

그리워라 군불의 추억 

아궁이 없인 못 살아 

슬기로운 아궁이 생활

울 엄마의 가마솥 

찬바람 불어야 제 맛 




한국기행 477회 미리보기 

 

아궁이 기행2


된바람이 문풍지를 윙윙 울리고 

문고리에 손이 쩍쩍 들러붙는 한겨울.


나무 타는 냄새 구수하게 퍼지고

하얀 연기 굴뚝으로 피어오르면 

마음까지 훈훈해지고 따뜻해지는 것은 왜일까.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궁이 군불에 

설설 끓는 아랫목이 마냥 그리운 계절.

아직도 아궁이 고수하며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1부. [그리워라 군불의 추억 ]


80년 세월을 버틴 오래된 시골집.

 아궁이 불이 댕겨 아침이 시작되자 약속한 듯

어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장작불 태우고 하얀 입김 뿜어가며

가마솥에 팡팡 쪄내는 건 혹시 도넛?

동글동글한 모양새가 도넛을 닮았지만

보릿겨 갈아 만든 개떡은 메주처럼 띄어

장을 담가 먹는 전통음식이다.


아궁이 가마솥에 한바탕 찜질을 마친 개떡은

왕겨를 태워 굽고 말려 발효시킨 뒤 

보리개떡장으로 탄생.

송남이씨와 밀양 어머니들의 구수한 입담 속에

오늘도 동글동글 개떡이 처마 끝에 말라간다.


섬진강 흐르는 물길을 발아래 두고 지리산 넉넉한 

품안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소담한 집 한 채.

겨울비 맞아 으슬으슬 한기가 들지만 아궁이 불 

피우면 이내 온기가 퍼지고 솥단지 시루 얹어 

고두밥 짓다보면 훈훈한 연기 따라 계절을 잊는다.


-


투박하고 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남편과 섬세하고 

여성스런 아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산자락 그림처럼 펼쳐진 윤슬당 정자 아래 막걸리

 담그며 투닥거리는 모습은 한 폭 풍경. 강에서 직접

 낚아 올린 연어 아궁이 숯불에 지글지글 굽고 곡주

 한 모금 나누면 노래 한 자락 절로 흘러나온다.

 




2부. [아궁이 없인 못 살아]


온 세상 하얗게 덮은 함박눈.

충주호에서 흘러든 맑은 물이 작은 내를 이루고

사방에 은가루 뒤집어쓴 산들이 병풍처럼 둘렀다.


하룻밤사이 설국이 된 그곳은

강신권, 이경란씨 부부 두 사람만의 겨울왕국.


타닥거리는 아궁이 불길 앞에 몽당 빗자루 만들어 

앞마당을 쓸다보면 마음은 주책없이 들뜨고 장난기

 발동해 눈싸움 한바탕 벌어진다. 무너진 미니 

비닐하우스 고치는 것도 마냥 즐겁기 만한 순백의 

세상. 텃밭에서 마지막 무 뽑아 항아리에 동치미

 담그고 얼음 배긴 백김치 한입 베어 물면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들기름 발라 아궁이 숯불 화로에 

마른 김 구우면 고소한 맛은 감동. 아궁이 없인 

못 산다는 부부의 아궁이 예찬은 끝이 없다.

 

-


웬만한 차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험한 산길 

오르다보면 멀리 보이는 집 한 채. 요 며칠 내린

눈 속에 열흘 동안이나 고립됐었다는 오지 중의 

오지는 이현승씨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터전이다. 

산이 좋아 산 속에 묻혀 살고 싶어 들어 왔지만 

녹록치 않은 겨울.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아궁이

 새로 짓고 가마솥 거는 작업 한창인 그곳에 온기를

 찾아 벌써부터 모여든 동물친구들이 일일 

응원단으로 등장했다. 드디어 개봉박두.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아궁이는 뜨거운 불길을 잘 삼켜줄까.


 

3부. [슬기로운 아궁이 생활]

 

도시여자 박미정 씨가 시골남자 김락겸 씨를 만나

 전남 담양에 터를 잡았다. 그릇 빚느라 쑤시고

 찌뿌둥한 남편 몸을 제대로 찜질해주던 아궁이는

 어느새 9살 아들 경택이의 겨울 놀이터가 됐다. 

