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숲으로 간 돈키호테
강원도 홍천 최기순 씨
나이 직업 다큐멘터리 감독
미국인 아내 안나 스베라 씨
아버지 최종화 씨 어머니 박순옥 씨
산초 조카 이혜지 씨
딸 안젤라
인간극장
숲으로 간 돈키호테(2018년 7/30~8/3)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스미고
밤이 되면 반딧불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강원도 홍천의 깊은 산골, 그 숲에는 돈키호테가 산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질끈 묶은
다큐멘터리 감독, 최기순(56) 씨다.
시베리아에서 야생 호랑이를 찍은 뒤
자연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기순 씨.
어린 자작나무를 심고 양지에 이끼를 기르며
그는 이곳에 낙원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돈키호테를 도와 숲을 가꾸는 그의 가족들.
팔순의 나이에도 포크레인을 운전하는
아버지 최종화(80) 씨, 식구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어머니 박순옥(79) 씨, 그리고 ‘산초’ 역할을
든든히 해내고 있는 조카 이혜지(24) 씨까지.
더할 나위 없는 낙원을 꾸리면서도 기순 씨는
언젠가 조카에게 숲을 맡기고
다시 맹수를 찍으러 시베리아에 떠날 날을 꿈꾼다.
한옥과 가야금을 사랑하는
미국인 아내, 안나 스베라 씨는
기순 씨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8년 째.
지금은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
대가야의 악사 ‘우륵’에게 빠져
그의 고향인 충주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꿈속에서 만난 기순 씨를 운명의 짝이라 믿는데.
그러나 주중이면 홍천에서 숲을 가꾸며 두 집 살림,
겨울이면 맹수를 찍으러 시베리아로
떠나버리는 남편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기순 씨.
그리고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또 한 사람.
독일에서 지내던 기순 씨의 딸, 안젤라(18)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3년 만의 애틋한 부녀 상봉. 전처와
헤어지고 딸과 떨어져 지낸 지가 오래 되었다.
야생 다큐멘터리에 빠져 달려온 지난날들,
돌이켜보니 참 무정한 아빠였다.
그를 원망하지 않는 딸, 어느새 부쩍 자라서
아빠 곁으로 왔다.
떨어져 보낸 시간만큼 벌어진 부녀 사이는
회복될 수 있을까.
시베리아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수개월을 버티며 맹수를 카메라에 담는 짜릿함,
나무 한 그루 직접 심으며 숲 속 낙원을 짓고
생활하는 낭만,
평생의 꿈을 하나씩 이루며 달려왔지만
그만큼 잃어버린 것은 가족의 행복이었다.
기순 씨의 가슴 한편에는 항상 가족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다.
하지만 정답 없는 인생에 어떤 후회도 남지 않도록
돈키호테, 기순 씨는 지금도 그 길 위에 서 있다.
#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 최기순(56) 씨.
강원도 홍천의 우거진 숲 속에 거대한 낙원을 꾸렸다.
기순 씨는 시베리아의 영하 40도 추위에서
수개월간 텐트 생활을 하며
야생 호랑이를 찍다가
자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그 길로 사표를 내고 전세금을 빼서
숲을 통째로 사들였다.
10년 걸려 키운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양지 바른 곳에 이끼를 키우는 엉뚱한 일도 벌이지만
언젠가 생태 학교를 만들겠다는 꿈을
차곡차곡 실행하고 있다.
소설 속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창을 겨눠 돌진한다.
헛되고 무모한 일을 벌이는 사람, 돈키호테.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않는 영역에서
카메라를 들고 시베리아의
야생 호랑이를 찾아다니는 짜릿함,
자작나무와 이끼를 기르며 자신이 숲을 만드는 낭만,
남들은 생각도 못할 꿈을 향해 달리는
기순 씨는 돈키호테를 닮았다.
# 숲을 지키는 세 명의 '산초'
직장을 관두고 덜컥 숲을 사들인 기순 씨,
처음에는 호랑이 서식지를 만들 예정이었다는데….
항상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는 기순 씨를
든든하게 보좌하는 가족들이 있다.
20여 년 전에는 콩밭이었던 땅을 가꾸며
나름대로 재미를 붙이신 기순 씨의 부모님은
계곡을 청소하고 배수로 공사를 하며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신다.
그리고 지난 해, 자연에 반해
숲으로 들어온 조카 이혜지(24) 씨.
돈키호테의 ‘산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당나귀를 데려 오겠다’, ‘캠핑장을 만들겠다’
자꾸만 일 벌이는 기순 씨.
그러나 정작 자신은 언젠가 조카에게 숲을 맡기고
다시 마음껏 시베리아를 누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돈키호테의 진두지휘 아래 일사분란,
쉴 틈이 없는 네 식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 한옥 예찬! 돈키호테의 연인, 안아 스벨라
주말이면 흙투성이 작업복을 벗고
숲을 떠나는 기순 씨,
달려간 곳은 충주의 어느 한옥집.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는 아내가 살고 있다.
한옥과 가야금을 사랑하는 벽안의 여인,
안아 스벨라 씨.
꿈속에서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아내는
사흘 뒤 실제로 기순 씨를 만나
8년째 부부로 지내고 있다.
영화 같은 달콤함도 잠시,
서로의 일이 바빠 주말 부부가 된 지 오래.
주중이면 홍천에서 숲을 가꾸고
겨울이면 시베리아로 떠나는 기순 씨가
아내는 원망스럽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는 장모님이
안아 씨의 초대를 받고 한국에 방문했다.
시낭송회를 무사히 마치고 가족끼리
오붓한 저녁 시간을 보낼 법도 한데
일이 생겨 다시 홍천으로 건너간다는 이 남자!
토라진 아내를 달래야 할 텐데 기순 씨, 눈치만 본다.
늘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인 기순 씨.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 다시 만난 딸, 아빠가 미안해
러시아 여인과의 첫 번째 결혼에서
두 남매를 두었던 기순 씨.
그러나 일에 몰두한 기순 씨는
늘 야생 호랑이를 찍으러 시베리아에 있었고
견디지 못한 전처는 아이들과 함께 그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시베리아 한복판의 작은 텐트 안에도
영상을 편집하는 작업실 한 쪽에도,
어디에나 걸려 있는 아이들의 사진.
앞만 보던 그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참 무책임한 가장이었다.
아빠로서의 미안함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는
기순 씨.
그리고 3년 만의 애틋한 부녀 상봉.
독일 남자와 재혼한 엄마와 함께 지내던 기순 씨의 딸,
안젤라(18)가 한국에 들어왔다.
어느새 몸과 마음이 부쩍 자라서
아빠의 곁으로 돌아온 딸.
떨어져 보낸 시간만큼 벌어진 부녀 사이,
언어마저 통하지 않는데….
한국말을 모두 까먹은 딸과 독일어를
할 줄 모르는 아빠,
두 사람은 함께 지내던 어릴 적 그대로,
짧은 러시아어 대화를 나눈다.
뒤늦게나마 아빠 노릇 제대로 해보겠다고
둘 만의 시간을 보내며
서툰 언어로 딸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기순 씨.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열여덟의 안젤라,
부녀는 서로가 부재했던 긴 시간을
건너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방송일 : 2018년 7월 30일(월) ~ 8월 03일(금)
채널 : KBS 1TV 오전 7:50~8:25
프로듀서 : 이은수
보도자료 문의 전화번호
: 김가림 취재작가 (02-782-8222)
[출처] kbs
pi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