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미리보기
맨도롱 또똣한 해남이우다
눈 덮인 한라산이 굽어보는 제주의 겨울 바다.
그 바다를 삶의 텃밭으로 삼은
이들이 있으니 바로 해녀들이다.
구들장 지고 눕고만 싶은
한겨울이 해녀들에겐 물질 성수기.
제주시 애월읍 금성마을 앞바다도
한창 소라 철을 맞았는데,
물질하는 해녀들 사이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마을 어촌계장이자 해남인 문기석(48) 씨다.
금성마을에서 나고 자라
20년 넘게 목수로 일해오던 기석 씬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늦깎이 해남이 됐다.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임에도
독자적인 어촌계도 없이,
고령의 해녀 삼춘들은 하나둘 은퇴해 가던 상황.
이러다간 고향마을에서 해녀의
명맥마저 끊어져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인간극장
보통사람들의 실제 삶을 밀착취재하여 제작한 휴먼다큐프로그램.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수 있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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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해남이 돼
마을 바다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마을 어촌계를 조직하려면 어촌계원이
최소 10명 이상 되어야 하는 까닭에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 함께
해녀학교에 입학한 기석 씨.
그렇게 형 문기준(52) 씨도,
아내 김주희(45) 씨도 생각도 못 했던
해남 해녀가 되어 함께 물질을 하게 됐다.
해남이 된 지 올해로 6년째.
기후 변화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바다 환경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올겨울은 유난히 날씨가 좋지 않아
물질을 못 하는 날이 더 많다.
해남을 업으로 삼기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바다와 마을을 사랑하는
기석 씨의 마음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투박한 외모 속에 누구보다
맨도롱 또똣한 마음을 품고 있는 남자,
금성마을 해남, 기석 씨를 만나보자.
# 금성 바다엔 해남이 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주 바다는 소라 철이다.
제주도 서쪽, 애월읍에 속해있는 금성마을.
물 때가 되자 바닷가 앞 작업장으로
해녀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고령의 해녀 삼춘들이
대부분인 다른 마을과 달리
금성마을은 특이하게도 7명의 해녀들
모두 40대 안팎의 젊은 해녀들이다.
그들을 이끄는 수장은 어촌계장 문기석(48) 씨.
그 역시 직접 물질을 하는 6년 차 해남이다.
수십 년 물질을 해 온 삼춘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초보 해남이지만
금성리 어촌계 젊은 해녀들 사이엔
에이스 중 에이스다.
물에만 들었다 하면 망사리 가득 소라를
잡아 오는 것은 물론 문어도 네댓 마리씩
잡아 오곤 한다.
해남이 되기 전 기석 씨의 직업은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목수.
물질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가 해남이 된 건
오로지 나고 자란 고향마을,
그 바다를 지키려는 마음 때문이었다.
# 기석 씨가 해남이 된 까닭
어촌마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어촌계’.
특히 제주의 어촌계는 해녀들에게
누구보다 큰 힘이 되는 조직인데
애월읍 곽지리와 한림읍 귀덕리 사이에
자리한 금성마을엔 2020년까지도
어촌계가 없었다.
70년대 정부 정책에 의해 통합됐다가
지난 97년 다시 각 마을 단위로 분리됐지만,
애월 어촌계로 흡수됐던 금성마을은 규모도
작고 해녀 수도 크게 줄어 부활하지 못했다.
당시 마을 청년회장으로 활동하던 기석 씨는
어촌계가 활성화된 다른 마을을 보고
‘우리도 바다가 있는데 왜 어촌계가 없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됐고, 하나둘 은퇴하는
해녀 삼춘들을 보며 이러다 마을에서 영영
해녀의 명맥마저 끊어져 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어촌계를 재건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촌계를 되살리려면 규정상
계원이 최소 10명 이상은 돼야 하는 상황.
그래서 기석 씬 스스로 물질을 배워
해남이 되기로 했다. 동생 못지않게 마을을
사랑하는 형 문기준(52) 씨도 함께
해녀학교에 입학했고,
뒤이어 아내 김주희(45) 씨도 해녀가 됐다.
덕분에 5년 전 어촌계가 부활했고 기석 씬
어촌계장으로, 형 기준 씬 마을 이장으로 선출돼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 우리 마을 우리 바당 촘말로 좋수다
지난해 금성마을에 새집을 지은 기석 씨.
학교 때문에 제주 시내에서 지내는
딸 나영이(15)와는 주말에만 보게 됐지만
계속 물질을 하자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석 씨가 이리 뛰고 저리 뛴 덕분에
해녀들의 복지는 한결 좋아졌다.
변변한 작업장이 없어 물질 후
젖은 잠수복을 입고 집까지 가야 했던 해녀들은
가건물이나마 옷을 갈아입고 어구를
보관할 작업장을 갖게 됐고,
올해 은퇴하는 해녀 삼춘들은
도지사 표창장까지 받게 됐다.
요즘 기석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바다 날씨와 수확량. 올겨울 유난히 북풍의
기세가 매서워 물때가 와도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많다.
가뜩이나 기후 변화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바다 환경이 척박해져 수확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물질까지 못 하니
애가 탈 노릇이다. 게다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파도를 타고 오는
해양 쓰레기도 골칫거리.
그래도 바다가 좋고 물질이 좋아서,
생계를 위해 목수 일을 계속하면서도
기석 씨는 해남을 1순위로 두고 언제든
바다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해녀 삼춘들의 명맥을 잇고
마을 앞바다를 지키기 위해 해남이 된 기석 씨,
그를 따라 제주의 시린
겨울 바닷속으로 들어가 본다.
1부 줄거리
겨울 내내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12월 처음으로 물질을 하고 돌아온
기석 씨와 해녀들.
빈손은 아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바다 날씨는 계속 좋지 못하고,
결국 물에 들어가지 못한 기석 씨.
발걸음을 돌려 향한 곳은
본래의 일터인 공사 현장이다.
형이자 금성리 마을 이장인 기준 씨와
아침 산책을 하며 동네를 둘러보는 일은
어느새 하루 루틴이 됐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여전히 강한 파도가 치지만, 가까운 앞바다에서
조심스럽게 물질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거칠게 치는 파도는 멈출 줄 모르는데....
연출 : 신성배
글 : 최근주
촬영 : 민병일
조연출 : 최설아
취재작가 : 이아영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이아영 취재작가 (02-782-5555)
방송일시 : 2025년 1월 20일(월) 1월 21일
1월 22일 1월 23일 1월 24일(금) 오전 7: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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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