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그리움을 길어다 밥을 지었다
시詩로 지은 밥상
내성천 시인 안도현 고향 예천
경주 교촌마을
예천 포리 무명 할머니 시인들
소설가 성석제 상주
한국인의 밥상 373회
그리움을 길어다 밥을 지었다 시詩로 지은 밥상
세월이 흐르면서 입맛은 변하지만, 추억이 담긴
음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또한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불현듯 그리움으로 다가와 시인들에겐
시가 된다. ‘연탄재 함부로 버리지 마라’는 시 구절로
많은 사랑을 받은 안도현 시인의 고향, 예천의
그리운 고향 밥상을 찾아 떠난다. 경주하면 떠오르는
시인은 박목월이다. 남다른 감수성으로 살아야
하는 박목월 같은 시인들에겐 술은 벗이었다. 그런
그들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경주의
사랑방이 있다고 하는데. 문인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사랑방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먹고 사느라고, 먹여
살리느라고 너무 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추억의
음식을 만들며, 하고 싶었던 말과 추억의 음식을
시로 적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명의 할머니
시인이지만, 이름난 시인 못지않게 감동적이었던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시. 모두가 울고 웃었던 시
발표시간을 찾아가 본다.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음식 관련 에세이를 다수 집필한 성석제
소설가. 자신의 삶과 문학의 뿌리가 고향의 맛이라
고백한다. 자신의 고향 음식은 원재료 맛을 최대한
살리며, 눈에 띄게 자극적으로 꾸며내는 것은 고향
상주 사람들의 기질이 아니라는 성석제.
화려하기보다 수수하고 담백한 상주의 밥상을
만나러 가보자.
‘내성천 시인’ 안도현의 고향, 예천의 여름나기 밥상!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는 시 구절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일명 연탄재 시인으로 불리는
안도현 시인.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내성천 시인으로
불리길 원한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흐르는
예천에서 유년을 보낸 안도현 시인은 내성천의
은빛 모래가 자신을 시인으로 키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에는 어릴 적 고향에서
먹었던 추억의 맛이 시로 표현되어있다. 지금은
영주 댐이 건설되면서 내성천의 옛 모습은 옅어졌지만
, 여전히 아름다운 예천에서, 안도현 시인의 추억이
깃든 음식을 찾아가 본다.
안도현 시인처럼 내성천의 추억과 고향의 맛을
간직하며 사는 예천 소리골 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내성천은 어릴 적 그들에게 고기를 잡으며,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는 놀이터였다. 바쁜 농사일에 지친
소리골 주민들이 일을 작파하고, 여름을 이기기
위해 내성천으로 나섰다. 천에서 잡은 모래무지,
꺽지, 피라미 등을 이용한 민물고기로 감자찜을
만들고, 지금은 보기 드문 물외를 이용한 물외
가지냉국과 먹을 게 없었던 시절 밀 속껍질로 만든
밀기울 떡, 옛날 도시락에 빠지지 않았던
곤짠지까지. 안도현 시인의 고향, 예천에서 향수를
일으키는 여름나기 밥상을 만나본다.
문인들의 사랑방, 경주의 교촌마을
경주하면 떠오르는 시인은 단연 ‘국민시인’
박목월이다. 나그네 시를 통해 고향인 경주의
목가적인 풍경을 잘 묘사한 박목월. 그처럼 남다른
감수성으로 살아야 하는 문인들의 곁엔 항상 술이
있었다. 술이 있다면 안주도 빠질 수 없는 법.
석등이 근사한 故 최영식 씨의 경주 한옥은 문인들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사랑방이었다.
그렇다면 술이 벗이었던 문인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경주 사랑방의 술안주와 밥은 무엇이었는지
따라가 보자.