아궁이 장작불 때는 즐거움에 벌써부터 산에 들어가

 살겠다고 선포한 경택이. 등교 전 아침 일찍 식은 

아궁이를 깨우고 돌아오면 마주 앉아 아궁이 앞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경택이는 화르르 타는 불길 

바라보며 또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아빠의 뜨거운

 가마에서 알록달록 예쁜 물고기들이 불길을 머금고

 탄생하는 겨울밤. 아늑하고 멋들어진 한옥집

 앞마당의 웃음이 어두움을 밝힌다.


-



아궁이 없는 산골 집은 단팥 없는 찐빵.

아궁이 없이 시골에서 무슨 재미로 살까.

아궁이 군불로 구들장 덥히고 가마솥 걸어

시골생활 재미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이상규, 양경옥 씨 부부.


가마솥 하나면 뭐든 만능. 이제 못할 것이 없다.

그 중에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의  열띤 호응 속에

자부심 넘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뽕소금. 수년째 말린 뽕나무에 표고버섯 우린 물로

매캐한 연기 무릅쓰고 쉴 새 없이 땀 흘려가며

소금을 볶아내면 고소하고 맛있는 뽕소금이 탄생.


땅속에 묻어둔 무 큼직하게 썰어 뽕소금으로

매콤함 무김치 담그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4부. [울 엄마의 가마솥]


결혼한 지는 50년.

친정어머니 도와 두부를 만든 지는 60년.

60년의 세월이 축적된 실력뿐이랴.

100여년 넘은 맷돌과 물푸레나무로 만들어진 틀까지

 갖춰지니 고소한 손두부 맛보는 일은 시간문제.


뜨끈한 구들방에서 아내 김옥녀씨가 맷돌 돌려 콩을 

가는 동안 남편 장석배 씨는 짚자리를 짜며

 제대로 박자를 맞춘다.


모락모락 가마솥 앞에 선 아내 입에서는

어느새  아리랑 가락 흘러나오고 ♬♪

몽글몽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두부.


 보들보들 손두부 소식에 동네방네 사람들

한데 모이고 구수한 아리랑 가락처럼

두부는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


새벽녘 차가워진 구들장을 데우며 아궁이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강규창, 조금남씨 부부.

오늘은 아들딸에게 보내줄 메주를 쑤는 날.

불려놓은 콩 두말을 가마솥에 넣고

 아궁이의 화력을 높인다.


삶은 콩을 으깨고 모양을 잡으며 

메주를 만드는 부부는

 60년 세월을 자랑하듯 호흡이 척척 맞는다.


어려웠던 시절 자식들 대학까지 못 보낸 것이 한이

 돼 지금은 형편이 힘든 아이들에게 15년째 장학금을

 전해주며 ‘키다리 할머니 할아버지’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부. 아궁이보다 더 따뜻하고 훈훈한

 부부의 마음이 추운 겨울을 녹인다.



5부. [찬바람 불어야 제 맛]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지.

손이 많이 가 좀처럼 해먹기 쉽지 않지만

동짓날 동지팥죽을 빼놓을 순 없다.

가마솥에 붉은 팥알 쏟아 넣고

아궁이 굴뚝 연기 피어오르면

 눈치 챈 이웃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


팥을 뭉근하게 삶는 일은 아궁이에게 맡겨두고

한데 둘러 앉아 동글동글 새알심 만들기에 돌입한다.

 손도 바쁘고 입도 바쁘고

온 동네가 다 들썩들썩.

동지팥죽 끓여먹으며 시끌벅적


액운을 날리는 강원도 정선

 류성복, 조명자씨 집

부부의 집은 잔칫날이 따로 없다. 


-


한평생 밤농사를 지어 온

경남 합천의 전용원, 이년자 씨 부부.

 겨울날엔 장작불에 구워먹는 밤이 제일이라며

아궁이 앞에 나란히 쪼그려 앉는다.

서로의 배필이 된지 50년도 훌쩍 넘은 세월.

첫 만남의 곱디고운 모습 대신 성치 않은 걸음을

내딛는 아내를 볼 때마다 남편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젊은 날 고생시킨 아내를 위해 이제는

 졸졸 쫓아다니며 손발이 되어주는 남편.


아궁이 안에 불쏘시개 밀어 넣고 있자니

 옛 생각이 솔솔.

혼례식 올리던 그날

 아내에게 불러주었던 권주가가 절로 흘러나오고

 천년만년 잘 살아보자 약속했던 

그때 그날로 천천히 돌아간다.

 

방송일시 : 2019년 1월 14일(월) ~ 1월 18일(금)


기 획 : 김 민


촬 영 : 고민석


구 성 : 허수빈


연 출 : 남호우


(㈜ 프로덕션 미디어길)

 

[출처]e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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