경주 교촌의 최부자 일가인 故 최영식 씨의 오래된
한옥을 찾았다. 문학을 사랑한 남편 때문에 늘
부엌에서 손님상을 차린 김시자 어머니. 타고난
음식 솜씨 때문에 문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다면 문인들의 술맛을 돋운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으며,
특이하게 대하가 들어가는 집안 전통 김치 사연지부터
메줏가루를 넣은 장과 온갖 채소 그리고 닭 한 마리를
넣고 푹 조리는 슬로우 푸드 집장, 경주사람들의
제사상에 꼭 올라갔던 돔베고기 어포부터 문인들이
사랑한 교동법주와 찰떡궁합인 술안주
북어 보푸라기까지. 문인들이 사랑한 경주의
오래된 사랑방 음식을 맛보러 가보자.
예천 포리의 무명의 할머니 시인들
여름철 농촌에선 허리 편 어르신을 찾기 힘들다.
밭에 나가면 허리 굽혀 땅만 보고 사는
어르신들뿐이다. 그런 그들이 시를 쓴다면 어떤
시가 나올까? 이름난 시인의 시만이 좋은 시가 아니다.
때론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단순하고 솔직한 무명
할머니들의 시도 정말 좋은 시다. 배움의 기회를 놓쳐
가슴에 응어리가 진 할머니들의 안타깝고 마음 저린
사연을 들어보고 이름난 시인이 아닌, 이 땅의 뿌리
내린 무명 할머니의 삶이 녹아있는
시를 만나러 가보자.
먹고 사느라고, 먹여 살리느라고, 너무 늦게 글을
배운 포리 문해교실 할머니들. 어르신들이 추억의
음식을 직접 만들며, 하고 싶었던 말과 추억의 음식을
종이 위에 시로 적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팥잎밥 팥잎국’ 시를 선보인 권재순 할머니.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 팥잎밥 팥잎국을 먹었던 애잔한
이야기부터, 돌아가신 시부모님에게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을 ‘호박잎 전’으로 표현한 김금순 할머니.
마지막으로 ‘미나리범벅’ 이라는 시로 모두의 마음을
울렸던 박명옥 할머니. 지나간 세월 갈 줄만 알고
올 줄 모른다는 시 구절로 우리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가슴 속
맺혀있던 한이 시가 된 밥상! 시와 하나 된 따뜻한
밥상을 찾아가 보자.
소설가 성석제 고향, 상주의 맛을 찾아서!
자신의 고향 상주를 유난히 사랑하는 성석제 소설가.
그의 글엔 고향의 맛이 자세히 적혀있다. 이렇듯
작가의 마음엔 그리운 고향 음식으로 가득 차 있다.
성석제 작가가 말하길 ‘내 고향 음식은 흔하고 좋은
재료를 최대한 재료 본질의 맛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리하고, 거기에 발효의 과정을 거친 깊은 맛을
더해 조화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음식을
애써 눈에 띄게 자극적으로 꾸며내는 것은 그곳
사람들의 기질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상주
사람들의 기질 그대로 만든 것이 바로 그 지역 음식인
셈이다. 그렇다면 상주 사람들을 닮은 수수하고
담백한 밥상을 만나러 가볼까?
청정 자연을 가진 유서 깊은 도시 상주에서, 우리
시대 이야기꾼인 성석제가 사랑한 고향 음식을
선보인다.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배차적이 있다. 배추에 최소한의 밀가루 옷을 입혀
부쳐내어 먹는 것이 상주식 배추전이라고 한다.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또 다른 음식은 바로
골곰짠지이다. 얼핏 보면 무말랭이 같지만,
김장김치처럼 제대로 발효가 된 음식이다.
골곰짠지에서 눈 밟는 소리가 난다는 작가는 그
소리가 마치 추억을 부르는 박수 소리라고
표현한다. 마지막 음식으로 상주 칼국수다.
멸치와 다시마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밀로만
육수를 내어 만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선보인다.
그리움이 글이 되고, 글이 밥이 되는 상주의
고향 밥상을 만나보자.
제작 하얀소엔터테인먼트 / 연출 장현호 / 작가 한지원
2018년 7월 5일 목요일 저녁 7시 35 분 ~ 8시 25분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